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30억 강남자산가 "2년간 고민했지만 역시 부동산"

웃는얼굴로1 2013. 8. 16. 08:08

수익률 연 5~7% 수준이면 OK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현금 뭉치를 쥐고 있던 서울 강남 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로 회귀하고 있다. 오랫동안 임대료가 크게 오르지 않은 강북 역세권 상가건물이 표적이다.

중견기업 오너인 A씨는 2년전 보유 토지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수십억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부동산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A씨는 일단 현금으로 보유하며 천천히 투자처를 찾기로 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뒷골목부터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탄천 인근 상가건물, 홍대·고려대 상권 등이 그가 30억원의 보상금을 들고 2년여간 발품을 판 곳들이다.

이밖에도 그가 찾아다닌 곳은 50여곳에 달한다. 2주에 한번 꼴로 투자처를 물색하고 다닌 셈이다. 그래도 마음에 쏙 드는 투자처는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십억원의 현금을 저금리 예금에 계속 묵힐 수도 없다는 게 A씨의 판단이다. 그러던중 현금 보유보다는 부동산 투자를 실행할 때라는 마음을 굳혔다.

16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에 따르면 A씨처럼 30억~50억원을 들고 1년 이상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센터 고객만 십수명에 달한다. 이들은 요즘 A씨처럼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A씨는 "수십억원을 연 2%대의 저금리 예금에 계속 묶어둘 순 없다"며 "수익률이 연 4~5%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A씨는 그동안 봐온 물건 중 하나를 선택해 매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수익을 기대하며 금융상품에 손을 댔다가 수억원의 손실을 본 B씨도 최근 부동산 투자로 돌아섰다. B씨는 코스피지수가 2000에 달할 당시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20%의 손실을 기록했다. 수억원의 자산을 날린 셈이다.

과감히 손절매한 B씨는 "금융 상품에 회의를 느낀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아 자산이 더 줄어들기 전에 부동산 투자를 서두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요즘들어 부동산 투자를 서두르는 이유는 매물 중 좋은 물건들이 하나둘 팔리기 시작해서다. 특히 같은 투자금액이라도 강남보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북 상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A씨가 관심을 갖고 있는 물건 중 하나는 성북구에 위치한 대지 221㎡, 지하 1층~지상 4층에 'ㄱ'자형 상가건물. 대로변에 접해 있고 옆건물에는 유명 브랜드 커피숍이 있어 이미 검증된 상권이다. 매매가는 26억원, 임대료 수익률이 현재는 연 5% 수준이지만 리모델링할 경우 연 7%까지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ㄱ'자 건물 안으로 '알박이'처럼 다른집 건물이 들어와 있는 게 흠이다. A씨도 이 때문에 투자를 망설였다. 하지만 그사이 다른 투자자가 계약을 추진하면서 물건을 놓치고 말았다. 그가 눈여겨 본 또 다른 매물은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뒷골목 상가로, 수익률이 연 4%에 그치는 게 단점이다.

곽명휘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동산팀장은 "아직 '강남불패'를 떨쳐버리지 못해 수익률 연 4% 수준인 강남에서만 투자처를 찾는 사례가 있는데 이제는 수익률 연 5~7%의 강북 A급 상권이 훨씬 투자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유경기자 yu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