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인테리어

물새지 않는 평지붕을 만드는 하나의 대안

웃는얼굴로1 2015. 6. 28. 11:12

콘크리트 평지붕 방수, 이대로 좋은가?

 

밑져야 본전, 잘하면 당연하고 못하면 큰 하자가 나는 것이 건축물의 '물' 관리다. 특히 지붕은 물과 접하는 빈도가 높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콘크리트 건물의 평지붕 방수, 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 방수 관련 신기술과 공법은 등록신청 건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공법이 개발된다는 것은 그만큼 하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집을 지으려는 설계•시공자가 건축주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평지붕은 물이 샌다던데요?'일 정도다. '어차피 생길 하자면 쉽게 시공하고 나중에 보수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 속에서 방수를 철저히 하기보다는 도막 방수나 시트 방수 등 시공이 편리한 쪽으로 치우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단독주택에서 평지붕 방수는 눈 먼 영역에 가깝다. 간편하게 시공하는 도막 방수나 시트 방수는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제 성능을 다하는 2~3년마다 유지•보수하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벽에 곰팡이가 피고 가구가 상하기 시작하는 시점에는 이미 건물의 하자 보증기한이 끝난 후이기 때문에 기백만원에 달하는 방수비용과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건축주의 몫이다.

일반적인 방수공법을 알기 전에 먼저 지붕의 종류를 알아보자. 지붕은 형태에 따라 경사지붕과 평지붕으로 나뉘는데, 목조주택은 구조체와 상극인 물을 다스리기 위해 경사지붕 형태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경우는 물성의 특성을 이용해 적절한 비율로 배합, 양생, 경화를 거쳐 평지붕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지붕은 필연적으로 물을 담는 구조이기 때문에 옥상 방수의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인 내단열 평지붕 방수기법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평지붕 방수는 도막과 시트로 처리하는 내단열 공법인 경우가 많다. 골조면에는 물이 닿지 않는 것을 전제로 최종 마감재층 상부에 방수층을 시공하는데, 흔히 보는 옥상의 초록색 우레탄이나 회색 폴리우레아 등의 도장이 일반적이다. 아스팔트시트나 EPDM 등의 시트를 사용하기도 하고, 누름 콘크리트를 한 차례 부어 마무리하기도 한다. 사실 현장 상황에 맞는 방법을 전문가가 판단해 시공해야 하니, 절대적으로 옳은 공법이라는 것은 없다. 다만 어떤 방식의 방수층을 시공하든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서는 방수층이 외부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경우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의 고온과 겨울철 영하의 기온차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면 이로 인하여 방수층이 깨지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콘크리트 구조체의 균열로 생긴 틈 사이로 물이 유입돼 구조체의 결함을 초래하고 곰팡이 번식의 최적 조건이 되기 쉽다. 특히 내단열로 시공한 지붕은 여름철에 슬래브 표면이 직사광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표면온도가 최대 90℃까지 상승하고 이는 실내 온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 주거건물 지붕 방수 및 단열공사에 대한 개선방안 _ 출처 http://www.passivehouse-korea.com/roof_co2.pdf Ⓒ홍도영


일반적인 외단열 평지붕 방수기법(온지붕)


지붕 단열에서 방수층을 제일 상부에 만드는 온지붕은 구조와 단열까지 한번에 방수시트로 싸매 물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단열재 상부의 방수층이 파손되면 물이 그대로 단열층에 스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종 마감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은 1차로 최상부 배수층(Ⅰ)에서 드레인으로 빗물이 모이고, 그 배수층을 통과한 소량의 물이 단열재 상부에 위치한 방수층(Ⅱ)에서 최종적으로 배수된다. 즉, 방수층 아래(Ⅱ)로는 물을 방어할 아무런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 단열재와 구조체 사이에 스민 물이 증발해 빠져나갈 틈이 없어 단열재의 함수량이 증가하기에 열전도율이 높아지고, 결국 단열성능이 저하된다.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온지붕은 국내 시공자의 숙련도나 디테일한 완성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확실한 방수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독일 기준에서의 방수시스템 _ 출처 http://phiko.kr/bbs/board.php?bo_table=z3_01&wr_id=1167 Ⓒ홍도영


방수와 단열을 동시에 잡는 역전지붕 구조(찬지붕)


