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꿈이었던 상가주택을 마련했다.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제한된 조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무엇일까 고민한 산물이다.
“어머니는 17년째 하남에서 돈가스 가게를 하고 계세요. 저는 빵을 만드는데 4년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하고 있고요. 가게 이름은 아버지 이름의 끝 자와 어머니 이름의 끝 자를 따서 지었어요.”
건축주 김훤 씨는 이름만큼 외모가 훤했고 이른 나이에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젊은 나이임에도 속 깊은 청년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며 쉴 틈 없이 부지런히 살아도 매달 건물임대료를 내고 나면 다음 달 임대료를 내기 위한 일상이 도돌이표처럼 돌아왔고 무리를 해서라도 ‘우리 가게’, 조금 더 나아가 ‘1층엔 우리 가게, 2층엔 우리 집’인 꿈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당연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었다. 건축가에게 원하는 대로 주문하고 건축가가 원하는 만큼 돈을 지급하면 고민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렇게 마음 편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비용과 시간, ‘우리의 조건’을 이해해 줄 건축가 찾기 등을 고민할 무렵 ‘공간공방 미용실’을 운명처럼 만났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 대지면적 : 94㎡(28.48평) / 건물규모 전 - 지상 2층, 후 - 지상 3층
건축면적 : 56㎡(16.96평) / 연면적 : 전 - 112㎡(33.93평), 후 - 151㎡(45.75평) : 다락제외
건폐율 : 전 - 59%, 후 - 59% / 용적률 : 전 - 119%, 후 - 160% / 최고높이 : 전 - 6.3m, 후 - 10.8m
공법 : 기초 - 기존 벽돌 줄기초에 철근 콘크리트 줄기초로 보강, 지상 - 기존 연와조에 철골 내진 구조 보강, 증축 부분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기존 부분 - 1.0B 시멘트 벽돌 + H BEAM, 증축 부분 - 2×6 구조재, 지붕 - 2×8 구조재 / 지붕마감재 : 이중그림자싱글
단열재 : 기존 부분 - 수성연질폼 100㎜ 발포, 증축 부분 - 그라스울 R21, R32 / 외벽마감재 : 기존 부분 - 벽돌(존치), 증축 부분 - 컬러골강판
창호재 : 1층 근생 부분 - 금속제작 창호, 2~3층 주택 부분 - 윈체 PVC창호(단열 2등급) + 트라이캐슬 시스템 창호
설계 및 시공 : 공간공방 미용실 www.silyongmi.com
미용실은 머리를 다듬어주는 미용실(美容室)이 아니라 미(美)아름답고, 용(用)쓸모 있고 실(實)실재적인 작업을 하는 공간공방이다. 주택 리모델링이나 작은 가게의 인테리어 작업이 주를 이룬 그들의 포트폴리오에선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평범한 재료로 근사한 공간을 만들거나 기존의 것을 보존한 채 조금만 고쳐 그만의 멋을 살리기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어느새 이들 작업의 팬이 된 훤 씨는 구입한 주택의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미용실에 맡겼다.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많아야 의견을 수렴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며 윤곽을 그려나갈 텐데 ‘건축주가 너무 욕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첫인상이 기억에 남는다고.
이 주택은 1983년에 지어진 건물로, 1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하여 가족이 오랫동안 운영해왔던 음식점을 이전하기로 했고, 2층은 어머니가, 수직증축을 통해 새로 생길 3층은 훤 씨가 살기로 했다. 공사 전 집을 처음 방문했던 작년 가을, 가로수로 심긴 느티나무 두 그루가 집 옥상까지 넘어와 눈앞을 가득 채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미용실의 김원일 실장은 그때부터 이 가로수가 이 집의 조경수가 되는 풍경을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리고 있었다.
