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땅으로 대박을 터뜨려볼까.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 꿈을 꾸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헛된 꿈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땅 대박은 주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덕이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신도시나 산업단지, 철도나 도로 건설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경제의 성숙단계인 선진국 반열에 올라 개발시대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이 줄어들었다. 공공택지 개발은 천문학적인 땅 보상으로 벼락부자 탄생의 대표적인 루트였다. 하지만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정부가 공공택지 개발을 대폭 줄이고 있다. 땅 대박은 개발시대의 신화에 불과하다.
사실 과거에는 돈이 있으면 땅에다가 돈을 묻었다. 마땅한 투자 상품이 없는데다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맹목적인 믿음 때문이다. 대박은커녕 애물단지가 되어 되돌아온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토박이인 은퇴자 김시준(가명‧70)씨는 요즘 골치를 앓고 있다. 25년 전 투자목적으로 충청권에 사놓은 논밭 4000평과 임야 1000평을 파는 문제 때문이다. 땅 덩치가 커서 매수자가 잘 나서지 않는다. 또 부재지주 소유 토지이어서 팔 때 양도세 부담이 무거운 것도 마음에 걸린다. 세금을 아끼기 위해 해당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직접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처지다. 평생 낫‧호미 한번 잡아보지 않은 그다. 김씨는 최근 팔리지 않는 충청권 땅을 성형외과 의사인 아들에게 증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부를 쌓은 아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큰 땅”이라며 증여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주변에도 김씨처럼 60~70대는 대도시에 살면서도 지방 농지나 임야에 많이 투자했다.
하지만 요즘 그런 땅이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최근 명당을 찾아가는 풍수 현장 투어를 가는 버스 안에서 풍수전문가 A씨는 어떤 땅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땅”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주로 산속의 묘지 명당을 찾는 음택풍수에 지명도가 높은 전문가다. 좌청룡 우백호 같은 풍수이론에 기반한 해설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솔직히 의외의 답변이었다. "국도나 지방도로 주변 상가나 휴게소의 영업이 잘 안되죠. 그 이유는 바로 땅 모양새가 나쁜 게 아니라 사람의 왕래가 뜸하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다. 하지만 뛰어난 통찰력은 다름이 아니라 상식에 기반한 지적인 번뜩임이 아닌가. A씨의 말을 들으며 버스가 지나는 한 국도 주변을 둘러보니 실제로 주유소나 음식점에는 인적이 뜸했다. 일부 가게 출입문에는 폐업이나 임시휴업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A씨는 "도로변 땅보다는 차라리 젊은층들로 북적이는 도심의 작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낫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로변 땅은 차량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무조건 유망한 투자처로 생각한다. 도로도 도로 나름이다. 대도시 주변이 아닌 한적한 시골의 도로변 토지는 생각보다 활용가치가 낮다. 먼 미래 개발 가능성만을 보고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토지의 활용도는 도시지역에 근접할수록,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높아진다. 땅을 사더라도 도심이 좋다. 최고의 땅은 젊은 사람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니는 곳, 다시 말해 젊은 층 중심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그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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