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경기에 6개월 선행(先行)하고, 부동산은 거꾸로 6개월 후행(後行)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적어도 국내에선 이 이론이 정설이었다. 부동산은 워낙 단위가 크다 보니 웬만큼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 전까진 쉽사리 손이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거래량 등 부동산 통계가 워낙 부실한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옆집 아파트가 한 달 새 수천만 원 오른 값에 팔렸다'는 얘기가 광속으로 퍼지는 세상이다. 그래서 '주가와 부동산 값은 함께 움직인다'는 소위 동조화론이 훨씬 설득력을 갖는다. 시차가 있다 해도 기껏해야 3~6개월 정도다.
국내 최고수급 재테크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내년엔 주가와 부동산 값이 함께 뛸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원래 가격 전망이라는 게 '선물(先物)'과 비슷해서 늘 현재의 눈으로 미래를 보기 마련이다. 당시 시장 상황이 좋으면 미래도 밝게 보는 경향이 짙다는 말이다.
이런 상수(常數)성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기자 역시 '증시ㆍ부동산 동반 강세론'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요인은 첫째,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는 유동성, 즉 '돈의 힘'이다. 힘센 주요국 중 물가 상승이나 경기 과열을 염려해 노골적으로 긴축에 들어간 나라는 중국뿐이다. 미국도 내년 경기 전망이 양호하다고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돈을 풀어대서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쉽사리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내년 몇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지만 현재 연 2.5%에서 올려봐야 시장은 '가벼운 잽' 정도로 여길 것이다.
둘째, 내년엔 전 세계 경제가 비상 국면에서 벗어나 평상 모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기 3년차인 내년에는 각종 경제지표 못지않게 투자자들의 심리 역시 정상을 회복할 것이다. 금융위기 같은 준전시 상황 땐 미국 국채나 달러화,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돈이 쏠린다. 반면 위기 후 글로벌 경제가 본격 회복세를 타면 이른바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진다. 주식, 부동산이나 원유, 비철금속 같은 원자재가 대표적이다.
결론적으로 내년 재테크 시장은 '유동성 파티'를 즐길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2007년 이후 4년 만에 '빅 사이클'이 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이들도 있다. 이럴 땐 장롱 속의 현금까지 박박 긁어서 뭐라도 사두는 게 현명할 것이다.
다소 일러 보이지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대목은 있다. 자산 가격이 오른다 해도 정상 단계를 지나 언제 거품으로 갈지, 또 거품은 얼마나 커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데렐라 황금마차가 호박으로 변하기 전에 언제든 '유동성 파티장'을 빠져나올 준비도 해둬야 한다. 강남 부자들이 자문형 랩, 상가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 등 단타 상품에 집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매경 증권부 = 설진훈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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