지금 소개할 방식은 방수층을 콘크리트 구조체 바로 위에 두는 역전지붕(Inverted Roof System)이다. 역전지붕의 가장 큰 특징은 방수층이 콘크리트 구조체 바로 위에 위치해 기후와 직접 맞닥뜨리지 않기 때문에 온도변화나 직사광에 의해 깨지는 염려가 줄고, 단열재로 2차 보호되어 방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지붕에 외단열 공법을 구현할 수 있어 단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예제로 소개하는 '세종시 람다패시브하우스'의 역전지붕은 슬래브 위에 무근 모르타르로 2% 기울기를 준 뒤 그 상부에 아스팔트 시트 2겹으로 방수•방습층을 만들었다. 그 위에 습기에 강한 압출법 단열재(XPS)를 깐 뒤 강자갈로 5㎝ 이상 눌러 들뜸을 방지하고 외벽을 빙 둘러 보도블록을 설치했다. 구조체 슬래브 위에 방수처리를 해 구조체만 꽁꽁 싸맨 뒤 나머지 물은 3차례에 걸쳐 배수되게끔 만든 것이다. 방수층 위의 물은 자유롭게 스미기도 하고 증발하기도 하는데 단, 구조체에 습기가 전달되는 것은 철저하게 차단된다.

얼핏 보기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잘만 숙지하면 상대적으로 시공이 쉽고 방수층도 깨지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잘 만들어 두면 나중에는 유지보수가 필요하지 않은' 경제적인 공법이 될 수 있다.

↑ 세종시 람다 패시브하우스 사례 _ 2층 지붕층 디테일


① 1차 배수는 가장 상부의 마감층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 단열재와 분리층에서 2차로 주 배수가 이루어지고, 이 분리층을 통과한 소량의 빗물은 단열재 하부로 이동해 드레인으로 바로 연결되어 3차로 배출된다. 즉 온지붕에 비해 배수층이 한 층 늘어 총 세 군데가 된다.

② 물이 단열재를 통과하여 배수되기 때문에 약간의 물이 단열재 하부에 있게 된다. 단열성능 계산 시 과거에는 단열재층에 어느 정도 물이 있는 것을 고려해서 단열값을 보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분리자재 성능이 개선되어 보정하지 않는다.

③ 역전지붕 상부층은 강자갈과 보도블록으로 마감해 단열재를 최종 보호한다. 옥상 사용 여부와 용도에 따라 보도블록, 자갈, 파석, 흙 등 최종 마감재를 다르게 할 수 있고 주차장 건물 등에는 누름 콘크리트 시공도 한다.

④ 역전방수 단열재는 수분에 강한 압출법 단열재(XPS)를 주로 사용한다. 두께와 시공방식은 건축물의 단열 성능과 옥상 활용 여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역전지붕의 경우 가급적 단열재는 한 겹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단열재 사이에 얇은 수막이 결빙되며 일종의 방습층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열재가 한 겹인 경우에는 반드시 접합면이 요철구조가 되도록 시공하여야 한다.

 

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를 수 있도록 무근 콘크리트로 2% 경사를 준 뒤 프라이머를 발라 표면을 매끄럽게 정리하고 아스팔트시트를 두 겹 시공한다. 이 층이 1차 방수•방습층이 된다. 이 방수층에 물을 담아서 2~3일간 관찰해 누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옥상 방수시트 2겹 시공 후 2~3일간 물을 담아두는 담수테스트


⑥ 역전지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을 두 개 층에 걸쳐 배수할 수 있는 구조의 루프드레인이 필요하다. 이 집에 사용한 루프드레인은 아스팔트시트 층이 붙어 있어 방수층을 끊지 않고 시공이 가능하도록 해 편이성과 신뢰도를 높인 자재다.

이 자재는 온지붕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역전지붕의 경우에는 최하단 방수층과 최상부마감재 층을 연결하며 하단 방수층에서 물을 한 번 더 빼주는 어댑터가 추가된다. 더불어 단열성능이 강화된 드레인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점형 혹은 선형열교가 발생하여 부분적으로 온도 저하, 결로와 곰팡이 발생 위험이 생긴다.

 

역전지붕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도 있다. 우선 슬래브 표면에 방수층을 만들기 위해서 평지붕의 골조 품질 개선이 필수다. 요철이 있으면 프라이머를 도포해도 방수시트가 찢어지거나 구멍 나기 쉽고, 평활도나 최소 2% 구배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배수가 어려워 단열재가 늘 젖어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독특한 구조의 루프드레인 같은 전용자재가 부족하기도 하고, 국내에서 많이 쓰이지 않았던 공법이라 옥상 활용 목적과 보행 여부, 옥상녹화 등에 따른 설계 디테일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선례를 관찰해 우리 환경에 맞는 공법과 자재를 조합해간다면 '비 새는 집'에 대한 걱정에서 조금씩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자문 홍도영 건축가 www.passivehous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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