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지하철역 바로 앞 상가도 텅텅, 권리금은 옛말..이대 상권의 눈물

웃는얼굴로1 2016. 3. 4. 09:30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이화여대 앞. 아직 학기 시작하기 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해 이대 정문을 지나 신촌기차역으로 이어지는 ‘ㄱ’자 도로변 가게들은 일찍부터 문을 열고 ‘손님맞이’에 나섰지만 매장에는 직원들뿐이다. 골목 안쪽에 있는 상점 중 일부는 벌써 오래전부터 빈 듯, 유리문 안으로 가게 바닥에 먼지가 가득 쌓인 모습이 들어왔다.

 

종로, 명동 등과 함께 강북 대표 중심 상권으로 꼽히던 이대 상권이 과거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출구 바로 앞과 대로변에 있는 건물마저 들어올 사람이 없어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고, 장사가 잘 된다는 1층 상가 중에도 임차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점포가 나오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2번 출구 옆 상가가 공실로 남아있다. /이승주 기자
지하철 2호선 이대역 2번 출구 옆 상가가 공실로 남아있다. /이승주 기자
지하철 2호선 이대역 대로변에 있는 빈 상가 유리창에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 표지가 붙어있다. /이승주 기자
지하철 2호선 이대역 대로변에 있는 빈 상가 유리창에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 표지가 붙어있다. /이승주 기자
이대역 앞 ‘ㄱ’자 도로변 가게 중 일부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다. /이승주 기자
이대역 앞 ‘ㄱ’자 도로변 가게 중 일부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다. /이승주 기자
빈 가게가 많은 이화여대 52길. /이승주 기자
빈 가게가 많은 이화여대 52길. /이승주 기자

 

이대 상권의 몰락은 서울 대표 상권인 종각, 강남역 등의 상가 임대료와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1년 1분기 이대역 주변 상가의 1㎡당 임대료는 5만3700원으로 3.3㎡(1평)당 약 17만7200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강남역 주변 임대료는 1㎡당 2만8100원(3.3㎡당 9만2700원) 수준이었고, 종각역 주변은 1㎡당 4만7800원(3.3㎡당 15만7700원) 정도로 이대 상권의 임대료가 가장 비쌌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이대역 주변 평균 임대료가 4년 전에 비해 2만3700원 떨어진 1㎡당 3만원에 그쳤다. 3.3㎡당 9만원으로, 이 기간 임대료가 거의 절반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강남역 주변은 1㎡당 4만6700원(3.3㎡당 15만7700원)으로 올랐고, 종각역 주변 임대료는 1㎡당 7만500원(3.3㎡당 23만원)을 넘기며 세 상권 중 가장 비쌌다.

 

이대 주변 공인중개소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대 주변 상가 임대료는 상가가 ‘ㄱ’자 도로변에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상가 위치와 크기에 따라 차이가 크긴 하지만, 1층 기준으로 ‘ㄱ’자 도로변에 위치한 상가들은 월 임대료가 대부분 1500만원 이상이나, 이면 도로 쪽에 있는 상가들은 월 임대료가 몇십만원부터 몇백만원까지 다양하다.

 

관계자들은 ‘ㄱ’자 도로변 상가는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오른 곳도 있지만 이쪽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가들은 권리금과 임대료가 많이 내렸다고 전했다.

 

이대역 주변 D공인 관계자는 “상권이 전반적으로 활기를 잃으면서 임대료와 권리금이 많이 내려갔다”며 “(한창 잘 나갈 때) 권리금으로 6억원을 받던 전용 82.5㎡짜리 1층 상가는 이제 6000만원 수준에 그치고, 월 임대료도 500만~600만원 수준에서 3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T공인 관계자는 “이면 도로 상가들은 대부분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줄었지만 ‘ㄱ’자 도로변 상가들은 권리금과 임대료가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며 “보통 1층을 기준으로 권리금만 3억~5억원에 월 임대료가 1500만~2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높아, 비싼 임대료를 부담할 여력이 없는 세입자들이 나간 뒤로 새로 들어올 임차인이 없어 공실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 상권을 살리려는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측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

 

관할 구청인 서대문구는 지난해 9월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건물주를 대상으로 공방예술인과 청년창업자와 함께 특색 있는 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의 ‘이화여대 뒷골목 임대료 안정화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이대 앞 광장에서 이대 주변 사업자와 수공예 작가 등이 참여하는 벼룩시장 행사를 열었지만 큰 반응이 없었다.

 

이대 앞에서 자취하는 이민아(26) 씨는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3년 이상 하고 있지만 벼룩시장이 열렸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도 지난달 캠퍼스 주변의 빈 점포들을 임차해 학생 창업을 돕는 ‘이화여대 스타트업 52번가’ 조성 프로젝트에 나섰지만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아 문을 연 곳이 하나도 없다. 이화여대 52번길은 한 때 공방과 의류점 등이 번창했지만 지금은 문을 닫거나 비어 있는 가게가 다수다.

 

T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은 예전엔 전용 13.2~16.5㎡짜리 가게들도 임대료를 250만~300만원 받던 곳이다”라며 “주변 가게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거리가 죽으면서 지금은 권리금도 없고 월 임대료도 7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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