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계획·개발지도

<르포> 개발방식 논란 성남시 대장지구

웃는얼굴로1 2011. 3. 25. 14:05

성남시 "공공개발" 강행, 주민 "민간개발" 반발

 

(성남=) 김경태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은 도시 속 농촌이다.

1976년부터 수도권 남단 녹지로 묶여 있었지만 2005년 6월 시가화예정용지로 설정되고 나서 성남의 노른자위 개발예정지로 주목받아 왔다.

분당과 판교신도시에 이웃해 거센 개발압력을 받고 있는 대장동이 최근 들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가 대장동을 공공개발하려고 하자 주민들이 민간개발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용인~서울 고속도로 서분당 나들목을 빠져나와 대장동으로 들어서면 주변 녹지와 어울리지 않는 큼직한 부동산 중개업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울퉁불퉁 마을 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농지 사이로 비집고 들어선 4층 연립주택들이 눈을 불편하게 만든다.

'시골에 무슨 부동산이지?', '밭두렁에 웬 빌라야?'라는 의문은 이 동네 사정을 조금 이해하면 바로 풀린다.

이 마을 연립주택 17채 중 16채가 시가화예정용지로 설정된 2005년 6월을 전후해 건축허가를 받아 들어섰다.

LH(당시 주공)가 '한국판 베벌리 힐스'를 조성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개발 보상을 노리고 지은 주택들이다.

한때 50㎡(약 15평) 빌라가 4억~5억원까지 거래된 적도 있다.

심지어 보상수익을 노리고 위장전입했던 137명이 2005년 11월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되기도 했다. 그 중에는 공무원 7명도 끼어 있었다.

이후 투기 단속이 진행되고 개발이 지연되면서 빌라도, 부동산 중개업소도 지금은 텅 비어 있다.

빌라 10채 중 6~7채 정도는 빈집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주민등록 실거주 조사에 대비해 야간에 자동으로 실내 전등이 작동하도록 센서까지 설치한 빌라도 있다고 한다. 빌라 현관 우편물함에는 가져가지 않은 우편물이 수북하다.

부동산 중개업소 여섯 중 한 곳만 문을 열고 있지만, 그마저 2005년 이후 거래가 뚝 끊겨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6월 LH가 사업을 포기하고 그 다음달 개발행위허가 제한고시가 만료되자 지주들로 구성된 대장동도시개발추진위원회가 민간 도시개발사업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시개발추진위는 2009년에도 두 차례 민간개발을 제안했으나 시가 주공의 공공개발 제안을 수용하면서 반려당했었다.

지주 100여명은 2009년 말 민간개발 시행사에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한 터라 민간개발이 무산되면 손해가 막심하다. 받은 계약금이 모두 1천850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이미 받은 계약금을 대토부지 계약 등으로 써버린 터라 송사와 경매 위기에 몰리게 됐다.

시행사가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을 받아 계약금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논란의 핵심은 보상가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주들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상가를 책정하면 민간개발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주장한다.

19대째 대장동에 살고 있는 이상락(64) 개발추진위원장은 "주변 농지가 평(3.3㎡)당 400만~800만원인데 100만~200만원을 받고서는 대토부지를 살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개발이익 환수문제도 논쟁대상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공개발 이익을 성남시 기반시설 확보와 낙후지역 발전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원빈(59)씨는 "30여년간 재산권을 제한받아 왔다"며 "이웃 분당, 판교 개발하면서 우리에게 개발이익을 준 것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대장동은 개발행위가 제한되면서 도로 확장이나 포장은 물론 상수도도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여름에는 식수가 부족해 소방차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사업 추진능력을 놓고도 서로 견해가 다르다.

주민들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성남시 재정으로는 보상비(LH 책정 5천700억원)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남시는 "정확한 보상가는 감정평가를 해야 알 수 있지만, 시비와 기채로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는 24일 대장지구 91만㎡를 도시계획사업구역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공공개발 추진 절차에 착수했다.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단독주택 3만6천604㎡(4%), 공동주택 29만987㎡(32%), 도시지원시설용지 16만5천290㎡(18.2%), 공원녹지 26만2천13㎡(28.8%) 등이다.

저밀도 저층 주택에 첨단기업이 입주하는, 자족기능을 갖춘 친환경 명품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