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한남동 독서당길등 개인 주도해 스토리·감성 입혀
외국계 부동산 회사도 건물 통매입해 골목 상권 검토중
지하철4호선 충무로역 4번출구로 나와 뒷골목을 걷다보면 캡슐처럼 생긴 ‘컨테이너’가 있다. 33㎡ 남짓 크기의 공간에 김진우 작가의 ‘신인류 시리즈’가 전시돼 있는 작은 미술관이다. 인근에는 24번 번지 수에 착안한 ‘24번가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24번가 베이커리’가 문을 열었고, 바로 옆에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서재를 옮겨온 ‘24번가 서재’도 완성됐다. 조만간 ‘24번가 공연장(가칭)’도 준공된다. 골목을 돌아 남산골 한옥마을로 걸어 올라가면 아담한 미술관 3곳을 만나게 된다. 건물 모양에 따라 우물, 이음, 골목길 등으로 불린다. 이달부터 ‘골목길’에서는 ‘세상을 비추다’ 라는 주제로 백남준 작품을 전시한다.
서울 뒷골목에 최근 제2의 장진우 거리가 싹트고 있다. 인적이 드물고 후미져 상권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뒷골목을 일개 개인이 건물을 하나둘씩 사들여 ‘핫 플레이스’로 탈바꿈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장진우 거리는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안쪽 주택가로 50여m 들어간 골목길이다. 지난 2011년 장진우씨가 ‘장진우 식당’을 오픈한 뒤 한식전문점 ‘문오리’, 디저트 전문점 ‘프랭크’, 퓨전 한식점 ‘경성 스테이크’ 등 9개가 잇달아 문을 열면서 맛집 거리로 변신하자 ‘장진우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필동 골목길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은 30년 넘게 중구 필동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 박동훈 핸드비티엘미디어그룹 대표다. 2012년부터 필동과 한옥마을 일대 자투리땅에 미술관을 짓고 있다. 일명 ‘필동 타운 프로젝트’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이 소유하고 있지만 쓸모가 없어 방치한 땅을 장기 임대해 현재까지 미술관 4곳을 완성했다. 사실상 길거리에 있는 미술관이어서 ‘스트리트 뮤지엄’으로 불린다. 작게는 10㎡ 남짓 크게는 50여㎡ 크기지만 건축비와 전기세, 작품 전시를 위한 보험 등 미술관 운영·관리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개인이 충당하고 있다. 미술관은 문화·예술을 누구나 언제든지 즐길 수 있도록 24시간 운영하고 관람비도 무료다.
연말까지 3~4곳이 추가로 준공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총 12개 또는 많게는 24개까지 늘려 미술관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둘레길로 잇는 게 목표다.
박동훈 대표는 “광고 스튜디오, 출판사, 영화사 등이 떠나면서 활기를 잃은 필동을 문화·예술의 메카로 되살려보자는 취지”라며 “지금은 중구청과 문화·예술계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썰렁했던 필동에는 문화·예술계 사람들의 발길이 늘면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며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한남동 독서당길도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 재계 3세들이 건물을 통매입해 거리를 꾸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부동산 회사도 최근 뒷골목 건물을 10여개 통째로 사들여 새로운 상권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면도로의 저렴한 제1·2종 일반주거지역 단독·다가구주택들을 리모델링해 커피샵과 레스토랑 등을 넣어 거리를 꾸미려는 것. 도쿄 롯본기 힐스를 활성화시킨 ‘타운 매니지먼트’를 도입해 상권을 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할 계획이다. 세입자는 장사가 잘 되서 좋고, 투자자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으며 낙후됐던 골목은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오모테산도나 다이칸야마 등도 개인이 건물주들과 거리를 바꿔보려는 골목 실험이 성공한 사례”라며 “부암동 등 스토리를 입혀 개성 있는 상권으로 꾸며 볼만한 골목이 많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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