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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친구로 만드는 법: 벤 프랭클린 효과

웃는얼굴로1 2014. 8. 8. 02:03
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움직이는 물건은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해 있는 물건은 계속 정지해 있다는 법칙이다.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이 제시한 3가지 운동법칙 중 하나다.

사람 마음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다. 누군가를 도우면 그를 계속 돕게 되고, 누군가를 해치면 그를 계속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성의 법칙을 잘 활용하면, 적을 친구로 만들 수 있다. 적이 나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적은 계속해서 나를 돕고 싶어한다. 그 결과 적이 친구로 바뀌는 것이다.

얼토당토않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효과를 톡톡히 본 사람이 있다. 바로 피뢰침을 발명한 벤자민 프랭클린(그림)이다. 프랭클린은 과학자이기도 했지만, 정치인으로 더욱 유명하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 가운데 한 명으로 추앙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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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프랭클린<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프랭클린이 펜실베니아 주의회 의원이었던 시절에 그에게는 정적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적의를 품고 프랭클린을 괴롭혔다. 그 때문에 프랭클린이 곤혹스러웠던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프랭클린은 자신의 정적에게 한 가지 호의를 부탁한다. 그의 서재에 있던 귀한 책 한권을 며칠 동안만 빌려달라고 한 것이다. 책을 빌려 본 프랭클린은 며칠 뒤, `고맙습니다`라고 적은 쪽지를 끼워서 책을 돌려주었다.

얼마 뒤 두 사람이 주의회 의사당에서 다시 만났을 때였다. 프랭클린에게 책을 빌려준 그 정치인은 프랭클린의 친구가 돼 있었다. 프랭클린이 나중에 회고한 바에 따르면 그 정적은 난생 처음 `매우 정중하게(with great civility) 프랭클린에게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의 우정은 죽을 때까지 계속됐다. 프랭클린은 여러 차례 그의 도움을 받기까지 했다.

나중에 프랭클린은 자신의 자서전에 유명한 구절을 하나 남기게 된다. "적이 당신을 돕게 되면, 나중에는 더욱 더 당신을 돕고 싶어하게 된다.(Enemies who do you one favor will want to do more.)" 이 구절은 필라델피아 주회의 의원 시절 만났던 정적과 나중에 절친이 됐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풀이되곤 한다. 이후 프랭클린의 이 자서전 구절은 `벤 프랭클린 효과`(The Ben Franklin Effect)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다.

그렇다면 `벤 프랭클린 효과`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마음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놀랍도록 강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미워하는 누군가를 돕게 되면 마음이 `모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내가 미워하는 나쁜 사람을 돕다니, 이럴 수가….`라고 느끼면서 괴로워하게 된다. 이 같은 심리 상태를 일컬어 심리학에서는 `인지적 부조화`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같은 부조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내가 도운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좋아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을 도왔어. 그러니 나도 기분이 좋은 걸`이라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적이라도 나를 일단 돕게 되면, 그 적은 나에 대해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된다. 프랭클린에게 책을 빌려준 정적이 의사당에서 매우 정중하게 프랭클린에게 말을 걸어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돕고 싶어진다. 그 결과, 프랭클린의 정적은 이후에도 계속 프랭클린을 돕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직장 내에서 까다로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있거든, 아주 작은 부탁을 하는 것이다. 자판기 커피를 마실 동전 몇 개를 빌려달라고 하는 것도 좋다. 그게 아니면 볼펜을 빌려달라고 해보자. 당신을 도운 그 사람은 이제 당신에게 작은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이 호감을 기반으로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자. 그러면 적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벤 프랭클린 효과는 그 역도 성립한다. 누군가가 당신을 괴롭힌다면 그는 계속 당신을 괴롭히려 들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마음은 무고한 사람,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면 심각한 인지적 부조화 상태에 빠지게 된다. `내가 그렇게 착한 사람을 괴롭혔단 말이야….`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하게 된다. 역시 이 같은 `인지적 부조화’ 상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내가 괴롭힌 그 사람이 사실은 문제가 있는 사람,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를 괴롭히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

종종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보스가 부서원 중 한 명을 꼭 집어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일단 보스가 누군가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그 역시 인지적 부조화를 피하려 든다. 그래서 자신이 괴롭힌 직원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결과, 그 직원을 더욱 더 괴롭히고 학대하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상 `적`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벤 프랭클린 효과가 정반대로 작용하면 선량한 사람을 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친구는 만들되, 적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매일경제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