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040 부동산 뉴리더] "월세대출∙입주서비스 준비하고 투자유치 추진중"..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

웃는얼굴로1 2016. 2. 8. 10:57

“이렇게요? 어색하니까 한겨울인데도 땀이 다 나네요”


부동산 광고 플랫폼 ‘다방’ 앱을 개발한 한유순(35) 스테이션3 대표는 광고 모델인 걸스데이 혜리의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쑥스러워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어쩔 줄 몰라하며 쩔쩔매던 그는 사업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눈빛이 바뀌며 사뭇 진지한 태도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노는 것이 좋았던 청년…본인 집 구할 때 불편했던 기억에서 사업 출발


한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 들어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에 진학했다.


한유순(오른쪽) 스테이션3 대표가 다방 광고모델 걸스데이 혜리의 포즈를 따라 하고 있다. /사진=이태경 기자
한유순(오른쪽) 스테이션3 대표가 다방 광고모델 걸스데이 혜리의 포즈를 따라 하고 있다. /사진=이태경 기자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 /사진=이태경 기자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 /사진=이태경 기자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 /사진=이태경 기자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 /사진=이태경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州) 일리노이주립대(어바나샴페인)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첫 직장으로 전공과 무관한 게임 회사를 선택했다. 그는 당시 선택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취업 포털 사이트에 검색한 키워드가 ‘연애’, ‘오락’이었을 정도니까요. (검색해 보니까) 나오는 회사들이 다 게임 회사뿐이었고, 게임을 만드는 일도 재밌겠다 싶었죠.”


2008년 모바일 게임 회사 ‘게임빌’에 입사한 한 대표는 주로 해외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2010년에는 또 다른 게임회사로 옮겼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메디컬 IT회사로 이직해 3년 정도 일을 하다가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오래전부터 자기 사업을 하고 싶었던 한 대표는 2013년 게임빌에서 같은 방을 썼던 후배(문희홍 다방 CTO)와 본격적으로 사업 구상에 나섰다. 다양한 아이템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그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그는 초기 자본금(약 3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의 한계도 있었지만, 당장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었던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집을 구할 때 맘에 드는 집을 찾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던 기억이 많았다”면서 “사업 구상 당시 후배가 관악구에 살고 있었는데, 집 알아볼 때 허위 매물도 많고 낚시성 매물도 많아서 불편한 점이 많아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다방’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 경쟁 업체 직방과의 경쟁…출혈 컸지만 성장할 수 있는 계기


다방은 관련 업계 최초 ‘개방형 부동산 광고 플랫폼’ 시스템이었지만, 선점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경쟁사인 ‘직방’에 1위 자리 내줬다. 직방은 다방보다 1년 앞서 부동산 플랫폼 앱을 출시했다. 하지만 다방과 달리 부동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매물을 중개한 뒤 소비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형태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업 방식을 불법이라 판결을 함으로써 직방도 다방과 같이 공인중개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앱 다운로드를 기준으로 직방과 다방이 각각 1000만건, 600만건 이상을 기록하며 업계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 대표는 ‘자본의 차이’가 초기 격차로 이어졌다고 봤다. 한 대표는 “경쟁사는 외부 투자 유치에 밝았지만, 나는 그냥 서비스를 만들고 열심히 하면 사용자들이 알아서 알아주리라 믿고 1년 반가량을 버텼다”면서 “그 사이 경쟁사는 투자받은 자본으로 광고도 하고 인지도를 쌓으면서 차이가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다방은 직방과 상표권 분쟁도 진행 중이다. 직방은 지난해 초 다방에 상표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직방이 다방의 상표권을 먼저 등록했다며 다방이 이 명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법원은 직방보다 앞서 상표권 등록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다방의 손을 들어줬고 직방이 항소를 진행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 대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데다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던 것과 아직 시장 전체 매출이 크지도 않은 동종업계 경쟁사끼리 법적 소송으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한 대표는 “사업 초기 자본금이 부족해 100만원을 아끼려고 상표권을 직접 등록했는데, 등록하는 상표 하나하나가 비용이라 좀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며 “돈 몇 푼 아끼려다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으니 큰 돈 주고 레슨을 받은 셈이다”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 앱 시장은 두 회사 매출을 합쳐봐야 200억원도 안되는 작은 시장인데 의미 없는 소모전을 하면서 법적 소송까지 간 부분은 안타깝다”며 “소송에 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으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미디어윌의 다방 인수와 ‘혜리 효과’…사업 크게 성장한 계기 마련


2015년 1월, 벼룩시장과 알바천국, 부동산써브 등을 보유한 미디어윌그룹이 다방 지분의 70% 이상을 인수하면서 다방은 미디어윌그룹의 식구가 됐다. 한 대표는 미디어윌에 인수되면서 장점도 많아졌다고 했다. 자금 문제들이 많이 해결되고 기존 미디어윌의 역량을 이용할 수 있고 컨설팅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크지만, 미디어윌과 손을 잡을 때 가장 기대했던 것은 미디어윌이 우리의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벼룩시장이나 부동산써브 등 미디어윌 계열사 중에는 전국 각지에 영업사원이 있어 이분들을 통해 다방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방의 인지도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광고 모델인 걸스데이 혜리의 역할도 컸다. 미디어윌의 마케팅비 지원을 받은 다방은 혜리를 광고 모델로 세웠고 이후 혜리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다방의 인지도도 덩달아 상승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운영 방법 등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도 인수 후 변화된 점이다. 스테이션3는 미디어윌에 인수되기 전 직원이 10명도 채 안 됐지만, 인수 후 1년 사이 직원이 40명 정도로 늘었다.


한 대표 개인적으로는 미디어윌 계열사 대표들과 자주 만나면서 회사를 경영하는 노하우를 차근차근 알아가고 있다. 그는 “미디어윌 계열사 대표들과 종종 만나면서 경영자의 역할을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며 “회사의 결속력을 끌어올리는 법이나 체계 잡는 법 등 회사를 경영하고 계획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신사업 전략 “깊고 넓게”…투자 유치 임박


한 대표는 앞으로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고 연계 서비스를 확충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다운로드 수나 매물 수 등 가시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큰 목표”라며 “기능적인 부분은 업데이트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해 사용자의 만족도를 올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사용자가 조건을 설정하면 이에 맞는 최적의 집들을 보여주고 궁극적으로는 집을 가보지 않고 앱을 통해 집을 계약해도 사용자가 100%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능적인 부분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여럿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서비스 차별화와 더불어 연계 서비스 확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이사 견적’ 서비스가 한 예다. 단순히 최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 합리적인 가격 테두리에서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고 품질은 엉망인 곳보다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뛰어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과 업무협약(MOU)을 맺을 계획”이라며 “다방은 원룸 청소 서비스와 인터넷·TV 등 입주 시 필요한 기본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으며 서울시와 월세 보증금 대출 서비스 등도 협의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외국계 금융사로부터 38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경쟁업체처럼 다방도 국내·외 투자사들로부터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 대표는 아직 세부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회사 이름이나 투자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복수의 회사들과 적게는 50억원부터 많게는 200억원 이상의 금액을 두고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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