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생존율 30%에 건 생계..'치킨 공화국'의 자화상

웃는얼굴로1 2015. 11. 10. 07:39

송파·노원·강남구 순으로 치킨집 많아
한해 7400개 생기고 5000곳 문 닫아

 

생존율 30%. 평균 1억~2억원의 권리금에 월세 400만~700만원은 내야 차릴 수 있는 곳. 바로 치킨집이다.

 

전국 3만6000개, 서울 반경 1㎞에 28개 닭집이 있다는 대한민국. 전국 치킨집 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으니 ‘치킨 공화국’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원해서든 원치 않아서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 퇴직자들이 노후 생계를 위한 선택지로 달려드는 치킨집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치킨 공화국’의 현주소. /그래픽=김연수

‘치킨 공화국’의 현주소. /그래픽=김연수

서울에서 영업 중인 치킨집은 약 6120곳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주로 업무지구 인근과 대단지 아파트, 지하철역 부근에 치킨집이 몰려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캡처

서울에서 영업 중인 치킨집은 약 6120곳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주로 업무지구 인근과 대단지 아파트, 지하철역 부근에 치킨집이 몰려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캡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치킨 전문점만 약 3만6000여곳이다. /조선일보DB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치킨 전문점만 약 3만6000여곳이다. /조선일보DB

◆ 쉬운 창업, 만만치 않은 사업

 

대한민국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퇴직 후 창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운영·관리가 비교적 수월한 치킨집을 차리면서 닭집 수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렇다고 치킨집이 만만한 사업은 아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평균 7400여개의 치킨집이 생겨났지만, 5000여개는 폐업했다. 살아남은 치킨집은 30%에 불과한 셈이다. 치킨집이 너무 많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던 탓이 크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치킨 전문점은 약 3만6000여곳이다. 서울에서 영업 중인 치킨집만 약 6120곳으로 파악된다. 반경 1㎞에 평균 28개의 치킨점이 있다.

 

◆ 송파·노원·강남은 ‘치킨 과밀 지역’

 

특히 업무지구 인근과 대단지 아파트, 지하철역 부근에 치킨집이 몰려 있다. 서울에서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 노원, 강남, 관악, 강동구 순으로 치킨집이 많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치킨점 과밀지수’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역별 치킨집 현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치킨집 과밀지수를 ▲안전 ▲주의 ▲위험 ▲고위험 등 4개로 나눴는데, 서울에서 치킨점 과밀지수가 고위험인 지역은 종로5가역, 경복궁역, 숙대입구역, 군자역, 구의역, 신천역, 대치역, 등촌역, 교대역, 가산디지털단지역, 서울대입구역, 신도림역, 사당역, 압구정 로데오거리, 학동역 인근 등이었다.

 

이 지역들은 ‘매출포화지수’와 ‘매출감소위험지수’가 매우 낮지만, ‘출점위험지수’는 매우 높았다.

 

매출포화지수는 점포가 앞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를 본 것이며, 매출감소위험지수는 신규 점포가 입점했을 때 기존 점포 매출이 감소하는지를 따진 지표다. 출점위험지수는 신규 점포가 생겼을 때 기존 점포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지 판단하는 지표다.

 

◆ 억대 권리금, 월세 천차만별

 

부동산·창업 전문가들은 “치킨점이 몰린 지역은 대부분 상권이 좋은 곳이지만, 그만큼 권리금과 월세가 높고 매장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창업을 생각한다면 기대 수익률을 만족할 수 있는지를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가 주요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치킨집(1층) 시세를 확인한 결과, 서울 지역 치킨집 권리금은 보통 1억~2억원 사이였다. 월세는 점포면적과 지역마다 달랐지만, 대략 400만~700만원 수준이었다. 신천역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고, 먹자골목이 있는 지역은 권리금이 최대 4억원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종로5가의 132㎡짜리 치킨집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400만원이며, 권리금이 2억원 정도였다. 종로5가 주변 A공인 관계자는 “종로5가 중에서도 가장 상권이 좋은 곳에 있어서 권리금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대치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면적 46.2㎡ 치킨집은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에 권리금은 1억~1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B공인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집들이 주변에 많고, 닭을 파는 호프집도 꽤 많아 수익률을 크게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천역은 면적과 위치에 따라 권리금이 1억5000만~4억원 수준이다. 월세는 400만원 언저리다. 신천동 C공인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변이 먹자골목이다 보니 대로변으로 갈수록 임대료가 더 가파르게 오르는 편”이라며 “치킨집으로 창업한다면 월 3%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학동역 주변의 면적 66㎡짜리 치킨집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200만~300만원이었다. 권리금은 5000만~1억원 사이다. 면적 132㎡인 치킨집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30만원, 권리금은 2억원 수준이다. 점포 면적이 커질수록 월세와 권리금도 높아진다.

 

◆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 잘 파악하고 창업해야

 

치킨집이 밀집된 상권의 경우 대체로 유동인구가 많아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다를 수도 있다. 창업·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권리금과 월세 등 고정비를 빼고 나면 기대수익을 만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창업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이나 홍대·종로 등 중심 상업지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아 치킨집이 많아도 장사가 잘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정반대인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강남이나 홍대 일대는 최근 월세를 높게 올려 받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창업 전에 투자금액과 예상 영업이익 등을 잘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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