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부동산

청년들 보금자리로 변신한 강남 꼬마빌딩

웃는얼굴로1 2017. 2. 2. 16:44

최근 국내에도 주택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가 확산하는 가운데 3년 넘게 비어 있던 서울 강남 한복판의 사무실이 청년들을 위한 저렴한 셰어하우스로 탈바꿈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셰어하우스란 독립적인 1인 가구들이 한지붕 아래에서 방은 따로 쓰면서 화장실·주방·거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함께 거주하는 방식이다.

 

주로 대형 아파트나 단독·다가구 주택을 개조해 셰어하우스로 바꾼 경우는 제법 있다. 하지만 땅값이 비싼 강남의 꼬마빌딩을 리모델링해 셰어하우스로 바꾼 것은 보기 드물다. 건물주는 공실을 한방에 해결하면서 임대 수익을 챙기고, 주거난에 시달려온 청년들은 저렴한 셰어하우스를 환영하며 서로 ‘윈윈(win-win)’하는 모습이다.

 

 

■3년째 비어 있던 사무실의 변신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4번 출구에서 강남구 역삼동 차병원사거리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지붕이 비스듬히 경사진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 이른바 꼬마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 빌딩의 문을 열고 3층에 올라가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다른 층과 달리 사무실이 아닌 주택이 나타난다. ‘쉐어원오렌지’라는 셰어하우스다. 이 주택은 최근 공사를 마치고 이달 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원래 이 빌딩은 3년째 공실이 수두룩했고 일부 세입자는 임대료도 몇 달씩 밀려 있었다. 장기 공실로 골머리를 앓던 건물주의 요청을 받은 어반하이브리드(도시융합협동조합)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이곳을 셰어하우스로 바꾸면 공실을 없애고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이상욱 어반하이브리드 대표의 생각은 이랬다.

 

“셰어하우스는 하나의 주택을 방(room) 단위로 분리해서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더 많은 세입자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건물주 입장에서는 3.3㎡(1평)당 임대료가 올라가는 셈이죠. 우리가 건물주에게 주택을 빌려서 다시 임대하는 이른바 전대(轉貸) 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입주자 월세 부담도 낮출 수 있는 것이죠.”

 

쉐어원오렌지는 건물주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어반하이브리드가 셰어하우스 개발·운영만 맡는 방식을 적용했다.

 

 

■뻥 뚫린 사무실, 개조하기 좋아

 

이 셰어하우스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말 그대로 빈틈이 없다. 비록 작기는 하지만 없는 것이 없다. 우선 원래 있던 사무실은 전용 10.3~13.3㎡짜리 방 8개로 쪼갰다. 거실, 주방, 화장실, 샤워실, 세탁실도 있다. 이 공간은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공간이다. 입주자들은 각자의 방을 한 칸씩 차지하지만 공용공간은 함께 쓰는 것이다. 이상욱 대표는 “지난해 서울에 있는 셰어하우스의 공실률을 모두 조사했더니 다인실은 공실이 높았지만 1인실은 낮았다”며 “독립적인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판단해 1인실로만 구성했다”고 했다.

 

사무실은 다인실 없이 1인실로만 셰어하우스를 구성하기에 유리하다. 대형 아파트나 단독·다가구를 리모델링할 때와 달리 사무실은 벽이 많지 않고 뻥 뚫려 있는 공간을 새로 구획하는 것이어서 원하는 규모로 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반하이브리드는 보증금 200만원, 월세 48만(전용 10.3㎡)~56만원(전용 13.3㎡)에 세입자를 모집했고, 현재 8개의 방 중 하나만 빼고 계약을 완료했다. 이 대표는 “임대수익에서 운영비용을 제외하면 쉐어원오렌지의 수익률은 연 6%(세금·금융비용은 미반영) 수준”이라며 “건물주는 공실을 해결해 현금흐름을 만들고, 리모델링을 통해 자산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고 말했다.

 

임대수익뿐 아니라 텅 빈 오피스 빌딩을 청년 8인의 거주지로 만들면서 주거문제 해소에 이바지한다는 점이 셰어하우스 운영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어반하이브리드는 말한다. 역삼동 주변 원룸 시세와 비교하면 쉐어원오렌지의 월임대료는 10~15% 저렴하고 보증금으로 목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 입주자에 유리하다. 이 대표는 “20·30세대 청년에게 합리적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 주거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실이 장기간 이어진 오피스 빌딩을 셰어하우스로 활용하는 사례는 향후 늘어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뉴욕에 있는 공실 오피스 빌딩을 고급 주거지로 바꾸면서 부동산 개발업자로 성공한 것처럼 외국은 이미 유휴 공간을 셰어하우스나 주택으로 바꿔 성공한 사례가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 수요가 부족하고 오피스 수요는 과공급한 상황이라, 강남 테헤란로 이면에 임대가 잘 나가지 않는 오피스 빌딩들은 셰어하우스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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