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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님비시대]① "영화관 사절합니다"..강남에선 편의시설도 '퇴짜'

웃는얼굴로1 2017. 9. 7. 22:07

내가 사는 지역에 위험 시설이나 혐오 시설을 들일 수 없다는 게 전통적인 ‘님비(NIMBY)’ 현상이다. 주로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장 같은 유해시설이 님비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최근엔 영화관이나 기숙사, 전시장과 같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곳도 님비 대상이 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편의시설이나 상생∙공익을 위한 시설도 주민 반대에 부닥쳐 시설 조성에 난항을 겪기도 일쑤다. 조선비즈가 최근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신(新)님비현상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 도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대형 영화관 조성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상빈 기자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편의시설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이런 영화관도 동네 사정에 따라 찬밥 신세가 되는 경우가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민들은 영화관이 들어서면 동네가 번잡해질 것을 우려해 영화관 입점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영화관이나 대형 복합쇼핑몰과 같은 생활편의 시설은 주거 생활의 질을 높여 일대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반기는 시설 중 하나다. 하지만 도곡동과 같은 일부 지역에선 쾌적한 주거환경을 해친다며 영화관 입점을 반대하고 있다.


◆ 영화관 막기 위해 소송까지…“조용한 주택가에 왜”


“평화로운 주택가에 대형 영화관이 웬 말이냐?”


지난 3월 서울 강남 도곡동 매봉역 인근 한 아파트 단지에는 영화관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유동 인구가 많아져 동네가 번잡해지고 주변 차도가 막힐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도곡동 매봉역 인근은 아파트와 고급빌라 등이 있는 조용한 주택가다. 이곳에 1000석에 가까운 대형 영화관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영화관뿐 아니라 주차장(68대)까지 생기면 교통난에 사생활 침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인근 주민들은 강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영화관이 들어올 수 없게 하거나, 극장 규모를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강남구청은 지난 1월 주민들의 민원 사항을 접수하고, 일부 설계 도면과 다르게 시공했다는 점을 지적해 일단 공사를 중지시켰다. 반면 시행사 측은 강남구청의 공사중지 명령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행사는 6월 승소했고. 현재 영화관 부지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청과 주민들은 항소했고, 현재 2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 도곡동 매봉역 인근에 들어서는 영화관 공사 현장. /최문혁 기자

도곡동 인근 주민들은 근심에 가득 차 있다. 영화관 부지 인근 아파트에 사는 채성학(29)씨는 “주거지는 무엇보다 조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관이 생기면 사람들이 몰리고 동네가 복잡해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도곡동 주민 김순동(78)씨도 “(영화관이 들어오는 것으로) 다 결정이 났지만 나는 여전히 반대한다”며 “차가 더 많이 다니게 되면 아무래도 사고 위험도 커지고 동네가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은 영화관을 짓더라도 규모를 200~300석 줄이거나, 지하 주차장을 만들기를 원한다”면서 “이런 건의사항을 최근 시행사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 속으론 ‘환영’ 겉으론 ‘반대’…보상금 노린다는 의혹도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일단 반대 목소리부터 높이고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곡동 A공인 관계자는 “속내는 영화관 건립이 싫지 않지만, 현수막을 걸고 집단적으로 반발을 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극장 건립을 반대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말했다.


도곡동 K공인 관계자는 “(영화관 건립을) 겉으로는 반대하면서 속으로는 반기는 주민들도 많다”면서 “영화관 건립 얘기가 나오자 오히려 주변 아파트 매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주민들은 금전 보상을 기대하고 반대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호재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십여년 전 도곡동 주변에 새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인근 주민이 공사소음 등을 이유로 공사 반대에 나서고 나서 금전 보상을 받은 적이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같은 부촌의 경우 주민들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중요하다고 여겨 공장 등 전통적인 혐오시설뿐 아니라 영화관이나 상업시설이 주변에 들어서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면서 “시설 조성으로 지역 주민과 갈등을 겪는 경우 금전적 보상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