특히 3층은 방이 좁더라도 약간의 외부공간을 원했던 건축주를 위해 집을 남북으로 나누고 북쪽으로는 작은 데크 공간과 주방 및 거실을 배치했다. 그 사이로 큰 창을 내어 집 안 가득 느티나무를 품게 해 마치 마당처럼 느껴지도록 하고, 남쪽에는 방 2개와 화장실을 배치해 질 좋은 남향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총 공사비용 (단위 : 원)
철거 및 가설공사 : 10,000,000 / 구조보강공사 : 20,000,000 / 설비공사 : 12,000,000 / 전기조명공사 : 6,500,000 / 증축구조공사 : 12,000,000 / 단열공사 : 3,000,000 / 창호공사 : 15,000,000 / 금속공사 : 6,000,000 / 지붕 및 외장공사 : 6,000,000 / 내부 목공 및 가구 공사 : 17,000,000 / 위생도기 및 타일 공사 : 4,000,000 / 도장공사 : 5,000,000 / 내부마감공사 : 6,000,000 / 도시가스, 덕트, 정화조, 옥상방수 : 4,500,000 / 조적, 미장, 기타공사 : 5,500,000 / 고용 산재 보험료 : 1,500,000 / 기타 경비 : 6,000,000
총 공사비 (건물구입비, 설계비 별도)140,000,000
* 구조보강공사는 신축공사와 다름없는 공정이었고, 철거·구조·설비·창호 등 기초적인 공사에 총 공사비의 절반을 사용했다. 최초에 계획된 예산의 나머지에 맞추어 소박하고 기능적인 내부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기본 설계가 대략 정리되자 이제 구조문제를 해결할 차례였다. 법규상 3층 이상의 건축물은 내진 구조설계가 되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기에 기존의 오래된 연와조 구조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 구조를 대부분 신설하기로 했다. 이미 벽돌로 내력벽이 만들어져 있는 기존 건물에 H-BEAM을 집어넣기 위해 필요한 위치마다 조심스럽게 타공하고 내진 구조설계기준에 따라 철골구조를 만들었다.
기존의 부실했던 단열재 부분과 설비도 모두 새로 작업하고, 3층의 큰 창을 비롯해 가로수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창호는 3중 유리의 시스템 창호를 설치해 만전을 기했다.
REMODELING PROCESS
INTERIOR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E0 라왕합판, 수성페인트 / 바닥재 : 1층 근생 - 테라조 타일, 2~3층 주택 - 데코타일
욕실 및 주방타일 : 국산 타일, 시멘트보드 위 수성페인트 및 방수코팅 / 수전 등 욕실기기 : 국산 제품 / 주방 가구 : 현장제작(E0 미송합판 + 스테인리스 상판) / 조명 : 국산제품
계단재 : E0 라왕합판 및 미송합판 / 현관문 : 방화문 / 방문 : 합판문 / 붙박이장 : 찬넬 및 합판 / 데크재 : 방킬라이 목재
내부에 있는 가구를 비롯해 손에 닿는 거의 모든 마감은 미용실이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고 따뜻한 분위기를 낼 뿐만 아니라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아도 수납장 손잡이 각도까지 신경 쓰는 등 사용자를 배려한 세세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나무로 만든 가구 위에 바니쉬를 바르는 과정은 건축주 가족이 직접 참여했다. 김 실장은 일을 일찍 끝내기 위해 시켰다고 농담으로 운을 뗐지만, 실제로는 집짓기 과정에 참여해 직접 손으로 만지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귀띔한다. 공간을 만들고 나면 이제 앞으로 이 공간을 채우고 가꿔나가는 건 사는 사람의 몫인데, 그 일을 귀찮아하지 않는 게 시작이기 때문이라고.
또 그는 어디에 어떤 페인트를 사용했고, 나무에는 무엇을 바르고, 바닥 자재는 어디서 구매했는지 등 ‘집 사용설명서’를 만들어 건축주에게 전달하고 주인 스스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것으로 본인의 소임이 끝난다고 전했다.
3층 테이블에 앉아 쏟아질 듯 펼쳐진 느티나무의 압도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전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 봄이 오면 새순이 돋아나는 걸 관찰하는 즐거움을 줄 것이고, 여름에는 풍성한 잎이 집 안을 가득 메울 것이다. 가을에는 떨어지는 잎을 보며 감상에 잠기게 하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 너머로 산천을 바라볼 수 있다. 빗소리, 나무 안에 새소리, 다락 천창에서 쏟아지는 하늘까지, 모두 이 집에 포함된 구성요소다.
비싼 자재를 쓰면 좋은 집일까? 화려하고 규모가 크면 좋은 집일까? 배산임수의 최적 지형에 놓인 집이 좋은 집일까? 만약 이것이 좋은 집에 대한 유일한 기준이라면 이 집은 분명 좋은 집이 아니다. 이 집은 그저 공짜로 주어진 가로수와 하늘, 기존 건물의 외관, 평범한 재료를 평범하지 않게 보이게 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조정하며,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마음을 조금만 달리하면 누구나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이 집은 말하는 듯하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어머니 여행 좀 보내드리고 싶어요. 17년 동안 추석, 설날 당일 빼고는 매일 가게 일 하시느라 제대로 된 여행을 거의 못하셨거든요.”
새집에서 어떤 삶을 기대하느냐고 조심스레 질문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입주를 마친 모자는 얼마 전 1층에 가게를 오픈해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임대료 걱정을 덜었다고 음식의 가격을 내린 마음 따뜻한 이들이, 이곳에서 오붓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길 바란다.
취재_조성일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6월호 / Vol.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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