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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레시피] 당신의 점심시간은 소중하다

웃는얼굴로1 2014. 9. 19. 01:01

점심(點心)은 말 그대로 '마음의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불가에서는 배고플 때에 조금 먹는 음식을 이르는 말, 마음을 점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 직장인에게 점심 시간은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후 업무를 준비하는 '점검의 시간'인 것이다. 모든 직장인에게 주어진 점심 시간의 알찬 활용이 당신의 1년 후를 바꿔놓을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직장인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편도 약 42분이라고 한다. 거리나 교통 수단에 의해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하루 2시간을 출퇴근에 소비하는 셈이다. 사실 그 2시간 동안 직장인들이 자신의 실력을 배가할 학습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길 만한 여유는 없는 편이다. 자가 운전도 마찬가지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기사를 검색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출퇴근 시의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다르다. 하루에 1시간씩 일주일이면 5시간, 일년이면 약 250시간이 직장인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 점심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다.

강남 테헤란로 일대나, 시내 광화문, 여의도 일대 이른바 직장인 밀집 지역의 점심시간을 살펴보라. 15~20분 이내의 가벼운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찾는 곳은 커피숍이다. 커피숍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잡담을 늘어놓거나 손에 테이크아웃 음료를 들고 가까운 공원 등지를 산책하는 것이 대개의 모습이다.

물론 오전 업무를 마치고 오후 업무를 준비하기 위해 머리를 가볍게 하는 동료들과의 가벼운 대화는 하루일과 중 비타민과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이 같은 패턴의 반복은 그리 생산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뉴요커를 흉내 내며 샌드위치 먹고 여의도공원을 뛸 수도 없고, 가뜩이나 머리도 복잡한데 학원에 등록해 강의를 듣는 것도 시간적으로 여의치 않다. 하지만 1년이면 250시간이나 되는 점심시간을 철저하게 '나의 경쟁력 배가 시간'으로 목표를 설정, 하나하나 실행해 나간다면 1년 뒤 쑥 커져버린 당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5분 간 책상 정리를 하라

시작은 당신의 책상부터다. 보통 12시 종이 칠 때까지 업무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12시 10분 전부터 회사 엘리베이터는 만원으로 1층까지 직행하기 일쑤다. 이 순간 당신의 책상을 보라. 아침에 읽은 신문, 커피를 담은 종이컵, 메모지, 서류 등등 의외로 잡다한 것이 복잡하게 펼쳐진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5분만 투자하라. 책상을 정리하고 오후 업무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재 서류를 챙기고, 해야 할 일의 순서대로 서류를 정리하고, 오후에 잊지 말아야 할 거래처와의 연락이나 약속, 보고, 회의 시간과 준비물을 간단하게 메모하는 습관도 중요한 것이다.

물론 점심시간을 마치고 돌아와 그때부터 부산떨며 정리해도 된다. 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잃어버리는 것은 그 5분이라는 시간이 아니라 예열된 당신의 집중력인 것이다. 그 5분이 당신의 업무 능력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윤활유로 작용된다. 그리고 당신을 보고 있는 과장이나, 부장의 눈초리가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은 타부서와 점심을 하라 당신의 점심 시간 파트너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먼저 메모지를 꺼내 지난 2주간 당신과 점심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들을 정리해보자. 1순위는 부서 동료, 2순위는 거래처, 3순위는 친구 등일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부서 동료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동료들과의 점심이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능률과 효과 면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얻을 수는 없다. 가치 투자의 달인이라 불리는 워렌 비핏과의 한 끼 점심 식사값이 얼마인지 아는가. 무려 22억 원이다. 3시간 동안 워렌 비핏의 진지한 인생과 가치 있는 투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만큼 점심시간 당신의 식사 파트너가 중요한 것이다.

명단을 작성하라. 일주일에 두 번은 무조건 부서 동료가 아닌 타부서원이나 유관 기관 그리고 거래처와 식사 약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출세하려고 이제는 별 짓을 다하네" 소리도 듣겠지만 그 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본심에는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가 숨어 있는 것이다.

타부서원 혹은 유관 기관 사람과의 식사는 유익하다. 회사의 전체적인 상황과 각종 프로젝트의 우선 순위나 중점 부문을 파악할 수도 있고 많은 정보 교류를 통해 해외 출장이나 연수, 파견 근무 계획 같은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얻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도 주는 것이다. 당신의 이미지, 능력, 대인관계 및 인맥 그리고 당신의 지금과 미래의 모습도 그 짧은 1시간의 점심시간을 통해 당신의 앞자리에서 식사하는 그에게 주는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이 그에게 준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받게 될 것이다.

걸으며 생각하라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걸으면서 나온다.'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걷는 순간 사람은 자신의 머리를 지배하는 생각과 정면으로 만나게 된다. 사무실 안에서는 업무에 몰두하고, 집에서는 가족 혹은 TV와 접촉면을 넓히게 되지만 점심을 끝내고 약 20분간의 걷기는 당신의 생각이 하나씩 정리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만의 산책 코스를 개발해 놓을 필요가 있다. 물론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회사 근처에 호젓한 골목길을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매일은 힘들겠지만 애초에 점심 장소를 회사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잡는 것도 방법이다. 왕복 20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약속을 잡아 일부러 걷는 것이다. 그러면 식사하고 바로 회사로 복귀해 포만감을 느끼면서 식곤증에 시달릴 염려도 없다.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는 오후 업무를 머리 속으로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 당신이 해결해야 할 현안까지, 그 범위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다양하게 등장하겠지만 점차 생각하기 훈련을 통해 문제점, 원인, 해결방법 순으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몇 달 후 당신은 회의나 보고 시 가장 빠르고 가장 단순하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자로 변모할 것이다.

인쇄된 활자와 친해져라

작년도 한국 성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은 약 9.2권이며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약 22분으로 조사됐다. 1년에 채 10권의 책도 읽지 않는 셈이다. 이에 비해 2년 전에 조사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82분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배로 증가했을 것이다. 그만큼 직장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이 스마트폰에 중독에 가까운 친밀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기사 검색은 물론이고 카톡 등 SNS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향은 비단 1020세대만은 아니다. 밝게 빛나는 스마트폰이나 탭, PC의 화면과 친숙해지는 것이 대세다.

SNS 세대의 공통점인 자기 노출과 무작위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정리된 생각과 완성된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은 직장생활은 물론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점심 시간 30분을 독서에 투자해라. 그것 정도만 해도 당신은 한국인의 평균 독서 수준을 조금 넘는 것이다. 그렇게 투자된 시간으로 한 달에 1권, 일 년이면 12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일단 당신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책이나 작가를 정해놓고 지루하지 않은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서점을 찾아 책의 제목과 작가 그리고 서문 정도만 읽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모여 앉아 인터넷 서핑을 통해 무장한 정보만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그 대화가 아무리 흥미로워도 당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적어도 2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에서 얻은 것은 비록 당신이 읽은 것이지만 그것이 말로 표현되는 순간, 당신의 생각과 결합된 사유의 결정체인 것이다.

신문도 좋은 방법이다. 약 40면 안팎의 신문에는 기사뿐 아니라 완벽한 문체와 정리된 문장의 다양한 칼럼과 논설이 있다. 최소한 이 정도의 활자와 친해지기를 통해 당신은 그저 '찌라시 전달자'의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 혹은 책과 친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이 작성한 보고서의 질적 수준과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기승전결로 잘 짜여진 당신의 보고서를 읽는 부장의 입가에 맴도는 미소를 상상한다면 점심 시간 독서는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투자'가 될 것이다.

[글 김정훈(프리랜서) 사진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45호(14.09.2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