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와 가격은 전혀 다르다
‘손이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아이손 어른손 자꾸만 손이가~ 언제든지 새우깡 어디서나 맛있게 누구든지 즐겨요 농심새우깡~~’ 대한민국 남녀노소가 다 아는 국가대표급 과자 새우깡의 CM송이다. CM송에는 농심새우깡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농심새우깡은 롯데새우깡이 원조이다. 새우깡은 1971년에 출시되었으며 당시 판매가격이 50원이었는데 2018년 현재 새우깡의 가격은 1200원이다. 46년간 정확히 가격이 24배 올랐다.
필자는 여기에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한 가지 던지고자 한다. 새우깡 가격이 1200원인 2018년 현재의 새우깡은 생새우로 만들고 1971년 최초 출시된 새우깡의 가격은 50원 이었으니 당시의 새우깡은 합성새우로 새우깡을 만들었을까? 다시 말하면 24배나 가격이 비싸졌으니 생새우로 만들고 24배나 가격이 싼 당시에는 합성새우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뜻이다.
이러한 엉뚱한 질문에 당신은 황당해 하거나 피식 웃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말은 1971년도에 출시된 새우깡이나 2018년에 판매되는 새우깡이나 내용면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즉 그 때나 지금이나 새우깡은 생새우를 갈아서 만들었고 중량도 비슷하니 내용적으로 새우깡의 가치는 같다는 말이다. 가치는 동일한데 가격만 24배로 상승했다는 말이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그림1 연도별 새우깡 가격 추이
사람들은 새우깡 가격이 24배 오른 것에는 그럴 수도 있다며 관대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민감하다. 민감하다 못해 반감이 팽배하다. 주택 가격은 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우깡이나 주택이나 단순하게 생각하면 두 가지 모두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혹자는 새우깡은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주택은 필수불가결 한 상품임으로 가격이 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비싸면 먹지 않아도 되는 과자 부스러기조차도 24배가 오르는 동안 인간생활의 기본 3요소 의식주 중에 하나인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생활의 필수재임으로 24배 이상으로 올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즉, 주택가격이 오르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말이다.
새우깡 가격이 24배로 오른 것은 물가 상승률에 의한 가격의 변화이다. 즉, 내용적 가치는 동일하나 시간에 따른 가격만의 변화이다. 만약 당신이 10년 전에 3억원에 매입했던 부동산이 지역 선정이나 종목 선택의 패착 등 어떠한 이유로 2억5천만원까지 가격이 하락하였다고 가정 해보자. 그런데 운 좋게 꼴뚜기나 망둥어도 뛰어 오르는 대세상승국면을 맞게 되어 가격이 3억원으로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가격 회복에 안도의 한숨과 만족감을 가지게 된다. 나아가 10년 동안 마음 고생했던 생각을 떠올리며 3억1천만원이 되는 순간 부동산을 팔아 버린다. 그리고 나서 1천만원 수익을 본 것에 매우 행복해 한다.
어쨌든 원금회복은 물론 1천만원 수익을 보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연 수익을 본 것일까? 수익을 보았다고 좋아 한다면 당신은 바보다. 그림1의 새우깡 가격 추이를 보면 2007년에 700원이었던 가격이 2018년에는 1200원으로 약 71% 올랐다. 당신의 부동산은 10년 동안 1천만원이 올랐지만 그 상승률은 3.3%이다. 새우깡 보다 못한 부동산인 셈이다. 가치와 가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바보 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림2 물가상승률에 따른 구매력 변화
그림2는 물가상승률에 따른 1,000만원의 구매력 변화이다. 구매력이란 화폐에 부여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매력은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그 힘을 잃어간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원인은 화폐량 증가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이 대표적이다. 이미 지난 주 칼럼에서 투자란 자신의 현금성 자산이 휘발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목숨을 건(?) 경제활동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런 투자활동과 같은 경제적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을 경우에 현금 1,000만원이 어떻게 허공에 날아가 버리는지 알아보자. 연간 물가상승률이 3%일 때 1년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현금 1,000만원의 구매력이 971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29만원이 허공에 날아가 버린다. 5년 후에는 863만원 10년 후에는 744만원의 구매력 밖에 가지지 못한다. 물가상승률이 4%일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1년 후에는 구매력이 962만원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5년 후에는 822만원 10년 후에는 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만약 연간 물가상승률이 3%일 경우 2016년 3억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투자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2년 후인 2018년의 실질 구매력이 28,200만원이 된다. 거금 1,800만원을 어떻게 써보지도 못하고 허공에 날려 버린 것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연도별 공시지가 상승률은 2013년 3.41%, 2014년 4.07%, 2015년 4.63%, 2016년 5.08%, 2017년 5.34%로 매년 상승 폭이 커지는 추세다. 현금을 은행에 넣어 놓으면 나의 현금성자선 구매력은 하락한다.
그런데 구매력 하락의 주범인 통화량 증가는 정부의 적자재정이 주요한 원인이다. 이것을 두고 사안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개헌까지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그 정치권에서 토지공개념의 예로 들었던 중국의 부동산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부동산 가치의 본질은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결론적으로 물가상승률에 상회하는 적절한 투자활동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신사임당이 세종대왕으로 바뀌게 된다. 현금의 구매력이 하락하는 것이다. 물가상승률 보다 못한 이자를 받기 위해서 금융기관에 목돈을 맡겨 놓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볼 때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은행이자율의 하락이 지속되거나 시장의 물가상승률을 상회하지 못하는 구간에서는 적극적인 투자활동이 요구되는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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