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공동공간으로 주거비 부담 줄이고 효율성, 안정성 높여”
“다양한 주거형태가 임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할 것”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하우스푸어, 렌트푸어와 같은 단어들이 등장했다. 부동산 시장은 빠른 속도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재편됐고 새로운 주거문화에 대한 고민도 점차 늘어갔다.
예술을 하는 젊은 세대들이 임대료가 싼 노후 주택가 골목에 터를 잡으면서 경리단길, 이화동 벽화마을 등의 새로운 문화거리가 만들어졌다. 또 중·장년층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성미산 마을과 같은 공동체 마을도 형성됐다.
![이은경 EMA건축사 대표는 공동체와 함께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주거 효율성과 주거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거 트렌드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2/10/chosunbiz/20160210070303347fjrh.jpg)
![이은경 대표가 제주도 프로젝트의 모형을 보면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수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2/10/chosunbiz/20160210070303535hmrq.jpg)
![이은경 대표. /김범수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2/10/chosunbiz/20160210070303692foof.jpg)
서울역 뒤편 만리동 고개 언덕에는 ‘개발’과 ‘아파트’로 점철됐던 한국 주거 형식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은경(40) EMA건축사 대표가 설계한 막쿱, 즉 ‘만리 예술협동조합 공공주택((Mallidong Artists Cooperative, M.A.Coop)’이다. 이은경 대표는 이 건축물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새건축사협의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공동 주관한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막쿱은 SH공사가 2013년 입주민 모집 공고를 하고 입주 예술인들이 이은경 대표와 만나 의견을 조율하며 지은 곳이다. 3개 동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중앙에 너른 마당을 두고 예술인 29가구가 공동으로 작업할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대표가 지은 공동체 주택은 막쿱 외에 ‘이음채’가 있다. 이음채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육아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이다.
이 두 개의 건물은 모두 ‘소통’과 ‘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주거 형식을 창출한 주거공간이다. 그는 “막쿱과 이음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공공 주택이나 공동체 주택을 직접 봤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기오헌 건축사사무소에 일하기도 했다. 그는 네덜란드 베를라허 인스티튜트 건축도시 석사 학위를 받고 현지에서 건축사 자격증도 땄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학업을 마치고 벨기에와 일본에서도 일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막쿱과 이음채 등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은 ‘공동체’와 ‘소통’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는 “거주자들이 공동체를 형성할 경우, 치솟는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또 이런 시도 자체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막쿱과 이음채는 모두 한정된 공간에 높은 효율성을 담아낸 점도 특징이다.
이은경 대표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공공의 공간을 갖추려는 형식은 공공분야뿐 아니라 민간에도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주에 마을 형태의 주거공간을 만드는 민간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체를 형성해 공공 공간으로 주거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 대표는 “수도권 전세비용 정도를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만들고 주택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구성원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함께 지내는 생활을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최근에는 커뮤니티 시설을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은경 대표는 “건설사 관계자들이 커뮤니티 시설과 같은 공동 공간과 관련한 상담을 요쳥한 적도 있다”며 “공동체와 공동 공간을 위해 주거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고민이 확대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경 대표는 “수요자들의 주택에 대한 인식이 자산 증식 수단에서 삶의 질을 높여줄 주거 공간으로 변해가면서 점차 다양한 주거 형태가 나타날 것”이라며 “다양한 주거문화가 형성되면 공공임대 등과 같은 임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은경 대표와의 일문일답.
-막쿱은 찾아보기 어려운 주거 형식이다. 어떤 것인가.
“이음채나 막쿱 모두 드문 형태다. 전반적으로 공공주택이 공급을 늘려 주거안정을 시키려는 것에 그쳤는데, 막쿱이나 이음채는 모두 임대주택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려는 정책 변화에 맞물려 나타난 형태다. 서울시는 가용할 수 있는 부지가 없다보니 공공임대주택을 작은 부지로 개발할 수 밖에 없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선진국도 공공 주택이 커뮤티니를 형성하고 구성원이 집을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바꿔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
-이 외에 비슷한 프로젝트도 많았나?
