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나홀로족 소비 120조
↑ 22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1층 식품관에 위치한 1인 샤브샤브 전문점 '공기'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 사진=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
쭈뼛쭈뼛 혼자 노래연습실에 들어선 손님을 보고 카운터 직원은 대수롭지 않게 이용시간을 물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1인 전용 노래연습실의 '흔한' 풍경이다. 로비는 젊은층을 겨냥해서인지 밝고 깔끔했다. 평일 오후 4시. 노래방을 가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16개의 방은 모두 차 있었다. 대기 시간은 20여분. 20대 부터 나이가 지긋한 중년 여성까지 3명의 대기자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노래방은 3.3㎡(1평)도 채 되지 않았다. 두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좁았다. 가사가 나오는 벽걸이용 TV, 탁자와 의자, 노래방 기기와 책자가 전부. 직접 부른 노래를 USB로도 담아갈 수 있어 지방에서 녹음을 하러 일부러 오는 손님도 있다고 직원이 귀띔했다.
직원은 "가격대가 저렴한 오전(오전 6시~낮 12시) 시간대가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린다"며 "단골손님이 많다. 1인 손님 뿐 아니라 커플이나 가족들이 함께 왔다가 각자 따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학생 김철우(20)씨는 익숙한 듯 카운터에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는다는 김씨는 "친구들하고 노래방을 가기 전 신곡 연습을 하기 위해 오곤 한다. 원하는 노래를 기다리지 않고 마음껏 부를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 혼자서도 왕처럼 당당하게 먹는다
영등포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 지하 푸드 코트. 1인용 샤브샤브 전문점 '공기'를 찾았다. 평일 오후 2시라 주변 음식점은 한산했지만, 유독 이곳만 대기 손님이 있을 정도로 만석이다.
15석 규모의 바 형태의 식당에는 자리마다 1인용 인덕션이 설치되어 있다. 샤브샤브는 일반적으로 2인분부터 시작하지만, 이곳에서의 모든 메뉴는 1인분 기준이다. 소고기 야채 샤브샤브, 샤브샤브 쌈밥 정식, 불고기 쌈밥이 주 메뉴다. 15분 가량 기다리고 있으니 자리가 났다. 직원은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 때는 자리가 없다"며 "고객 중 3분의 1 정도가 혼자서 온다"고 말했다.
소고기 야채 샤브샤브를 주문하자 육수가 준비된 개인 냄비와 국수, 샤브샤브용 소고기와 야채, 소스 등이 나왔다. 1인용인 것만 제외하면, 직접 재료를 익혀 먹는 것은 기존의 샤브샤브와 방식이 같다.
혼자왔다는 김모(37·여)씨는 "혼자 식당에 가면 '몇 명이 왔느냐'고 묻는게 싫은데, 이 곳에서는 주변 신경 안쓰고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따끈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혼자서 먹는 나홀로 족들이 증가하면서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1인용 샤브샤브 식당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 서울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1층 식품관에 위치한 1인 샤브샤브 전문점 '공기'. / 사진= 이명진 기자mjlee@nocutnews.co.kr |
당당하게 혼자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나홀로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홀로족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1인 노래방, 1인 전용 식당과 1인 좌석 커피전문점 등 나홀로족을 겨냥한 장소가 많아지면서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신촌의 일본 라멘 전문점 '이찌멘'은 혼자 밥 먹는 싱글족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1인용 식당이다. 반 이상의 테이블에 독서실처럼 각 좌석을 구분하는 칸막이를 설치해 식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도록 설계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형식의 스시 전문점 스시로는 1호점과 2호점에 없던 1인석 좌석을 10월 오픈한 창원 상남점 매장에 마련했다. 홍현희 스시로 팀장은 "싱글족들이 부담 없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1인석을 마련했다. 앞으로 신규 매장에 1인 좌석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벽이나 창을 마주 볼 수 있도록 1인용 좌석을 늘린 커피 전문점도 늘었다. 카페네스카페는 명동점·충북대점 등에 1인 고객을 위한 바 형태의 좌석을 들여놨다. 혼자 매장을 방문해 간단한 디저트류로 식사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1인족들을 위해서다.
커피전문점에서 혼자 커피를 즐기며 업무를 본다는 직장인 김혜진(30)씨는 "자리가 만석일 때 혼자 4인용 테이블을 사용하면 주변 눈치가 보이는데, 1인 좌석에 앉아 있으면 부담이 없어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카페네스카페 관계자는 "1인 고객의 1인 테이블 점유율은 약 70%이상"이라며 "전망성이 있다고 판단돼 추후 오픈 예정 매장에도 1인 테이블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1인 가구 소비여력 3~4인 가구의 두배
나홀로 문화는 1인 가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저출산·고령화·만혼 등의 영향에 따른 소가족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1인 가구 증가세는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1990년 102만 가구에서 2012년 454만 가구로 4.4배 확대됐다.
1인 가구가 소비시장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시대가 활짝 열렸다. 솔로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가 줄을 잇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2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에는 194조원으로 늘어나면서 4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17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규모 역시 2010년 88만원에서 2020년 100만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4인 가구의 1인당 소비지출 규모와 비교하면 2020년 1.4배, 2030년 1.5배 수준이다.
실제 1인 가구의 소비 여력은 3~4인 가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전체 월수입에서 소비·저축이 자유로운 가처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인 가구가 32.9%로 3∼4인가구(17.2%)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았다. 높은 주거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1인가구는 양육이나 가족부양 부담에서 자유로운 까닭이다.
한정민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급부상하면서 소비 시장에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인 가구의 연령대별 소비성향과 패턴을 분석해 소비 주체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솔로 이코노미'란? >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솔로 이코노미는 싱글 및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소비 시장을 형성하자 식품, 주택, 소형 가전 등 관련 산업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개발, 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세계경제포럼의 싱글경제학 세션에서 "전세계적으로 부유한 도시를 지배하고 형성하는 사람은 교육수준이 높고 전문성을 지닌 20~30대 싱글들이며, 이들이 소비 트렌드를 좌우함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소개된 후 솔로 이코노미에 대한 개념이 형성됐다.
이후 2012년 2월 뉴욕대 사회학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고잉 솔로(Going Solo)'가 출판되면서 '솔로 이코노미' 용어가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2010년 미국 싱글들의 일인당 연평균 소비액은 3만4000달러로 무자녀 및 유자녀 가족 일인당 소비액보다 높고, 고소득을 가진 싱글이 증가하면서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leesun@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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