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북 단기 관망세 확산..매수·매도 문의 실종
"거래 절벽 온다" vs "갭투자 꾸준할 것" 전망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어제 오늘 매수자도, 매도자도 문의전화 한 통 없네요.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질 듯합니다"(서초구 잠원동 A중개업소 대표)
"단지 내 중개업소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 집값 어떻게 될까 그 얘기만 해요. 앞으로 대출이 막히니까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 조차도 집사기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 많습니다"(노원구 상계동의 B중개업소 사장)
정부의 24일 가계부채대책 발표 이후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25일 둘러본 상당수 중개업소에는 거래는 물론 문의전화가 뚝 끊겼고 찾아오는 방문객들도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쥐죽은 듯 조용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대한 현장의 평가에는 다소의 온도 차가 느껴진다.
"실수요자들의 대출까지 어렵게 되면서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과 이미 지난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나 청약조정지역에 이미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던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8·2 대책 때와 달리 기존 대출자에 대해서는 강화되는 규제를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고, 실제 시행까지도 두달 이상 남아 있다보니 시장이 더 조용하다"며 "일부 중개업소들은 당분간 거래 절벽이 올 수 있겠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석 직후에도 8·2 대책 이전 시세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가끔 매매가 이뤄졌는데 대책 발표 이후에는 문의전화가 많이 줄었다"며 "그렇다고 매도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차피 강남권은 8·2 대책 이후 대출이 크게 강화된 상태여서 추가로 대출을 강화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며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악재가 있어서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 층수를 49층에서 35층으로 낮추는 문제로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도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는 25일까지 주민 의견을 접수한 뒤 결과를 26일 주민들에게 통지할 계획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후에도 일단 가격은 그대로인데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매우 조용하다"며 "재건축 층수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대책의 영향으로) 매수, 매도자 모두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책 발표 후) 거래가 안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강북권도 대책 발표 이후 문의전화가 뚝 끊긴 채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용산구 한강로2가 중개업소 사장은 "집을 사면서 100% 대출 없이 자기 돈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1억원을 대출받아야 할 사람이 절반도 못받는다면 앞으로 집 사기가 어려워서 단기적으로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전셋값이 높은 강북지역에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요로 인해 집값이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8·2 대책 이후에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겠다는 문의는 꾸준했다"며 "강남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낮아 갭투자가 어렵지만, 전셋값이 높은 강북지역은 대출이 막히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들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의 중개업소 사장 역시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매수 문의도 없고 조용하다"면서도 "다만 어차피 전세를 끼고 구입하는 갭투자자들은 대출 규제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갭투자가 성행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를 끼고 사는 것도 집값이 상승할 기대치가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추가 대출이 막혔고 금리 인상에 세금까지 올린다면 기존 집도 팔아야 할 상황인데 갭투자를 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발표가 지연되면서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로드맵의 내용을 보고 집을 팔 것인지, 임대사업등록을 할 것인지, 증여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데 계속해서 발표가 미뤄지니 '역대급 강도'라는 규제책이 나와도 집값이 안떨어지고 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다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내년 3월말 전까지 급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시장이 경착륙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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