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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정수기 '원투 펀치'로 해외시장 공략

웃는얼굴로1 2018. 3. 8. 17:26

[글로벌 점프! 강소기업이 떴다] [12] 쿠쿠, 밥솥 명가의 변신

창업자 구자신 아들 구본학 대표, 정수기·청정기 등 신사업 주도
제품 임대해주는 렌털 방식 도입… 중국·베트남 등 25국으로 수출
"해외서 매출 1조 밑거름 만들 것"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 진출 2년 만에 현지 렌털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올해는 이런 경험을 발판으로 인도네시아, 인도 등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2월 20일 경기도 시흥 시화멀티테크노밸리에 있는 쿠쿠 시흥 사업장에서 만난 구본학(49) 쿠쿠홈시스 대표는 "오늘 인도 시장에 보낼 정수기 첫 수출 물량 1000대를 출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구 대표는 창업자 구자신 쿠쿠홀딩스(이하 쿠쿠) 회장의 아들로 1996년 기술연구소에 입사해 독자 브랜드 '쿠쿠'를 출범시키고, 2006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에는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신사업을 주도해왔다. 제품을 임대해주는 렌털 방식을 도입하고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25국으로 수출 시장도 확대했다.

◇기술력과 해외 사업으로 위기 극복

이날 찾은 시흥 사업장에서는 100m 길이의 생산라인 4곳에서 다양한 모델의 정수기가 40초마다 한 대씩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정수기 78종, 공기청정기 18종으로 하루 생산량이 3000대에 달한다. 매일 40피트(약 12m)짜리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 4대가 인천항으로 향한다. 안내를 맡은 배수호 중앙기술연구소장은 "작년 6월 시흥 신공장으로 이전하기 전에 있었던 인천 남동공단에서는 주변 업체들로부터 '쿠쿠 트레일러 때문에 길이 막힌다'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2월 20일 경기 시흥 시화멀티테크노밸리에 있는 쿠쿠 시흥사업장 생산 라인에서 구본학 대표가 대표 제품인 인앤아웃 직수형 정수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2월 20일 경기 시흥 시화멀티테크노밸리에 있는 쿠쿠 시흥사업장 생산 라인에서 구본학 대표가 대표 제품인 인앤아웃 직수형 정수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쿠쿠는 작년 상반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여파로 중국 밥솥 수출이 15%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작년 9월 끈기가 많은 차진 밥과 비빔밥이나 초밥에 알맞은 고두밥을 선택해 지을 수 있는 신제품 밥솥을 출시하고, 정수기·공기청정기 수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손실을 대부분 만회했다. 매출(7600억원)은 2016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구본학 대표는 "숨겨진 주부의 니즈(needs·요구)를 찾아서 상품화하는 게 쿠쿠의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과 기존 강자들이 즐비한 정수기 시장에서도 큰 것만 보는 그들과 달리 작은 것이라도 진짜 주부들이 원하는 것에 개발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언제든지 내부 관부터 물이 나오는 입구까지 살균할 수 있고, 시간을 정하면 정수기 스스로 살균하는 타이머 기능도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낯선 관리자가 집으로 찾아오는 것을 꺼리는 여성 소비자들을 위해 필터 교체도 노트북이나 휴대폰 배터리 교체처럼 쉽게 개선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다양한 색상에 슬림형 제품으로 패션 바람을 불러온 것도 쿠쿠"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냉·온수 기능 외에 현지인들이 원하는 미지근한 실온을 추가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밥솥·렌털 두 축으로 해외 공략

쿠쿠 연혁 표

쿠쿠는 올해 해외 렌털 사업에 더 속도를 낸다. 2016년 하반기 진출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사업을 확대하고 인구 2억6000만명의 인도네시아에서는 올 3월부터 영업망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인도에서는 렌털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판매처를 다양화한다.

밥솥에서는 작년 상반기 손실을 냈던 중국 시장을 재공략할 방침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 중국 대표 쇼핑 행사인 광군제 때에는 현지 1, 2위 온라인 쇼핑몰에서 밥솥 판매 5위에 오를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좋다"며 "베트남에서는 밥솥이 중국 제품의 2배에 팔릴 정도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또 밥솥이 먼저 진출한 중국, 베트남 등에는 정수기·공기청정기 사업을 시작하고,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털 사업이 먼저 자리 잡은 곳에는 밥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에서는 밥솥 판매가 렌털 유통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구 대표는 "렌털 조직을 갖춘다는 것은 단순한 영업망 확보를 넘어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의미"이라며 "해외 각국에서 렌털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매출 1조원 달성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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