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사업가 홍석천씨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등극한 이태원 상권 형성에 혁혁한 공을 세운 주인공입니다. ‘홍석천 가게를 가지 않았다면 이태원을 간 게 아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들을 이태원으로 끌어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이태원 식당가의 제왕’으로 불렸죠. 하지만 손님이 아무리 늘어도 오히려 홍씨의 속앓이는 커져만 갔습니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있었죠.
건물주가 매년 임대료를 50% 이상 올린 겁니다. 홍씨는 낡은 건물을 자비로 4억원이나 들여 리모델링하면서 가게에 애정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7년간 운영한 식당에서 쫓겨났습니다. 당시 권리금 한 푼 받지 못했고 인테리어비로 쏟아부은 4억원도 고스란히 날렸죠.
상권을 활성화하고 건물 가치도 올려줬는데 결국 쫓겨나는 임차인의 운명. 홍씨는 초기에 다소 무리하더라도 스스로 건물주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는 2012년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 앞 이태원로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을 사들였습니다. 대지면적 228㎡, 연면적 286.86㎡,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로 매입가격은 20억원이었죠. 땅값 기준으로 매입가격은 3.3㎡(1평)당 3000만원이 안 됐습니다. 이태원 중심 상권인 ‘해밀튼호텔 뒷골목’ 반대편에 있어 시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했습니다. 해밀튼호텔 뒷골목 건물 시세는 당시 3.3㎡당 8000만~9000만원으로, 홍씨가 매입한 건물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높았죠. 홍씨는 건물 매입을 위해 대출 13억5000만원을 끼었습니다.
홍씨는 이곳에 레스토랑 ‘마이스윗’을 차렸습니다. 마이스윗이 ‘홍석천 가게’라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은 지도를 보면서까지 이곳에 찾아왔고, 동시에 이태원 유동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상권이 확장돼 홍씨 건물 시세는 4년 만에 40억원까지 뛰었습니다. 20억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얻은 것이죠. 홍씨는 부동산 투자자로서 초보였지만, 이태원을 무대로 성공한 사업가답게 자기 동네의 미래 가치를 내다보는 안목이 탁월했습니다.
건물주로 거듭난 홍씨는 건물 신축에도 도전합니다. 홍씨는 2013년 이태원우체국 근처 경리단길 토지 1필지를 10억원(대출금 8억2000만원)에 매입한 데 이어 올해 3월 인접 필지를 7억6500만원(대출금 3억원)에 추가 매입합니다. 홍씨는 두 개 필지에서 대지면적 156㎡, 연면적 330㎡,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 건물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홍씨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가게를 운영하고, 4~5층에 거주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인 만큼 홍씨처럼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 즉 대출을 지렛대로 잘 활용해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매달 임대료를 내는 것보다 오히려 좋은 투자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연 이자율 3%를 가정하면 10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내야 하는 월 이자는 250만원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한 달에 250만원이면 10억원짜리 꼬마빌딩을 매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건물을 빌려서 장사하면 불편하고 불안한 점이 많죠. 벽에 못 하나 박는데도 허락받아야 하고 임대료 인상, 주차 문제 등 건물주가 원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죠. 하지만 건물주가 되면 이런 불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 홍석천씨는 자신의 건물 옥상 테라스를 독특하게 꾸몄는데, 만약 건물주가 아니었다면 이런 아이디어를 꿈꾸는 것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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