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1월 1831→4월 815가구 절반 감소…전세끼고 대출받아 5채 한꺼번에 계약하기도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이 붙었던 경기 용인시의 악성 미분양이 최근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회복의 신호라기보다 높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이용한 갭투자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착시효과’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용인시 아파트 미분양은 3471가구로 지난 1월(5285가구) 대비 34.3% 감소했다.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같은 기간 1831가구에서 815가구로 55.5%나 줄었다. 용인시의 악성 미분양이 1000가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4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용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공급과잉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2008년 이후 줄곧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특히 수요가 한정적인 중대형 물량이 많아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2010년 부동산 경기침체와 더불어 악성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1065가구던 용인시 준공 후 미분양은 5개월 만에 3260가구로 3배 증가했다. 2015년 중순까지 3000가구 이상을 유지하던 준공 후 미분양은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말까지 여전히 2000가구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초 부동산경기가 다소 침체된 속에서도 용인시 미분양 감소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지난 1월 준공 후 미분양이 1831가구로 줄더니 △2월 1638가구 △3월 859가구 △4월 815가구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악성 미분양의 대명사로 꼽히던 ‘성복 자이1·2차’와 ‘성복 힐스테이트1·2·3차’의 미분양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2008년 준공한 이 단지들은 5개 단지 3659가구 가운데 지난 1월까지 미분양이 545가구에 달했다. 그동안 최고 30%에 달하는 할인분양을 실시했지만 당초 분양가가 8억원대 이상으로 비싸고 전용면적 100㎡ 이상 중대형 면적이 대부분이어서 수요자들이 찾질 않았다.
하지만 지난 4월 이 5개 단지의 미분양은 278가구로 약 절반이 줄었다. 그동안 할인분양 등 다양한 혜택에도 잘 팔리지 않던 악성 미분양이 최근 몇 달 새 갑자기 팔린 것이다.
지역 공인중개소들은 갭투자 수요가 많이 몰렸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신분당선 성복역이 개통한 것을 제외하곤 성복동 일대에 호재가 딱히 없는데 높은 전세가율을 보고 투자목적으로 문의한 사람이 최근 늘었다는 것이다.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한 뒤 집값이 오르면 이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성복 자이·힐스테이트의 분양 관계자는 “전용면적 134㎡가 할인된 가격으로 7억원에 분양하는데 실자금 1억5000만원만 있으면 나머지는 대출, 전세금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며 “최근에 갭투자용으로 5채를 한 번에 계약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성복동의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104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변화가 없다. 하지만 전세가율은 같은 기간 76.4%에서 81.4%로 5%포인트 상승했다. 높은 전세가율이 갭투자 수요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준공 후 미분양이 상당하던 용인시 삼가동의 ‘행정타운 두산위브 1~3단지’ 역시 올들어 미분양이 상당수 소진됐다. 지역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이곳 역시 실수요와 더불어 갭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가 상당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용인에 최근 호재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데 갭투자에 나섰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온다”며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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