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가계부채 체질개선 대책 내놓겠다"
- 이자만 내는 대출 대부분..거치기간 편법 `제동`
- 부동산가격 장기 하락하면 가계부실 심각성 커져
금융당국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추진 과제 1순위로 올려놓은 `가계부채 리모델링`은 수년간 고민해 온 주제다. 당장은 별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것 같은 다이어트나 금연 같은 숙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문제는 지난 1년간 계속 고민해왔던 사안"이라며 "올해에는 가계대출의 여러가지 문제를 총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종합대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가계 대출, 문제 없어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
우리나라 금융의 위협요인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 PF 부실 대출은 이미 수술에 들어갔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고민만 끌어안고 있을 뿐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가계부채가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는 데 원인이 있다. 당장 연체율이 높지 않아 발등의 불이 아닌데다 가계부채의 규모가 큰 지 아닌 지에 대한 판단도 애매하다. 어느 수준이 적절한 가계부채 수준이고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위험한 수준인지에 대한 기준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민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공통 사안이다. 가계의 연간 가처분소득과 비교할 때 가계부채가 얼마나 많으냐 정도가 가계부채의 위험수준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수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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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위권에 있는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우리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 소득의 대부분을 연금이나 세금으로 내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 자체가 높지 않다. 반면 교육이나 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가 해결해주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의 상당부분을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에 쓰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이런 나라들을 빼면 우리나라의 실제 순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실제 가처분 소득은 통계보다 높을 것이라는 추측 정도가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대목이다.
◇ 낮은 연체율의 비밀은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문제를 `괜찮다`고 진단하는 또다른 근거는 이상하리 만큼 낮은 연체율이다. 은행권의 연체율은 1%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고 전체 금융권으로 넓혀봐도 2%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낮은 연체율은 상당부분이 거품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원금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 내면서 버티는 대출이 많은데서 오는 착시현상이라는 것. 실제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80%가 사실상 `이자만 내는` 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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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장기 원리금 분할 상환 대출의 비중이 37.5%나 되어 꽤 높아 보인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도입되면서 장기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의 대출을 받으면 DTI 규제를 상당부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대부분 2~3년의 거치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거치기간을 연장하는 편법적인 구조다. 이런 대출을 허용한 것은 당국의 뼈아픈 실수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치기간이라는 대출관행이 워낙 뿌리가 깊어서 그걸 없애라고 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첫 메스는 이런 무늬만 장기대출인 편법 대출에 가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 "고정금리 대출로 옮겨타세요" 공허한 외침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92,7%(2010년 6월말 기준)가 변동금리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안전벨트 없는 자동차 같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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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아무리 고정금리로 갈아타라고 해도 금리가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올해에는 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어 고정금리 상품으로 옮겨타려는 수요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동금리 대출자가 주택대출 전체의 90%가 넘어서 이미 `대마불사`가 된 상황을 간파한 소비자들은 버틸 수 있는 수준까지는 계속 변동금리 대출로 남아있다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행태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 고정금리로 옮겨타는 것을 유도해야 하는 금융당국이 탈출구를 빨리 치우지는 못할 것이라는 즉, 고정금리 수준을 높게 매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까지 이미 하면서 계속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 소비자들을 안전한 대출로 옮겨갈 수 있게 하는 인센티브가 마땅치 않은 것도 당국의 고민이다. 세제혜택 정도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안이지만 돈 빌려서 집을 산 계층에게 세금까지 깎아주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지만 세금을 걷어 쓰는 기획재정부는 어림없다는 반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집을 사지 않고 대출을 받지 않은 소비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 때문에 은행 대출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도 일단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체질개선 쪽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따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증가율은 작년이 6.6%, 올해가 8.2%로 명목 경제성장률 증가율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며 "이미 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통해 어느정도 대출 확대가 제어돈 만큼 가계대출의 체질과 구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문제는 금융권과 대출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고 어느정도의 합의와 양보도 필요한 부분이어서 종합대책으로 내놓지 않고 한두개씩 정책을 던지는 식이면 오히려 부작용과 반발도 클 것"이라며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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