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한두 번이던가?
“전세 값이 많이 올랐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 집값은 바닥을 다졌다. 회복세를 타고 있다” 는 등의 글들이 매일 신문이나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고, 수없이 걱정했던 사실들이 아닐는지요?
3개월 전인 2010.11.8. “함(函)은 결혼식 전에 온다.”는 칼럼을 올려 드린바 있습니다. “전세 값이 오르고, 미분양이 줄어드는 징조”는 부동산이 오른다는 신호로 알아주시라는 내용이었지요. 뭐, 부동산이 아직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마는, 전세시장은 마치 호떡집에 불이 난 듯 요란스럽게 돌아가고 있으니 웬일인지 훗날이 염려스러울 뿐입니다.
부동산시장에 부채질을 하거나 몽둥이질을 하게 되면 “주꾸미 먹통 터지듯” 꼭 나중에 그 후유증이 남게 됐음을 경험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노태우 정부 이래 김대중 정부 때도 그랬었고,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거든요. 물 흐르듯 놔두라고 해도 놔둘 수 없는 게 부동산정책일까요? 물론 복잡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연초에 부동산 연구기관들은 이렇게 말했었지요. “전세시장은 잠시 출렁거릴 뿐이고, 금년에도 부동산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하기야 언제 맞춘 적 있었습니까마는 그런 말 믿었던 서민들 가슴에 응어리만 커지게 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필자는 작년 가을에도 전세상승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고, 결국 집값을 밀어 올릴 것이며 2012년 까지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완만한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견해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더구나 입주물량 줄어들고 멸실 가구 늘어나는 걸 보노라면 시세도 의외로 상승폭이 크지 않을지 예측하기 어렵네요.
지금 전세 대책으로 소형 서민주택 공급, 수도권미분양 전세전환, 전세대출금 인상, 세제지원, 주택임대사업조건 완화 등 그 항목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음을 보셨을 겁니다. 이런 걸 “사또 떠난 뒤에 나팔 부는 격”이라고 하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다름이 없다는 뜻입니다.
-전세난 해결책, 보약도 있지만 독약도 있다-
지금 서민들은 어떤 전세주택을 원하고 있을까요? 집이 작아도 교통이 좋고, 학군이 맞고, 인프라가 괜찮은 곳을 찾고 있음이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수도권 미분양은 대개 주택의 규모가 크거나 입지가 원만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거든요. 간혹 전세수요자가 발길을 돌려 매입을 하고자 해도 조건이 맞지 않아 머뭇거리는 모습을 여러 번 봤기 때문입니다.
원래 미분양중 소형은 내 집 마련의 지름길이 되기도 했지만, 중대형은 투자자들의 몫이 아니던가요? 참, 세상 우습습니다. 그 애물단지 미분양아파트가 전세난의 해결책이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거라도 있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미분양아파트가 전세난의 만병통치약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요. 지금 움직이고 있는 전세 수요자는 대개 1억이나 2억 정도의 전세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니까요. 그런데 대출받아 전세금 2억이나 3억짜리 미분양에 입주하라는 말은 남의 힘이나 사정도 모르고 배지기하라는 씨름감독의 성화가 아닐는지?
