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DTI 규제 완화의 성과와 한계① 가격 상승·가계 부채 영향력 크지 않다

웃는얼굴로1 2011. 2. 24. 14:18

아기곰

 

8·29 대책이 나온 지 다섯 달이 흘렀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8·29 대책에는 여러 조치가 포함돼 있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 규제 완화다.

주택 담보대출의 양대 규제인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DTI에 대해서는 LTV 한도 내에서 은행이 자율로 결정하도록 한 것이 8·29 조치의 핵심이다. 정부가 이 규제를 푼 이유는 거래 활성화에 있었다.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여러 부작용들이 벌어지자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다. 그러면 이 DTI 규제 완화 조치 이후 정책의 목표가 달성됐는지 살펴보자. 겉으로 나타난 결과만 보면 주택 거래 활성화라는 DTI 규제 완화 정책의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거래 물량을 살펴보면, DTI 규제가 시행됐던 1월부터 8월까지의 월평균 거래량은 6만5953건인데 비해 규제 완화 이후인 9월부터 12월까지의 평균 거래량은 8만398건으로 규제 전에 비해 22%나 증가했다.

이는 예년(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월평균 거래량 7만8896건과 비교해서도 평균치 이상을 보인 것이다. 이에 비해 아파트 가격은 그리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0년 8월 대비 2010년 12월 아파트 시세는 전국 평균이 1.6% 오른데 그쳤다.

그나마 이 정도 오른 것도 지방 소재 5대 광역시가 3.8%, 기타 지방이 3.5% 오른 것에 힘입은 것으로, 서울(마이너스 0.5%), 경기(마이너스 0.4%), 인천(마이너스 0.7%) 지역 등 DTI 규제 완화의 수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DTI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규제 완화 이후 집값 폭등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택 담보대출 증가세 역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 모두 거래가 하락

거래량 증가 추세나 시세 상승률이라는 두 지표를 보면 DTI 규제 완화 시 정부가 의도했던 ‘거래를 늘리고 가격을 안정권에 묶어 두려는’ 정책 목표가 완벽하게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성과라면 오는 3월 말로 종료되는 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DTI 규제 완화로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면 취득·등록세나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가 비례해 증가하게 되므로 정부 재정이 건전해진다는 장점도 있고, 부동산 중개업소나 인테리어 업체 등 유관 산업의 경기도 같이 살아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을 팔려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 모두 자신이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DTI 규제 완화 연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두 가지다. DTI 규제 완화가 연장되면 첫째는 주택 시장을 자극해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둘째는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 부채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DTI 규제 완화가 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거래량 증가에 끼치는 영향에 비해 상당히 미미하다. 앞에서 인용한 통계에서도 확인됐듯이 지난 넉 달간 수도권 아파트 값은 오히려 DTI 규제 완화 이후에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주택 거래가 늘어난다는 것이 집값이 오르는 직접적인 원인은 되지 않는다. 어떤 지역의 주택 거래가 증가했다는 의미는 그 지역의 집을 산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같은 수량만큼 누군가가 주택을 팔았다는 의미도 된다.

거주라는 측면에서 보면 집이 필요한 사람은 산 것이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은 판 것이다. 투자의 측면에서 보아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집을 산 것이고,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집을 판 것이다.

이렇게 거래가 활성화되면 자금이 부족해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집을 팔지 못해 고통을 받았던 사람은 집을 팔고 나서 빚을 갚든지, 주식 투자 등 다른 투자를 할 자금이 생기는 것이다.

DTI 규제 완화와 지난 몇 달간 주식 시장 상승 모드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증명할 수 없지만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집을 팔았던 사람의 자금 일부는 주식시장으로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주택 시장에서 거래량 증가는 경제 전체로 보아도 이익인 것이다.

주택 시장 거래량 늘어야

DTI 규제 완화가 가계 부채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최근 한 언론이 조사했듯이 그 영향은 크지 않다. 주택 담보대출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과거(2000년대 초반)라면 DTI 규제 완화가 가계 부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주택 담보대출이 없던 집을 누군가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담보대출이 일반화된 현재에는 DTI 규제 완화가 가계 부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매수자 쪽에서 보면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계 부채가 증가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매도자 쪽에서는 집을 파는 순간 주택 담보대출을 일시불로 전액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가계 부채는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다.

결국 매수자가 새로 빌리는 대출금이나 매도자가 상환하는 대출금 규모가 비슷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가계 부채 증가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 가계 대출 규모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11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 대출 규모는 590조2049억 원이다. 이 가계 대출 안에 주택 담보대출은 353조7500억 원으로, 전체 가계 대출의 59.9%를 차지한다.

나머지 40%가 넘는 기타 가계 대출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라든지, 예·적금 담보대출 등을 포함한다. 그런데 DTI 규제 완화 직전인 2010년 8월과 DTI 규제가 완화되고 난 후 가장 최근인 2010년 11월의 자료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DTI 규제 완화 때문에 가계 대출이 늘어났다고 가정하면 전체 가계 대출 중에서 주택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져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다. 주택 담보대출의 비중은 2010년 8월의 60.0%에서 11월 59.9%로 비중이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DTI 규제가 한창이던 7월의 60.3%에 비하면 DTI 규제 완화 이후의 주택 담보대출의 비중 축소가 확연하다.

가계 대출 증가율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DTI 규제 완화 직전인 2010년 8월부터 DTI 규제 완화가 실시된 11월까지 가계 대출 규모는 2.65%가 늘어났다. 그런데 그중에서 주택 담보대출은 2.62%가 늘어난데 불과하지만 기타 가계 대출은 3.37%나 늘어났다.

현재 가계 대출 증가의 주된 원인이 주택 담보대출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8월에 비해 11월의 아파트 거래량이 50% 가까이 늘었지만 주택 담보대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은 사람도 있지만 집을 판 후 대출을 상환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같은 기간 동안 주택 담보대출이 2.62%가 늘어난 것도 DTI 규제 완화 정책 때문이기보다 신규 분양이나 미분양 주택 판매에 따른 입주 물량 때문이다. 기존 주택이 담보대출의 차주만 바뀌는 것과 달리 새로 입주하는 주택은 담보대출 자체를 새로 받아 잔금을 치르기 때문에 새로 입주하는 주택이 많을수록 가계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위와 같이 8·29 조치의 핵심이랄 수 있는 DTI 규제 완화는 원래 취지대로 주택 거래 활성화에 일조했다. 반면 그 부작용으로 염려되던 집값 폭등 사태는 오지 않았고 주택 담보대출의 증가세도 일부의 오해와 달리 그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이 조치를 연장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에는 DTI 규제 완화의 한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