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매우 창피했던 것 같다. 1985년 당시 나이 서른에 애플에서 해고당했을 때 말이다. 이는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했던 말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다. "어떻게 자신이 창업한 회사(애플)에서 해고당할 수 있겠습니까? (중략) 나는 나이 서른에 쫓겨났습니다. 그것도 매우 공개적으로 말입니다. 정말 절망적이었어요. 나는 몇 달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중략) 나는 매우 공인된 실패자였어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 사실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게다가 그 사실이 언론에 대서 특필됐으니, 속된 말로 `쪽 팔린`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가 자신을 `공인된 실패자`(very public failure)라고 일컬은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수치스러움에 잡스는 실리콘밸리를 떠날 생각까지 했다. 이는 잡스가 인정한 사실이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 연설에서 "나는 심지어 밸리에서 달아날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잡스는 "나는 (애플에서) 거부당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일을) 사랑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달아날 생각까지 했다는 것은 매우 뜻밖이었다. 잡스는 애플에서 해고당했을 당시에 이미 엄청난 부자였다. 그는 애플의 대주주였으며,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대단했기 때문이다. 서른 살에 그 정도 부를 쌓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 돈이면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IT업계를 떠날 생각까지 했다고 하니, 가난한 사람들 눈에는 `배 부른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그는 차고에서 무일푼으로 애플을 창업하지 않았는가? 수익률로만 따지면 당시 그는 완전히 대박을 낸 셈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자아`에 상처를 입는 게 무척이나 싫다.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남으로써 자신의 자존심과 자아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가 이어달리기에서 바톤을 놓친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처럼 `자아`에 상처받기 싫어서인 경우가 많다. `내가 만약 이 일에 실패하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나를 멍청이, 바보로 보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한 번 실패하면 더욱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싫어진다. `나는 실패했어. 사람들이 나를 바보로 보는 것 같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실패 가능성이 낮은 일만 해야겠어. 그러면 나는 자아에 상처를 입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잡스처럼 큰 돈을 벌었다고 해도, 회사에서 해고당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업계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가?
자아에 상처를 입고 싶지 않은 마음은 우리 두뇌 깊숙이 잠재돼 있다. 어떻게든 자아를 지키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다. 이를 보여주는 심리 실험도 워낙 많다. 그 중에서 캐롤 드웩 스탠퍼드대 교수 실험이 대표적이다. 드웩 교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퍼즐 풀기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쉬운 퍼즐을, 나중에는 어려운 퍼즐을 풀게 했다. 상당수 어린이들은 난이도가 높아지자 아예 퍼즐 풀기를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아에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괜히 어려운 퍼즐을 풀려다 못 풀면 바보처럼 보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치스러움에 잡스는 실리콘밸리를 떠날 생각까지 했다. 이는 잡스가 인정한 사실이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 연설에서 "나는 심지어 밸리에서 달아날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잡스는 "나는 (애플에서) 거부당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일을) 사랑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달아날 생각까지 했다는 것은 매우 뜻밖이었다. 잡스는 애플에서 해고당했을 당시에 이미 엄청난 부자였다. 그는 애플의 대주주였으며,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대단했기 때문이다. 서른 살에 그 정도 부를 쌓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 돈이면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IT업계를 떠날 생각까지 했다고 하니, 가난한 사람들 눈에는 `배 부른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그는 차고에서 무일푼으로 애플을 창업하지 않았는가? 수익률로만 따지면 당시 그는 완전히 대박을 낸 셈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자아`에 상처를 입는 게 무척이나 싫다.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남으로써 자신의 자존심과 자아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가 이어달리기에서 바톤을 놓친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처럼 `자아`에 상처받기 싫어서인 경우가 많다. `내가 만약 이 일에 실패하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나를 멍청이, 바보로 보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한 번 실패하면 더욱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싫어진다. `나는 실패했어. 사람들이 나를 바보로 보는 것 같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실패 가능성이 낮은 일만 해야겠어. 그러면 나는 자아에 상처를 입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잡스처럼 큰 돈을 벌었다고 해도, 회사에서 해고당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업계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가?