매입임대사업자가 미분양아파트 149㎡(45평)이하 3채 이상을 사서 5년 이상 임대하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준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방법은 좋은 것 같지만 “산중에 보리 심었다가 고라니 배부르게 만드는 격”이 아닐는지? 서민들은 냄새도 맡지 못하고 투기꾼들만 “얼씨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짓기 시작하는 주택은 2012년 하반기가 돼야 입주가 가능합니다. 그동안 발 묶어 놓을 수도 없는 일일진대 생일 날 잘 먹자고 일주일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릴 사람이 있을까요? 요즘은 애인도 3개월 기다리라고 하면 “고무신 바꿔 신는 판국”인데 2년여를 기다린다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또 전세금 대출 받아 지금 이사를 한다고 칩시다. 그 이자는 누가 내 줍니까? 어려운 서민 생활에 말입니다. 대출금도 6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올랐더군요. 빚을 내서라도 올려 주고 그냥 살라는 취지인데 그렇다면 이건 대책일까요? 장려책일까요? 보약도 되지만 독약도 될듯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왜 갈수록 서민들의 생활은 어렵다고 하는가?-
금융위기 전후 4년 동안 서민들의 재산은 1/6이 줄었다고 합니다만, 더 솔직히 말하면 거의 절반이 줄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부동산은 “늘렸다 놔버린 고무줄”처럼 줄어들었고, 소득은 제자린데 물가는 올랐습니다. 전세수요자도 어렵지만 대출안고 달랑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서민들은 거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세입자나 집 가진 가난뱅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집 가진 분들은 그동안 금리 낮다고 해도 은행에 바친 돈이 얼마인지 몇 년 동안 이자 계산해 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우선 먹고 살기가 고달픈데 광에서 빛이 나겠는지요? 언감생심 저축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마음까지 얼어붙기 때문에 체감경기가 낮아지게 됐다고 볼 수밖에요. 부동산 거래가 없는 이유도 여유가 없고, 대출이자가 부담되기 때문이겠지요. 누구든지 “등 따시고 배부르면” 왜 집을 안사겠습니까? 손등이 부르트도록 일해 봤자 남는 게 없으니까 “강 건너 불구경하듯” 구경만 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전세대책은 2년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때는 역전세난이 일어나게 되겠지요. 전세가 안 나가서 걱정일 판에 소형주택들이 또 쏟아지게 된다면 홍수위에 물을 붓는 현상이 되풀이 될 겁니다. 지금은 호떡집에 불이 났을지라도 불을 끄고 나서 어찌할 것인지를 지혜롭게 대처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고난이 오면 기회를 보자-
이미 전세시장은 표가 매진되었고, 매매시장도 상승의 연(鳶)이 오르고 있습니다. 서민들에게는 고난이 찾아왔다고 봐야 하겠군요. 반 전세나 월세로 내는 돈은 영원히 버리는 돈일 겁니다. 집 사놓고 이자로 낸 돈은 나중에 값이 오를 희망이라도 가져다주는 돈일진대 그렇다면 어찌해야 좋을까요?
금년에 입주할 아파트 물량은 약 19만 가구랍니다. 예년에 비해 10만 가구 정도가 부족하다네요. 그런데 재개발 조합 가구가 무려 3만가구나 되기 때문에 자칫 전세시장은 가스통이 폭발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분양하는 물량도 18만 가구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전세대책이 효과를 나타낼 2012년말 까지는 무대책이 상책이라고 봐야 하겠군요. 전세냐? 매수냐? 갈림길에 서계신 분들께서는 용기를 내셔야 되지 않을는지요? 전봇대 밑에서 첫 키스했던 옛날 젊은 시절의 힘찬 용기를 말입니다.
대개 전봇대 밑에서나 담벼락 밑에서 엉겁결에 했던 첫 키스가 제 맛이 나고, 또 그 상대자가 천생배필이 된다고 하더군요. 너무 계산하면 머리 아픕니다. 서민들에게 제일 무거운 내 집 마련~ 마음에 드는 담벼락이 있거든 짐을 내려놓으시라는 권고를 드리고 싶네요.
또 값은 고사하고 거래가 없어 지난 3-4년 동안 애태웠던 유주택자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비관론자는 매번 기회가 와도 고난을 보고, 낙관론자는 매번 고난이 와도 기회로 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심이 옳다고 봅니다. 부동산 거래 시기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은 보름달과 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 달에 보름달이 몇 번 뜨던가요? 늘 구름이 끼게 되면 몇 달이 가도 볼 수 없는 게 보름달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잠시잠시 늘 보름달이 보일 겁니다.
보름달 아래서 데이트하다 엉겁결에 전봇대 밑에서 첫 키스했던 분들 계시죠? 그때는 손해 본 듯 했으나 지금은 잘 살고 계신다면서요? 약간 손해 본다고 생각했을 때가 좋을 때입니다. 무거운 짐은 빨리 내려놓기를 부탁드립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전문가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대사업자 살판났다! (0) | 2011.02.16 |
---|---|
투자와 거주의 상관관계-대출·매매 모두 ‘실거주자’가 유리 (0) | 2011.02.15 |
뉴노멀 (The new normal) 시대의 도래와 부동산 (0) | 2011.02.14 |
전세난 주택매매활성화로 푼다? (0) | 2011.02.12 |
브루스 버코위츠처럼 투자해야 돈번다 (0) | 2011.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