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지역)자료

쏟아지는 비(非)강남 상업지..낙후지 해소의 해법일까, 투기 재앙일까

웃는얼굴로1 2017. 5. 17. 20:10

‘소나기’식 상업지 지정이 낙후 지역 해소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서울 시내 상업지역 배분 물량.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그동안 낙후되거나 소외된 동북·서남·서북권의 개발 미진 지역에 서울광장 100개와 맞먹는 면적의 상업지역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이들 지역의 개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업성이 부족해 개발이 더뎠던 지역인 만큼 상업지로 용도가 높아지면 용적률이 높아져 고밀 개발이 가능한 만큼 이곳을 중심으로 개발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상업지 지정은 땅값만 올려 오히려 지역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수요를 먼저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 기반시설(SOC) 등에 대한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균형발전 위한다지만…투기 우려 쏟아져

 

15일 발표된 서울시의 ‘서울시 생활권계획’을 보면 서울시는 오는 2030년까지 서울 시내에 시 유보 물량을 제외한 134만㎡(70%)를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동북권(59만㎡)과 서남권(40만㎡), 서북권(18만㎡) 등에 중점적으로 배분할 예정이다. 서울광장 100개를 합친 면적이다.

 

상업지로 지정되면 용적률을 최대 800%까지 받을 수 있어 고밀 개발이 가능하고, 지역 중심으로 지정되면 복합용도로 지을 때 최대 50층까지 층수를 올릴 수 있다.

 

이번 발표는 그동안 강남이나 도심이 아닌 곳의 개발 가능성을 높여 균형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상업지 용도 변경으로 투기 수요가 몰려 땅값이 오르고, 오른 땅값 때문에 개발이 더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도 종이 하나 상향되면 3.3㎡당 땅값이 1000만~1500만원이 훌쩍 뛰는데, 상업지로 종이 상향되면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땅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면 땅주인들은 개발하지 않고 그냥 보유만 해도 이득이라, 서울시가 상업지를 배분하는 목적이 확실히 하지 않으면 투기꾼이나 투자 여력을 가진 이들에게만 종상향의 이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계획센터 팀장은 “이번 발표는 재개발·재건축과 마찬가지로 낙후된 지역의 자력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상업지를 늘려 개발 여력을 키워주려는 것”이라면서 “무작정 용도변경이 되면 땅주인들에 이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큰 만큼, 지역 거주민들이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이 정체된 서울 시내 주택가. /조선일보 DB

 

◆ 배후수요 확충 먼저…‘선택과 집중’ 필요성도

 

새로 지정되는 상업지가 활성화할 만한 일자리 등 배후 수요를 먼저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업체나 업무시설 등 수요를 일으킬 수 있는 관련 산업 유치가 선행돼야 상업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 등 포괄적인 수요 확보 계획이 준비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투기수요가 몰려 땅값만 오르고 기대했던 낙후지 활성화는 더 요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창업, 고령자 일자리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수요가 제각각인 만큼 이를 고려해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면서 “서울 시내 상업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체계 없이 난립해 있기 때문에, 상업지를 확장할 때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상업지 배분에 더해 개발이 지속가능하도록 사회 기반시설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동남권의 경우 단순히 상업지가 많아서 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교통이나 편의시설, 교육 등 여러 자족기능이 복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라면서 “강남이나 도심이 아닌 곳에서 상업지 배분 효과가 나려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지역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시설도 확충돼야 할 것”라고 말했다.

 

서울의 도시 위상을 고려하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여의도와 도심권, 강남 등 서울 3대 도심 중 강남의 상업지는 지나치게 적은 편이라 마이스(MICE) 거점 육성이란 지금의 역할에 비해 체계적으로 개발이 실현될지 의문”이라며 “효과적인 도시 개발을 위해 강남대로 노선상업지(상업지와 일반주거지가 섞여있는 도로 주변 폭 12m 내 지역)를 블록단위로 묶어 상업지로 종을 상향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