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전세난 그 이후의 미래

웃는얼굴로1 2011. 2. 20. 22:30

주복기

 

월세력 1년

김씨는 오늘도 룸메이트의 뒤척임에 흠짓 놀라면서 깨어난다. 룸메이트인 박씨는 사내 동거인구하기모임에서 구한 파트너인데 외모와는 달리 너무 욕실을 지저분하게 써서 같이 산지 1달 밖에 안 되었지만 동거계약을 파기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터였다.

 

‘참고 1달만 더 지내보자 중국에서는 땅이 그렇게 넓어도 북경 시내 원룸 안에 3층 침대를 놓고 7~8명이 어울려 지낸다는데 그런 벌집에 비한다면...’

김씨는 이런 생각을 하고 근무교대 끝나고 축처진 몸을 이끌고 온 박씨를 그냥 두고 회사로 향한다. 그나마 회사라도 가야지만 아침을 무료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세수를 하자마자 직장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아 엄마가 해준 밥을 먹어본 것이 언제인가!’

김씨도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꿈 많던 대학4학년을 졸업한지 3년 되던 해 정규직 찾기를 포기하고 비정규직의 굴레로 접어든 작년부터 인생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정규직이 꾸준히 늘고 비정규직이 줄어들었다는 2010년 3월의 조사비율은 김씨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 부가조사 2010년 8월 참조)
 

 
오히려 비정규직은 2010년 3월에 828만명을 기록하고 있고 8월에는 31만명이 늘어난 859만명으로 집계가 되었다. 게다가 임금은 더 큰 문제를 보이고 있는데 남자 정규직을 100이라 볼 때 여자 정규직은 66.8%, 남자비정규직임금이 48.4%, 여자 비정규직은 38.7%로써 임금의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2010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시간당 임금 총액이 8,288원이다. 월급으로 보면 약 13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4대 보험을 제외하니 90만원 남짓 되고 언론에서 88만원세대라고 김씨 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도 만들어주고 혼자라면 살겠지만 결혼은 꿈도 못 꾸는구나 라는 생각에 하루하루 특별한 기대감 없이 살고 있는 김씨에게 부모님은 생각만으로도 미안해지는 단어였다.

정규직이라면 기숙사라도 이용하겠지만 비정규직은 회사 근처의 원룸에서 기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전세 4천만원에 부모님이 힘들게 얻어주신 원룸은 작년의 전세대란이후부터 전세라는 단어가 없어진 월세력 1년인 올해부터는 50만원의 월세를 내고 살고 있다 남은 돈 90만원은 그렇게 반 이상이 기거 하는 데에 쓰이다 보니 동거를 시작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던 것이다.

 

월세력 3년이 되는 대선 때는 전세에서 쫒겨 난 월세 족들이 어떤식으로든 투표권을 행사할지 불 보듯 하다 보니 정부에서는 월세 지원책을 남발하고 있다. 야당도 주거복지란 이름으로 집권하면 이런 주거 형태를 만들겠다. 는 등에 대선용 공약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 주거용 아파트는 지난 2년 사이에 터무니 없게 올라버려서 김씨와 박씨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처도 갈 수 없는 주거상품이 되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한두 푼 모아서 부자가 되겠다거나 집을 사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려야 되는 월세력 1년을 맞이한 김씨.

 

빈부차이가 극에 달한 월세력 1년. 김씨는 출근하다가 말고 스마트폰의 카카오특을 열어본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 하셨다는데 진단결과 암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전화해보니 ‘빨리 치료 받게 하시려면 특진 받게 하셔야 되는데 특진 하실거죠?’라고 물어본다. 특진은 의료보험이 일부제한 된다는 친절한 설명도 함께 말이다.

 

전세난이 극에 달한 올해를 바탕으로 미래의 상황을 가상으로 생각해 보았다. 전세난은 과거 고금리 시절이라면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연이율 10%이상 받아갈 때 어울리는 상품이었다. 그렇게 이자를 받고 2년이 지나있으면 아파트 한 채 값도 생기는 자본의 이득으로 집만 사 놓으면 가격이 오르던 우리네 아버님세대들의 이야기 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자산 급등의 시대를 지나서 저금리를 타개하기위해 월세를 놓아야하고 본인의 건물에 무엇을 임대 주어야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그렇게 보면 전세라는 단어는 조만간 없어질 단어이고 지금은 그런 과도기의 현장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전세난에 이어질 주거의 빈익빈현상을 우리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향후 임대주택의 비율을 높이고 도심에 소형주택을 어떠한 형태로 공급할지 정부의 정책을 잘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