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제2롯데에 밟히고, 삼성동에 치이고"..'샌드위치' 신천역 상권의 추락

웃는얼굴로1 2017. 6. 3. 18:45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밟히고. ‘샌드위치’ 신세는 늘 서럽다. 잘나가는 대형 상권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권’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신천(잠실새내)역 상권 중심거리. /최문혁 기자

 

한때 젊은이들이 즐겨 찾아 활기를 띠던 지하철2호선 신천역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권리금과 임대료는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다. 불황과 취업난에 주고객층인 20대의 발길과 소비가 줄어든 데다, 최근 개장한 제2롯데월드 주변과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으로 주목을 받는 삼성동 일대가 신흥 상권으로 뜨면서 상권 공동화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상권 침체는 권리금과 임대료 하락에서 엿볼 수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신천역 상권 임대료는 지난해 3분기 3.3㎡당 14만원에서 4분기 말 13만7000원으로 하락했고, 올해 1분기에는 3.3㎡당 11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잠실공인 관계자는 “중심거리 먹자골목 상가 1층의 경우 전용 33㎡ 점포 월 임대료가 250만~300만원 정도에 권리금이 1억~1억5000만원을 호가했는데, 올해 들어 권리금은 5000만원 정도 내려갔고, 임대료도 10% 정도 하락했다”면서 “지난해 신천역 먹자골목에 있는 건물 20~30채가 거래됐는데, 올해 들어선 상권 침체 탓인지 문의도 없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 대부분은 최근 손님이 줄고 매출도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닭볶음탕 전문점에서 일하는 김지민(가명·50)씨는 “지난 주말 저녁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갈비찜 식당을 하는 김성한(72)씨도 “최근 매출은 2년전 한창일 때와 비교하면 50~6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몇 곳을 제외하면, 이 쪽에서 장사가 잘되는 곳을 찾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장어집을 하는 김희영(68)씨는 “가게 문을 연 지 4년 됐는데, 올해 상황이 가장 안 좋다”면서 “인건비를 줄이려고 가족이 다 나와서 일하는데, 1년 전 매출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일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상권이 침체하면서 점포 임대 문의도 줄었다. 먹자골목에 있는 K공인 관계자는 “1층의 경우 예전엔 권리금도 비쌌고 임차인이 줄을 설 정도였는데, 지금은 보러 오는 손님이 없다”면서 “1층 점포의 경우 그래도 아직 권리금이 어느 정도 붙기도 하지만, 지하나 2~3층은 권리금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신천역 상권이 오래돼 낡은 탓에 신흥 상권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제2롯데월드몰 등 새로 뜨는 상권으로 빠져나간 것도 상권 침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최성호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신천역 상권은 인근 롯데월드몰 개장에 따라 업종별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입지나 주변 상권 영향 외에 2030세대가 겪고 있는 취업난 등 사회적인 요인도 시장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