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일본재정위기의 허와 실

웃는얼굴로1 2011. 2. 5. 14:54

박경철

 

일본의 국가부채가 새삼 이슈가 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가 재정적자를 이유로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규모만으로도 무려 10조엔, 우리돈으로 1경4천조원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200%를 넘어선지가 이미 오래인 데다, 세수의 약 25%가 국채이자 상환에 사용되고 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의 복지논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복지확대에 부정적인 쪽이다. 우리나라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복지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일면 맞는 말이다. 현재 노령연금은 우리나라의 거의 8배 수준이고 영유아지원이나 실업급여, 심지어 무상교육이나 급식의 영역까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재원을 복지에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고속도로 무상통행 공약까지 등장하는 등 포퓰리즘적인 정책마저 남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의 전부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가 부족하거나 의도적인 왜곡의 혐의가 짙다. 이유는 일본 재정적자의 80%는 복지가 아닌 잘못된 재정정책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90년대 버블붕괴가 진행되면서 대대적인 경기부양정책을 강행했다. 전국 곳곳에 새로 고속도로와 교량을 건설하고, 지방도시 곳곳에 공항을 건설하는 등 토목공사를 통한 재정정책을 구사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버블붕괴로 금융기관이 위기에 빠지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국가부채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즉 일본의 재정적자는 경기부양을 위한 방만한 재정지출 탓이지, 복지로 인한 것이 본질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를 확대하는 정책은 추가적인 재정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원인의 선후관계는복지가 아닌 재정운용상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본국민들은 이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주변국들이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인데, 이유는 일본의 막대한 자산 때문이다. 일본은 부채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즉 일본은 채권만기도래분에 대해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면서 차환 내지는, 이자지급을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지만, 재무제표상의 자산과 부채항목을 비교해보면 아직도 자산이 훨씬 많은 우량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국민들은, 국가부채에 대해 그동안 모아둔 자산을 사용한다는 인식까지 가지고 있다. 실제 일본은 자산을 매각해서 사용하기보다는 저리에 발행 가능한 국채를 통해 고정자산을 유동화해서 사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예를들어 100억짜리 빌딩을 가진 사람이 현금수입이 부족해서 10억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그 집이 망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장면인 것이다.

 

이런 일본의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데, 하나는 방만한 재정운용을 통해 부채가 증가하면 실제 복지에 사용할 재원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부를 축적하는 이유는 언젠가 그 돈을 국민을 위해 쓸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두가지 문제에서 고민의 지점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국가부채 중 18%가 과거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해 생긴 것이며, 거기에 각종 재정부양책으로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우리도 정작 써야할 지점에서 써야할 곳에 돈을 쓰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나라의 살림을 사는 데는 많은 고민과 과제가 있다. 과연 우리는 나라 살림살이, 부채와 복지지출에 대한 제대로 된 합의가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