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동산 관련)

[경제 view &] 부동산 위에 공존하는 한국 경제

웃는얼굴로1 2011. 3. 24. 13:57

한국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자산’이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금융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사’가 있다. 골드먼삭스·씨티은행 등이 그들인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부동산이 한국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하단 의미는 그만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왜 부동산이 그렇게 중요할까. 먼저 가계 자산 구성을 보면 80%가 부동산이다. 가계 경제가 부동산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도 사정이 비슷하다. 은행자산의 대부분은 대출인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0%에 근접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저축은행도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50%에 이른다. 은행은 그렇다 치고 과연 자본시장은 부동산으로부터 자유로울까. 그렇지 않다.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을 보면 유동화 기초자산의 주류가 부동산이다. 주택담보대출채권과 주택분양대금채권, 그리고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펀드는 어떨까. 부동산 펀드는 전체 펀드의 5% 정도에 불과하지만 부동산신탁은 사정이 다르다. 총수탁액 중 부동산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실물산업을 보자. 부동산과 직결된 산업은 건설업 그리고 부동산과 임대업이다. 건설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로 크게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7명으로 다른 산업들에 비해 고용유발 효과가 크다. 고용이 늘고 주는 데 건설업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부동산과 임대업의 GDP 비중은 6.5%다. 건설업과 합하면 부동산 관련 산업 비중은 14%에 이른다. 부동산은 건설업에만 중요한 자산일까. 그렇지 않다. 거래소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보면 총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평균 15%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20%로 더 높다. 결론은 명확하다. 가계와 기업, 금융사 모두에 부동산은 핵심 자산이다. 그러니 부동산시장에 충격이 왔을 때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역으로 부동산은 경제회복과 성장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부동산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자산’이라고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축은행 부실에 대해, 과도한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가 크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서로 다른 곳에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으나 그 뿌리는 모두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부동산이 경제 전반과 연결돼 있으니 발생하는 문제 역시 시스템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 해결책 또한 전체 시스템을 봐야 한다. 가계부채만 봐서도 안 되고, 건설업만 봐서도 안 되고, 금융사만 봐서도 안 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연장 여부를 결정할 때 명심해야 할 바다.

부동산과 관련해 참고할 쌍둥이가 있다. 바로 샴 쌍둥이(Siamese Twin)다. 몸체나 다리 등 신체 일부가 붙어있는 쌍둥이다. 얼마 전 러시아 샴 쌍둥이가 화제가 됐다. 한쪽은 담배를 좋아하고 술을 싫어하는데, 한쪽은 술을 좋아하고 담배를 싫어한다. 한쪽이 담배를 피우면 다른 한쪽이 너무 괴롭다. 술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중재에 나섰다. 마침내 서로가 다른 반쪽을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삼가기로 결정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가계도, 기업도, 금융사도, 관련된 정부 부처들도 혼자만으론 살 수 없는 샴 쌍둥이임을 인식해야 한다. 러시아 샴 쌍둥이처럼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부동산이란 공통된 몸통 위에 가계와 기업, 금융사가 공존하는 샴 쌍둥이와 같다. 미래에 경제 의술이 발전하면 모를까 현재로선 분리수술이 어렵다.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전체를 배려하며 샴 쌍둥이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