자아에 상처를 입고 싶지 않은 마음은 우리 두뇌 깊숙이 잠재돼 있다. 어떻게든 자아를 지키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다. 이를 보여주는 심리 실험도 워낙 많다. 그 중에서 캐롤 드웩 스탠퍼드대 교수 실험이 대표적이다. 드웩 교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퍼즐 풀기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쉬운 퍼즐을, 나중에는 어려운 퍼즐을 풀게 했다. 상당수 어린이들은 난이도가 높아지자 아예 퍼즐 풀기를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아에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괜히 어려운 퍼즐을 풀려다 못 풀면 바보처럼 보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드웩 교수의 실험은 왜 우리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꺼리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 까닭은 마치 어린이가 퍼즐 풀기를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새로운 일을 하려다 일이 잘못되면 나는 바보 같은 실패자로 보일 거야`라고 겁을 먹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실리콘 밸리를 아예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일 것이다. 잡스의 무의식은 그에게 이렇게 속삭였을 것 같다. `새로운 IT회사를 설립해 또 실패하면 난 완전 바보처럼 보일 거야. 그럴 바에야, 차라리 IT업계를 떠나는 게 좋겠어`라고 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 두려운 마음을 느낀다고 해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드웩 교수의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어린이들은 난이도 높은 퍼즐 풀기를 계속 시도했다. 이들은 퍼즐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어려운 퍼즐을 풀다 보면 내가 더욱 발전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이도 높은 퍼즐을 만나면 에너지가 더욱 넘쳤다. 아마 잡스도 이런 어린이의 성향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애플에서 쫓겨났지만, 그래서 실리콘밸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IT업계에 남았고, 넥스트를 창업했으며, 픽사를 인수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방향은 분명하다. 새로운 시도에 앞서 `이 일에 실패하면 나는 바보처럼 보일거야`라는 걱정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 일에 실패하더라도 나는 더욱 더 성장할 거야`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필자가 인터뷰했던 더글러스 스톤 하버드 법대 교수는 전자의 사고 방식을 `고정된 자아관`, 후자의 사고 방식을 `성장하는 자아관`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자아에 대해 전자보다 후자의 사고 방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또한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좀 더 쉽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조직의 리더가 할 일도 분명하다. 조직원들이 고정된 자아관이 아니라, 성장하는 자아관을 갖도록 격려해야 한다. 드웩 교수의 실험은 이를 위한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재능에 대해 칭찬하지 말고, 노력에 대해 칭찬하라는 것이다.
드웩 교수가 5학년 어린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퍼즐 풀기를 시켰을 때였다. 처음에는 두 그룹의 어린이들 모두가 풀 수 있는 쉬운 퍼즐을, 나중에는 어려운 퍼즐을 풀도록 했다. 한 그룹은 쉬운 퍼즐을 푼 뒤에 연구팀으로부터 "와우, 너는 정말로 똑똑하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반면 다른 한 그룹은 "와우, 너는 퍼즐을 풀기 위해 정말로 노력했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전자의 그룹은 `재능`에 대해 칭찬을 들은 반면, 후자의 그룹은 `노력`에 대해 칭찬을 들은 것이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두 그룹의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퍼즐을 풀게 했다. 놀랍게도, 전자의 그룹은 퍼즐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반면 후자의 그룹은 어려운 퍼즐 풀기에 계속 도전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전자의 그룹은 쉬운 퍼즐을 풀고 난 뒤에 `정말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은 게 화근이었다. 혹시나 나중에 어려운 퍼즐을 못 풀면, 자신이 똑똑하다는 칭찬이 뒤집히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를 바보처럼 느끼게 된다. 반면 후자의 그룹은 어려운 퍼즐을 못 푼다고 해도 자아에 상처를 입지 않는다. 그들은 쉬운 퍼즐을 풀었을 때 재능이 아니라, 노력에 대해 칭찬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려운 퍼즐 풀기에 실패해도 계속 도전함으로써 계속해서 자신의 노력에 대해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재능에 대해 칭찬을 받게 되면, 사람은 `고정된 자아관`을 갖게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기를 멈추게 된다. 반면 노력에 칭찬을 받으면 `성장하는 자아관`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게 된다.
그렇다면 리더는 직원의 재능을 함부로 칭찬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직원의 노력에 대해 칭찬해야 한다. 세계적인 대박 게임 `앵그리 버드`를 개발한 핀란드 회사 `수퍼셀`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게임 개발에 실패한 팀에 와인 파티를, 성공한 팀에는 맥주 파티를 열어준다. 실패한 팀에 오히려 더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는 셈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실패한 팀이 보여준 `노력’을 `칭찬`하기 위해
서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실패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실패했지만 다시 일어나라고 격려하는 일종의 `의식`(ritual)이 와인 파티인 셈이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고정된 자아` 관념에 빠져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애플에서 쫓겨난 뒤 `나는 바보야. 나는 공인된 실패자야`라는 생각에 빠져 실리콘밸리를 영원히 떠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은 지금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매일경제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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