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옥 이전에 풍수가 웬 말이냐’고 하는 이들이 있다.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에 운명을 맡기면 될 것을 굳이 술수에 기대느냐는 뜻이다. 삼국지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에서 신의 한 수가 풍수임을 모르는 탓이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146 일대는 자손이 번영한다는 ‘백자천손지지(百子千孫之地)’의 염원이 담긴 터다. 조선시대에는 생명을 이어간다는 ‘수진방(壽進方)’이라 불렸다. 이 수진방을 작명하고 집을 지어 터를 잡은 이는 조선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삼봉이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해 목숨이 끊긴다는 ‘수진방(壽盡方)’의 의미로 전락했고, 마구간으로 사용돼 늘 밟힘을 당하는 비운의 터가 됐다.
말을 사육하던 사복시(司僕寺)터는 1983년 서울경찰청 기마대가 이전하기 전까지 말(馬)과 관련한 일로 600여년을 이어져 왔다. 지금은 사복시터임을 알리는 작은 비석과 이마(利馬)빌딩이라는 건물에서 흔적이 보일 뿐이다. 유추해보면 사람에게는 해(害)가 되나 말에게는 좋은(吉) ‘말 명당’인 셈이다.
말 명당에 자리한 이마빌딩은 입주 업체가 번창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들이 선호한다. 사람을 위한 주거지로는 낙제점이나 물류를 통해 경제활동하는 상업지로는 좋다는 말이다. 말(馬)의 특성과 통한다. ‘이마’라는 뜻은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와 유숙하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한국에 처음 발걸음을 하는 외국 기업의 첫 진출지로 좋다. 또 좋은 말은 멀리 나가 풀을 뜯는 법이니, 수출·교통 등 관련 업종이 입주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렇듯 땅도 사람의 활동 영역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다르다. 휴식과 충전을 위한 쉼터(주거시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분산시키는 놀이터(리조트), 기운이 날카로워 정신을 깨우는 사색터(종교시설), 왕성한 활동과 조직을 이루는 경제의 터(상업시설)가 따로 있다. 땅마다 자질이 다름을 사람들이 알지 못해 터를 탓하곤 한다. 부동산 공법이라는 잣대로 땅의 능력을 칼질한 오늘날 도시계획의 한계이고, 땅의 내적 가치를 보는 지혜의 눈을 감은 탓이다.
얼마 전 코스닥 상장사 S기업의 사옥 착공식이 있었다. 하늘과 사람, 땅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마음에서 기업의 운명을 봤다. 좋은 말이 머물 최적의 마구간을 골라 머물게 하는 것, 그 말을 최고의 적토마로 키워내는 것도 결국은 경영자의 몫이다. 기업은 하늘의 시기와 땅의 이익, 사람의 인화(人和)를 어떻게 조화롭게 맞춰가느냐를 늘 고민해야 한다. 선조들의 터 고르기가 개운(開運)을 열었음을 안다면 말이다.
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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