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장인석]도심 한 가운데 고물상이 있다면?

웃는얼굴로1 2018. 2. 8. 12:50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명동이다. 명동에서도 네이처 리퍼블릭이란 화장품판매점이 있는 부지가 가장 비싸다. 이 땅은 14년 연속 공시지가 1위에 올랐는데, ㎡당 8,600만 원이니까 1평 기준으로는 2억 8380만원이다. 부지 전체(169.3㎡) 가격은 145억 5,980만원이다. 2017년(140억 6,900만원)보다 4억 9,080만 원이 올랐다.

하지만 이건 공시지가일 뿐 실거래가는 아니다. 이 땅의 실거래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14년 간 거래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명동에서 거래된 땅 중 가장 비싼 가격은 3.3㎡당 10억 2,696만 원이다. 서울 중구 명동2가 33-7의 옛 랜드로바 빌딩을 2017년 6월 말 하나은행 신탁이 매입하면서 대지 101.5㎡에 315억 3,150만 원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땅의 공시지가는 3.3㎡당 2억 5,355원으로, 네이처 리퍼블릭 매장이 있는 땅보다는 싸다. 그러니까 리퍼블리 매장이 만일 거래된다면 1평당 11억 원은 넘을 것이 분명하다.

명동 다음으로는 강남과 용산, 종로, 을지로 등의 땅값이 비싸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런 지역의 땅들은 대로변인 경우에는 최소 5억 원 이상, 이면도로에 있다고 해도 2,3억 원 이상은 호가할 것이 분명하다. 땅값은 유동인구가 얼마나 많은가, 용적률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명동이나 강남은 사람이 많이 오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이런 곳은 용적률을 높여서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게 해준다. 용적률이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주로 상업지역이다.

시골에서 아무리 천하명당이라고 해도 유동인구가 적으면 땅값이 비쌀 수가 없다. 명당에 대한 터 값은 어느 정도 쳐주겠지만 서울 도심의 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시골 땅에는 용적률을 높게 정해줄 필요가 없다. 건물을 높게 올리기보다는 한적한 별장을 짓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땅값이 비싸다고 해서 건물도 반드시 호화롭고 비싼 것만은 아니다. 제2롯데월드처럼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땅이 있는가 하면 금세 쓰러질 것 같은 건물이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허름한 건물이 있다고 해서 땅값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허름한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게 되면 건물비까지 합쳐져 땅값은 더 오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최첨단 빌딩을 지을 때 건축비를 아무리 높게 잡더라도 한 평에 1,000만 원 이상을 잡기는 힘들다. 잘 지은 주택이 평당 600만∼700만 원일 뿐이다. 그러나 서울 강남의 대로변 땅 값은 한 평에 몇 억 씩 간다. 그러니 건물이 아무리 낡고 쓰러져간다 해도 땅이 좋은 위치에 있다면 그 값은 어디 도망가지 않는다.

이런 이치를 안다면 이제 땅을 보러 다녀 보자. 명동이나 강남에 고물상이 버젓이 존재한다면 투자가치가 있을까 없을까. 그 주변에 새로 지은 고급빌딩이 있는 땅보다 고물상이 있는 땅이 훨씬 투자가치가 높다. 고급빌딩이 있는 땅은 빌딩 값까지 포함해서 가격도 비쌀뿐더러 더 이상 개발을 할 수 없지만 고물상이 있는 땅은 개발을 할 경우 땅값을 크게 상승시켜 개발이익을 엄청나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요지에는 아직도 고물상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일반인들은 더러운 일을 하는 고물상 주인을 우습게보기도 하고 동네에 지저분한 곳이 있다며 코를 막고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그러나 고물상 주인은 지가 상승의 원리를 오래 전부터 꿰뚫고 있는 투자의 고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간 팔라는 숱한 유혹을 뿌리치며 묵묵히 힘든 일에 종사해온 이유는 지가가 언젠간 크게 상승해서 한몫 단단히 잡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으리라.

성수동에 사무실이 있는 필자는 다닐 때마다 만나게 되는 고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쩌다 강남으로 외출해서 고물상을 만나게 되면 이 땅은 얼마나 갈까, 여기다 뭘 지으면 좋을까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유명연예인 k씨가 80억 원에 산 성수동의 280평짜리 땅이 고물상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필자도 어릴 때 방배동의 단독주택에 살았지만 독자 여러분 대다수도 과거에는 단독주택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때는 단독주택의 값어치를 모르고 팔아치웠지만 만일 팔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다면 엄청난 부자가 돼 있을 것이다. 지금 서울의 단독주택 값은 아파트들은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비싸다. 아파트는 땅이 없지만 단독주택들은 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단독주택 건물 값은 거의 똥값이라고 할 수 있다. 철거비용까지 생각하면 거저 줘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땅값이 거의 모든 거라고 할 수 있다. 강남 단독주택의 땅값은 3,000만 원을 넘은 지가 꽤 오래되었다. 망원동이나 서교동 단독주택 땅값도 3,000만 원에 육박한다. 50평짜리 단독주택이면 15억 원이나 한다. 이걸 사서 건축비용 5억 원을 들여 다가구주택을 지으면 15=5=20억 원이 아니라 25억 원 정도로 둔갑한다. 임대를 놓으면 평생 마르지 않는 샘이 된다. 

고물상 원리는 서울 도심의 허름한 동네에도 적용된다. 창신동과 숭인동은 서울 도심에 있지만 아직도 낡은 건물들이 득시글거리고 어수선한 환경을 자랑한다. 이런 곳의 건물은 언젠가는 철거될 것이다. 서울 도심에 있기 때문에 최신 건물로 바뀐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 틀림없다. 

트리플역세권인 동대문운동장역 부근 역시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비싼 땅이나 허름한 건물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이렇게 비싼 땅에 고물상이 있다는 것은 부동산 최유효이용 법칙에 위배된다. 언젠간 개발되어 최신 건물들이 즐비한 지역으로 탈바꿈할 곳이다. 바로 이것이 개발이고 지가 상승의 패턴이다. 

필자가 미래가치가 높다고 주장하는 영등포 역시 개발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여의도와 가까운 서울 도심의 땅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놀리면 이것은 공간 낭비다. 서울도시기본계획 2030 플랜에서 영등포를 3도심 중 하나로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 땅이 아직 자기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