전문가 칼럼

전세 푸어 대재앙 시대, 올수도 있다!

웃는얼굴로1 2010. 9. 28. 00:16

김부성

 

전세값 폭등으로 하우스 푸어보다 전세푸어가 더 위험해

 

추석연휴에 전셋집을 마련하지 못해 고향에 못내려간 수도권 전세 푸어들이 최근 전세가 폭등과 씨가 마른 전셋집을 구하느라 고향집에도 못가고 추석을 씁쓸하게 보낸 경우가 많았다.

하우스 푸어에 대해 말해보자면, 사실 하우스 푸어는 항구적으로 가난뱅이로 전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당연히 총체적인 자산이 감소되면서 일시적으로 가난해질수 있다.

마치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직후에 대부분의 자산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이 주식가격 폭락으로 인해 갑자기 자산이 급감하면서 가난해진것과 똑같은 이치다. 이들 주식투자자들을 두고는 푸어라는 말이나 조롱을 하지 않으면서 유독 집 한두채 가진 서민들과 중산층들이 재테크로 재산증식을 한번 해볼 요량이었거나 아니면소위 투기적인 관점에서 설사 주택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아 일시적으로 곤란에 처했다고 해서 이들을 죄악시하는것은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한편, 집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집도 없이 남의집 살이를 전전하는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낫다면 낫다고 볼수 있다. 기실, 어떤 사람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대출금을 제외하고 나면 분명 나머지 차액분이 있게 마련이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서울에 5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다면 5억원에 해당하는 금액 모두를 대출로 쓸수는 없는일이므로 통상 자신들이 어느정도 감당할만한 수준에서 대출을 받게 되며 정부에서 LTV(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같은 대출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한다고 해도 어느정도의 순자산은 잠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향후 시장이 회복하거나 반등하게 되는 경우 하락했던 금액만큼 회복될 수도 있고 그 이상으로 자산가치가 올라갈수도 있는일이므로 하우스푸어는 일단 일시적인 자산손실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는게 더 적절하다.

또한 이들의 경우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통상 자신의 소득능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고 그렇다면 소득수준도 어느정도는 된다고 보는것이 합리적이다.

이들이 일시적인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집도 팔리지 않고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에 저당잡힌 대출이자를 감당하기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대출금을 갚아나간다고 하여 이들이 갑자기 가난뱅이로 전락하는것은 아닌것이다.

물론 일부 과도한 대출을 받은후 설상가상으로 소득이 줄거나 사업이 망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대출금과 이자를 빼면 남는금액이 얼마되지 않는 깡통수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사람이야말로 진짜 하우스푸어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은 부동산경기가 호황일때도 얼마든지 발생한다.

문제는 집이 없으면서 전세나 월세보증금도 소액에 그치고 소득수준까지 낮은 하우스리스(=집없는) 푸어다. 흔히 워킹푸어(=근로소득만으로 도저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라고도 할수 있는데 사실 이들이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인것이다.

특히나 서울과 수도권 입주물량이 폭감하는 내년 2011년은 전세 푸어들에겐 가장 혹독한 기간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뛰는 전세금을 올려주면서, 집있는 사람이 담보대출을 받아 쓰는 이자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전세대출을 받으면서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리스크에 직면할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칫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전세대란 수준이 아닌 전세 대재앙시대가 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정도로 전세 수급이 불안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들 하우스리스 푸어들을 위한 공공 임대정책을 점검하고 서민 임대아파트를 늘려 이들의 주거복지를 챙겨줘야 한다.

또한 하우스푸어론자들도 공연히 집 한두채 있는 사람들이 어쩌다 시절을 잘못만나 아파트가격 하락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 하우스푸어들을 비난하고 조롱할 시간이 있다면, 진짜 문제가 되는 하우스리스 푸어들을 위한 정책 하나를 더 세워달라고 정부에 건의하는편이 훨씬 효율적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