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다소 막연하게 시골 땅을 찾는다.
인터넷에 들어가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등의 사이트에 올려진 개별 매물을 보고, 해당 중개업자에게 연락한 뒤 현장을 찾아가 살펴보고 마음에 들면 계약을 하고 아니면 포기한다. 또는 친인척이나 주변의 아는 사람을 통해 종종 물건을 소개받고 매수를 하곤 한다.
이렇게 산 땅 가운데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입지가 괜찮은 땅도 간혹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개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만족스러워지기 마련이다.
땅을 사서 가끔 주말농장용 텃밭으로 활용할 때만 해도 내 땅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점차 내 땅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집을 짓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가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땅 자체의 흠결과 주변의 나쁜 환경 등 숨겨진(?)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땅을 치며 후회하기도 한다.
따라서 시골 땅을 구하고자 한다면 보다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나중에 땅값 상승이라는 ‘덤’을 얻기 위해서는 ‘개별 땅’이 아닌 ‘그 지역의 가치’를 산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즉, 개별 땅 보다는 그 땅의 가치를 높이는 지역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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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야산에서 바라본 동창마을 일대 전경. |
그런 지역은 우선 전원생활의 전제 조건인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문화·교육·생활 인프라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통있는 마을과 문화재 등 역사·문화 테마를 겸비하고 있다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도 땅의 미래가치를 결정짓는 개발 재료를 갖춰야 한다.
서울 및 수도권과 연결되는 신설 고속도로 IC 주변이나 복선전철 역세권 일대가 바로 그 곳이다. 예컨대 이미 개통된 경춘고속도로(동서고속도로 1단계 구간, 서울 강일~춘천·동홍천)와 연결되는 홍천~인제~양양 구간(동서고속도로 2단계 구간)은 오는 2014년에 개통될 예정이어서 신설IC 주변을 중심으로 개발 기대감이 높다. 21일 완전 개통된 경춘선(서울 상봉동~춘천) 복선전철 역세권 일대도 향후 투자 열기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그럼 미래 지역가치가 높은 사례를 직접 찾아보자.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은 행정구역상 물걸리, 도관리, 화상대리, 서곡리, 문현리 등으로 나뉘는데, 병풍처럼 우뚝 솟은 산 밑으로 홍천강 상류인 내촌천이 굽이굽이 휘감아 흐른다. 풍수에서 말하는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꼽을만하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지난해(2009) 개통된 경춘고속도로의 끝지점인 동홍천IC(화촌면)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이 동홍천 IC와 바로 연결되는 내촌IC라는 개발 호재를 갖고 있다. 홍천(내촌)~인제(상남)~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 2단계 구간은 오는 2014년 완공될 예정이지만, 정부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고속도로 운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동홍천IC~내촌IC 구간은 2003년 하반기나 2004년 초께 개통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개발 호재의 한가운데에 내촌면 안에서도 물걸리가 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향후 땅의 미래가치는 그 땅이 속한 지역이 어떤 스토리를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 즉, 테마마을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내촌면 물걸리에서도 동창마을은 이같은 잠재력을 갖춘 대표적인 마을이다.
이 마을은 이름 그대로 ‘동쪽의 창고’란 뜻이다. 강원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옥한 농지와 생산물을 갖고 있다. 옛부터 마방이 있어 임금님이 계신 한양으로 진상품을 실어날랐다고 한다. 물론 마방을 통해 지역 물자 수송의 거점 역할도 했다.
이 마을은 또한 용호강(홍천강 상류-내촌천)과 척야산을 배경으로 빼어난 경관이 일품이다. 척야산 진달래와 용호강은 ‘국민가수’ 이미자와 설운도 등 대중가수들이 부른 노래가사에 나올 정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마을은 강원도에서는 유일하게 인근 절터(물걸사지)에서 석조여래좌상,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불대좌, 불대좌 및 광배, 3층석탑 등 국보급 문화재가 무려 5개나 발굴된 ‘문화재 마을’이기도 하다.
여기에 척야산은 기미년 3월1일 만세 운동의 성지(?)이기도 하다. 당시 이를 이끈 김덕원 의사는 의거 후 인근 용호대의 다락방에서 삼년간 은신 중에 산 뒷자락을 타고 척야산에 올라 하늘에 우러러 우리나라의 독립을 절규했다고 한다. 척야산 청로각은 김덕원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청로각 누각의 이름은 전 성균관장 박중훈 선생이 짓고, 글씨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썼다고 전해진다.
근래들어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이런 역사·문화적 배경은 동창마을을 테마가 있는 마을로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시골마을에서는 보기드문 교육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1941년 개교한 동창초등학교와 대안학교인 팔렬중고등학교가 바로 그 것. 팔렬중고교는 이화학당(이화여대)과 한 뿌리인 이화학원(이화여고,이화외고)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원생활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장래 지역가치가 빛을 발할 숨어있는 마을을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투자가치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 전원&토지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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