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동산 관련)

내수·경기 살면 대형 매력 여전하다 - 잘못된 분석의 문제점

웃는얼굴로1 2010. 8. 29. 18:03

아기곰     2010/08/24 14:41

 

어떤 학생이 해부학 실험에서 개구리를 가지고 실험했다. 개구리 한 마리를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 커다랗게 소리를 치자 개구리가 놀라서 펄쩍 뛰어올랐다.

그 다음 개구리의 뒷다리 근육에 메스로 깊은 상처를 낸 후 같은 실험을 했다.

이번에도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지만 개구리는 뛰어 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학생이 실험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개구리는 소리를 듣는 기관이 뒷다리에 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실제로 우리 주위에선 비슷한 일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것도 약간 덜떨어진 학생이 만든 보고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유수의 경제연구소에서 나오는 자료가 그렇다. 지난 7월 16일 대기업 산하 H경제연구원이라는 곳에서 ‘대형과 중소형 주택간 수급 불일치’에 관한 리포트가 발표됐다.


핵가족화가 소형 인기 이유?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가격 상승률을 산출한 결과 대형은 마이너스 1.4%, 중형은 마이너스 1.0%, 소형은 마이너스 0.5%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가구당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핵가족화와 이혼율 급증 등으로 가구원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주택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요지다. 어찌 들으면 타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논리 전개 수준으로 보면 “개구리는 뒷다리에 귀가 달려 있다”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어떤 학설이 정설로 인정받으려면 ‘가설→증명→정설’의 순으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

H경제연구원 보고서의 문제점은 이런 증명 부분을 거의 생략했다는 데 있다. 겨우 3개월 만의 가격 흐름만으로 앞으로 소형 평형의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매우 성급한 결론이다.

더욱이 그 원인으로 삼은 가구원 수 감소와 대형 주택 가격 약세 현상 간의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도 어렵다. 거의 독립적인 두 사안을 억지로 갖다 붙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 보고서를 폄훼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조인스랜드 통계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전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당 228만 원에서 251만 원으로 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60㎡(18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는 179만 원에서 213만 원으로 19% 상승한 반면 135㎡(41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는 452만 원에서 415만 원으로 8% 하락했다. 조사 기간만 3년 6개월로 길 뿐 소형 평형에 대한 수요가 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보다 늘었다는 H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조사 기간을 달리해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조사 기간을 2004년 1월에서 2007년 1월까지 3년간으로 잡으면 전국 아파트 값은 ㎡당 169만 원에서 228만 원으로 35%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60㎡(18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는 145만 원에서 179만 원으로 23% 상승한 반면 135㎡(41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는 288만 원에서 452만 원으로 무려 57%나 올랐다. 2007년 이후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H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소형 평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가구원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2004년에서 2007년까지 3년 동안 소형 평형보다 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던 것은 그때 당시 가구원 수가 점점 늘어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산업화 이후 도시화·핵가족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가구당 가구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 왔다. H경제연구원의 가설이 맞으려면 2004년까지는 핵가족화가 진행되다가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다시 대가족화로 회귀했다가 2007년 1월부터 다시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었어야 한다.

결국 소형 평형이나 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가구원 수 축소보다 다른 원인이 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부동산 투자를 오래 해왔거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 온 사람이라면 양도세 중과의 영향을 그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2006년도부터 3주택 이상 소유자가 주택을 팔 때 양도 차익의 66%, 2007년부터 2주택 이상 소유자가 주택을 팔면 양도 차익의 55%를 세금으로 걷겠다는 정책이 발표되자 여러 채를 가진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하면서 소형 주택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대신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수요 때문에 대형 주택이 강세를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향도 일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자료를 한 번 더 보자. 이번에는 같은 기간 전세가의 변화를 살펴보자. 2007년 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전국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당 101만 원에서 117만 원으로 16%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60㎡(18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는 86만 원에서 104만 원으로 21% 오른 반면 135㎡(41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는 150만 원에서 152만 원으로 1% 상승했다. 대형 평형보다 소형 평형의 상승률이 높은 것은 매매가와 다름이 없다.

2004년 1월에서 2007년 1월까지 3년간은 ㎡당 89만 원에서 101만 원으로 13%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60㎡(18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는 80만 원에서 86만 원으로 8% 상승한 반면 135㎡(41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는 124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무려 21%나 올랐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전세 시장에서도 매매 시장과 같이 소형 평형보다 대형 평형의 수요가 더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전세 시장은 양도소득세와 아무 상관이 없다. 계약 기간 중 전세금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세입자에게 차익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구원 수가 꾸준히 감소했고 시세 차익 등 아무런 이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전세 시장에서 소형 평형보다 대형 평형이 강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좋다면 대형 다시 인기

그 비밀은 가처분소득에 있다.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2005년과 2006년의 내수 경기는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구가했다. 그 당시 두둑했던 주머니 때문에 아파트 매매가만 강세를 보인 것이 아니라 전세가도 강세를 보인 것이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놓고도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그 원인을 전혀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면 H경제연구원의 주장과 아기곰 주장 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래 전망에 있다. 현재 주택 시장에서 소형 주택이 대형 주택보다 강세를 보이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원인을 H경제연구원의 주장대로 가구원 수 감소에 있다고 보면 앞으로는 소형 주택이 영원히 강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아기곰의 주장이 맞는다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전세 수요자든 매매 수요자든) 실수요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진다면 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선호하는 규모는 99㎡(30평)였고,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한 가정이라면 99㎡보다 132㎡(40평)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다수다. 다만 경제적 여건이 안 돼 전세든, 매매든 소형 평형에 사는 것이지 가구원 수가 적어서 소형 평형에 사는 것은 아니다. 국토해양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의 1인당 주거면적은 다른 선진국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소형 평형 주택을 의무적으로 더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짜 맞추기식으로 분석한 H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논리 전개상으로도 모순점이 많지만, 그 결론으로 내세운 소형 평형의 비중을 의무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주거의 질을 생각하더라도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소형 평형이든, 대형 평형이든 그 선택은 실수요자의 몫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