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뭘까. 아무래도 전셋값 동향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전세난은 새해 들어서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기세라면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긴다. 실제로 전세난을 피하려는 수요자들이 소형 주택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과연 집값이 변곡점에 온 것일까.
“집값 상승은 시간문제”
주택시장이 올해는 모습을 달리할 것 같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학계·연구소·금융회사 소속 부동산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명이 올해 집값이 U자형 모습을 보이며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상승 변수는 ▶입주물량 급감 등 공급 부족 ▶전세난에 따른 주택 매수 증가 등이다. 토지주택연구원 박상학 국토지역실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올해 집값은 상승 기조를 이어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7년 48만 가구였던 아파트 건설 인허가가 2008년 26만 가구, 2009년 30만 가구, 지난해 1~11월 13만 가구 등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서울·수도권에 두드러지고 있는 전세물건 부족과 전셋값 급등 현상도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전셋값이 급등한 부산·대전 등 지방 일부 도시에서는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뚜렷했다. 집을 구하다 지친 세입자가 매매 수요로 돌아서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박정란 공인중개사는 “봉천동 벽산블루밍 76㎡(이하 분양면적)의 경우 전셋값은 2억1000만원 선, 집값은 3억원으로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나 된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셋값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에 국한될 전망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신한은행 김상훈 부동산전략팀장은 “증시에 유입됐던 자금 중 일부가 주택시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 하락 요인도 적지 않다. 올 3월 말 일몰시한이 도래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주택시장이 정상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돈줄을 다시 죄면 매수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으며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DTI 완화 종료와 금리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면 주택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 거래량이 다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아파트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전세난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
전세난이 1·13 전세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고 나면 전셋값이 오르고, 그나마 세를 구하지 못해 이리저리 떠다니는 전세난민까지도 생겼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전셋값은 5.2%나 뛰었고 올 들어서도 지난달에만 0.4%나 급등했다.
그런데 적어도 올 상반기에는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사람이 늘고 있는 데다 올해 공급(신규 입주)이 줄어 전세 물건 또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 올해 전국에서는 지난해보다 13만여 가구 줄어든 17만24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서울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은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인 4만여 가구로 급감한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종전에는 전셋값이 오르면 일부 전세 수요가 매매로 갈아타고, 그 과정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공급되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구조였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시장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재개발의 경우 주민들 간 이견 등으로 사업이 멈춰서면서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철거·이주 후 착공 직전에 중단된 재개발사업이 10여 곳, 1만6000여 가구에 이른다. 이들 사업장이 올해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강남권 중층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지역 특성상 본격적으로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경우 서울 전세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세난의 한 원인이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벌어진 역전세난의 후폭풍이라는 점에서 올 하반기에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08년 말에는 금융위기와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 입주가 겹치면서 전셋값이 크게 내렸다. 그런데 최근의 전셋값 급등이 금융위기 때 폭락했던 전셋값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금융위기 당시 싸게 전셋집을 구했던 세입자들의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상반기까지는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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