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
거꾸로 하는 투자
투자는 쉬운 분야가 아니다. 어떤 주식을 사면 그 다음날부터 주식 가격이 폭락하거나 그 주식을 팔면 또 다음날부터 주가가 폭등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두 번 하게 되면 투자에 소심해지고, 그런 이유로 좋은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투자와는 전혀 맞지 않다’는 자기최면 상태에까지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것은 투자의 속성을 모른 채 투자에 임했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는데, 투자라는 적을 모르고 전장에 나섰으니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투자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바로 이 점이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일반적인 상품을 쇼핑하는 것과 투자의 다른 점이다.
물건을 살 때도 값을 깎으려면 파는 사람의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쇼핑이라는 것이 이미 살 사람과 팔 사람의 원칙과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심리전이라는 표현까지 쓰기에는 부족하다.
살 사람이야 싸게 살수록 좋겠지만, 파는 사람은 원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가격에는 팔기 어렵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파는 사람은 비싼 가격에 팔고 싶겠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자신보다 싸게 파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일정 가격 이상으로 팔 수도 없다.
하지만 투자는 다르다. 어떤 주식을 2만 원에 샀다는 것이 그 주식을 2만 원 이상에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그 주식을 2만 원에 샀기 때문에 원가를 2만 원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같은 종목의 주식을 1만 원이나 그 이하에 산 사람 쪽에서는 1만5000원에만 팔아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어떤 주식의 시세가 10만 원인데, 본인이 2만 원에 그 주식을 샀다고 적정 금융비용을 더해 3만 원에 팔려고 내놓는 사람은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일반 상품은 원가에 따라 판매가에 영향을 받지만 투자 상품은 원가(매입가)보다 시장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투자는 시장 환경에 달렸다
이 때문에 투자에 임할 때는 반드시 상대의 심리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첩경이다. 본인이 어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종목의 미래를 밝게 본다는 의미다. 그 종목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얻은 정보 때문일 수도 있고, 이미 투자하고 있는 지인에게서 매수를 추천받았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을 수도 있다. 이때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은 그 주식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했을 것이고, 최소한 매입가보다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이렇게 좋은 주식을 사지 않는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보자. 어떤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됐다는 의미는 거래량만큼 누군가가 그 주식을 팔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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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파는 사람은 그 주식이 충분히 올라 더 이상 오를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판다. 같은 종목을 두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정반대의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 매도자와 매수자 둘 중 한 사람은 맞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틀린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투자 상품을 매수할 때는 파는 사람이 왜 팔까를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그것을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이 왜 살까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거래하면 ‘상투’를 잡거나 반대로 바닥에 팔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투자 거래를 할 때는 상대의 심리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본인이 사고 싶을 때는 다른 사람도 사고 싶고, 본인이 팔고 싶을 때는 다른 사람도 팔고 싶을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호재와 악재가 일정한 기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회사 주식으로 수익률을 가장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쉽게 생각하면 호재가 시장에 알려지자마자 그 주식을 샀다가 악재가 나타나면 바로 그 주식을 팔고, 이를 반복하면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재가 발표되면 그 주식을 사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정작 그날에는 사려는 사람만 있고, 그 주식을 팔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 거래 자체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악재가 나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주식을 팔려고 하고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주식을 사려면 다른 사람이 매수에 나서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 호재가 나타나기 전에 먼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그 주식을 팔려면 남들이 팔기 전에 한 발 앞서 팔아야 한다.
대중의 투자보다 한 걸음 앞서야
그런데 호재나 악재가 나타나는 것이 이미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면 모든 사람이 사려고만 하거나 팔려고만 할 것이기 때문에, 호재나 악재 실현 직전에 거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이론에 불과하다.
이것이 실제로 실현되려면 혼자만 정보를 독점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의 속성 때문에 대중과 반대로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투자 수익률이 높을 때가 많다. 그 당시에는 대중과 거꾸로 가는 듯하게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대중보다 앞선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투자에 참고해야 하는 변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 어떤 지수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오를 것을 예고하는 반면, 어떤 변수는 내릴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모든 지표나 증거가 오를 것이라고 나타날 때 투자에 나서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대중이 이미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면 시장에선 급매물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몇 달 후면 훨씬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데 굳이 싼값에 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두 가지 지수가 상승을 예고한다고 무조건 매수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몇 가지 지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거래량이다.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다가 거래량이 급증하면 바닥을 탈출했다는 신호다. 대기 매수 세력이 매입을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승장이 이어지다가 거래량이 급증하면 이것은 꼭지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대기 매도 세력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래량은 가격 상승과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남보다 앞선 투자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약간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러므로 보조적으로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심리지수를 참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택 가치 전망이라고 볼 수 있는 소비심리지수가 100을 넘으면 향후 주택 시장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 94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그 이후 상승세를 보여 12월에는 106까지 올랐다. 이 지수를 소득별로 나누어 보면, 월소득 100만 원 미만인 계층의 주택 가치 전망 지수는 석달 연속 101로 조사되고 있다.
향후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사람이 거의 비슷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월소득이 500만 원을 넘는 계층의 주택 가치 전망 지수는 110으로, 지난해 8월 94를 기록한 후 계속 오르고 있다. 주택 시장은 어느 정도 소득이 높아야 유효 수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전체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수보다 소득 상위 계층에 대한 지수가 더 의미가 있다.
주택 시장이 상승세를 보일지, 하락세를 보일지에 대한 논란은 많다. 그러나 보는 시각에 따라 거꾸로 하는 투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투자일 수도 있다. 남들이 모두 투자에 나섰을 때는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대중보다 한 걸음 앞선 사람만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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