“막쿱과 이음채같은 프로젝트를 계기로 민간에서도 비슷한 형태 프로젝트가 많아졌다. 한 가지는 서울시 안에 다세대 주택을 같이 짓는 것이다. 집은 장만하되 전세금 정도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집을 같이 짓는 것도 서울시 프로젝트로 진행중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문화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이 같은 목적으로 집을 지어 노후를 보내는 형태다. 제주도에 16가구 정도 집을 짓는 프로젝트인데, 은퇴를 앞둔 사람이 20%정도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가진 분들이 노후를 제주도에 집을 지어 사는 것이다. 호화주택을 짓는 것이 아니라 비용 부담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16가구를 짓는다.”
-젊은 세대나 은퇴자들은 집을 투자가 아닌 실거주 측면으로 보려 한다.
“실수요자들은 거주 공간이 내 삶의 질과 연결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노후에 대한 투자라고 하면 현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한다. 특히 제대로된 주거질을 누리지 못하는게 젊은 세대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데 소득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내가 수입에서 어느 정도 주거비를 부담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집을 소유하고 집으로 자산을 증식한다는 생각보다 높은 주거 질을 어떻게,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막쿱과 이음채 등은 커뮤니티식으로 주거질을 높이면서도 공동의 공간을 만들어서 비용을 낮추는 형태다. 커뮤니티를 형성 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비용보다는 사람이 더 어려운 문제다. 이 방식을 택하는 것은 어려움은 없다. 개인의 욕심이 같이 가기 때문에 아직도 부동산에 대한 자산 인식을 갖게 되면 힘들어진다. ‘내가 어떤 주거 안정을 추구하겠다’, ‘내가 살고자 하는 집에 살겠다’, ‘내가 이웃이랑 잘 지내겠다’는 결심이 중요하다. 비용을 너무 낮게 생각해도 안 된다. 주택은 일반인이 평생 구매할 수 있는 가장 비싼 물건인데 낮은 가격을 예상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 전세금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다. 짓고 난 자산을 어떻게 분배할지도 중요하다. 도시 안에 집을 같이 지을 때 누가 몇 층에 살 것인가가 가장 문제다. 전체적으로 지을 수 있는 면적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공간과 삶의 방식을 조율한 후 집을 짓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집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동의 화합이 필요하다.”
-도시재생 범위를 지역적으로 넓게 확장했을 때에도 건축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저층 주거지는 요즘에 뉴타운 해제되고 난 후에 가로형 주택, 가로정비사업을 주택 등 한 곳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묶어 총괄 계획하에 이뤄진다. 공공에서 이런 분야에 건축가들이 개입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면 좋다.”
-임대주택은 주변 주민들과 의사소통과 조율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 자체가 주민 마찰을 빚게 된다.
“이음채는 이미 아파트 개발을 마친 계획된 도시지역에 만들어졌다. 반대가 있었다. 만리동 같은 경우 막쿱은 노후화된 저층 주거지라서 오히려 그런 여지가 없었다. 그 옆에는 센트럴자이 아파트가 개발되고 있는데, 그게 이미 입주한 상태였으면 반대가 생겼을 수 있다. 어쨌든 막쿱은 낙후된 지역에 공공 예술공간으로서 자리잡았고 지역 개발에도 영향을 줬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되는 형태를 갖는게 중요하다.”
-정부나 연구기관 차원에서 임대주택이 집값을 떨어트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 어떨까.
“실질적으로 그런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질적인 데이터를 정부에서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다고 바로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준공공임대주택에는 더 필요하다. 준공공임대주택 주거자는 소득이 낮지 않은데, 주택 소유자자보다 열등하다는 인식 자체가 없어질 필요도 있다. 임대주택이 주거질을 상당히 높여준다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2016년의 목표는.
“도시에 필요한 새로운 주거 유형을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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