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전국 미분양 디자인 다시 하라

웃는얼굴로1 2010. 12. 15. 01:19

윤정웅

 

미분양은 값 낮춰야 팔린다

 

필자의 이웃에 박사.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중에서 신랑을 고르려다 나이 40 다 된 어느 노처녀가 있습니다. 아직도 “사”(士)자 돌림에서 신랑을 구하느냐? 고 물었더니 단번에 아니라는 얘기를 합디다. 아마 그게 한쪽의 희망대로 되지를 않더라는 뜻이겠지요.

“결혼은 20대 철없을 때 연애하다 얼른 하는 게 좋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것저것 눈에 걸리는 게 많아 어렵더라.”는 푸념을 하더군요. 꼭 “사”자 돌림에서 구하려 하지 말고 값을 좀 낮춰보라는 주문을 하였더니 “피식”웃으면서 “혼자 살지 않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답이었습니다.

“사”자 돌림에서 신랑을 구하려다 노처녀가 된 어느 처녀의 처지나 아파트 단지는 물론, 온 동네 이곳저곳에 현수막 탱탱하게 걸어놓고 파리를 날리는 대형 미분양의 처지를 어떻게 보십니까? 어쩌면 동병상련이 아닐는지요?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은 약 10만 가구랍니다. 그 중 수도권 미분양이 3만 가구 정도 되는데 지방이나 수도권이나 30%는 준공 후 미분양인 악성이고, 나머지는 대형이라 하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미분양과 숫자놀음을 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요.

지금 전국의 미분양은 2007년 하반기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높은 분양가를 매겨 보따리로 풀어내놨던 아파트입니다. 지방은 대부분 값을 낮춰 임자를 찾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팔려 나갔지만 아직도 값이 버거워서 임자를 만나지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도권은 값을 낮추지는 않고 중도금 무이자, 확장. 옵션 무료, 잔금 유예 등 벼룩이 간 정도로 혜택을 주거나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입주 보조금 1-2천 정도의 사탕발림을 하면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겠지요?

내 돈 남 주기 싫고, 내 것 포기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일 테니까 그러기도 하겠지만 글쎄요,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고 있음을 모르는 이치가 아닐는지? 그러는 사이 회사는 멍이 들게 된다는 뜻입니다.

-미분양이 부동산시장 판을 깨고 있다-

요즘 기존주택시장의 중소형은 거래가 되고 있고 중형을 팔고 대형으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분들은 미분양을 기웃거리다 높은 값에 아연실색을 하고 돌아 선 일이 있으실 겁니다. 수도권 기존주택시장에서는 165㎡(50평)가 5억 - 6억에 거래가 되는데 미분양은 7억5천정도 하니까 놀랄 수밖에요.

시행사나 시공사에서는 시장이 좋아지면 팔려나갈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를 걸면서 버티기를 하고 있지만 1년이 가고, 2년이 가면 물건은 헌것 되고 회사의 재정은 이자 물어주다 멍들 것이니 영락없이 과분한 사람 기다리다 40 후딱 넘는 노처녀가 되지 않을는지?

물론 한 번 정해진 분양가를 깎는다는 건 기존 수분양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러나 그게 어렵다고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결국 미분양이 쌓인 지역의 아파트는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요? 요즘 고양, 일산, 청라, 용인 등 일부지역처럼 말입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팔 때도 있는 게 장사 아니던가요? 필자는 어떤 물건이든지 값이 싸면 팔린다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건설사들은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지금의 미분양을 해소시켜야 다음 장기판을 짤 수 있을 것인즉, 그렇다면 값을 내리는 일 외에 다른 방도는 없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옛날에는 미분양 몇 채가 남게 되면 하청업체에게 대물로 지급해 버렸지요. 대물로 받은 하청업체에서는 또 그걸 인근중개업소에 부탁하여 10% 내지 20%씩 할인하여 현금으로 융통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게 안 됩니다. 입주예정자 동호회나 아파트 동 대표회의 또는 부녀회에서 그런 물건이 나돌면 아파트 값 내려간다고 수시로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값을 내려 팔자니 기존 수분양자들이 들고 일어나고 그대로 팔자니 안 팔리고, 그렇다면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요?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지 값을 내리지 않고는 안 팔린다는 공식이 맞을 겁니다. 수분양자들을 달래면서 값을 깎아 파는 일이 바로 유능한 세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도권 미분양은 빈 악어지갑-

악어지갑이나 가오리지갑이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좋은 지갑을 가지고 있으면 돈이 잘 들어올까요? 경험상 지갑과 돈은 상관이 없더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필자도 좋은 지갑을 가지고 있습니다마는 언제나 달랑 한 장이더군요. 만 원짜리 한 장, 오만 원짜리 한 장, 아니면 10만 원짜리 수표 한 장~ 주로 한 장으로 살고 있습니다.

수도권 미분양도 빈 악어지갑이 아닐는지? 보기만 좋았지 알맹이도 없고 주인마저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지갑을 버리자니 카드 주체할 수 없어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아마 수도권 미분양도 회사 이미지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가지고 있음이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지갑을 채울 수도 있고 넘칠 때도 있더라는 것이지요.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인근시세와 비슷하게 값이 내린 미분양이 있다면 얼른 도장을 찍어 놓는 게 옳다는 말씀이지요. 나중에 지갑을 채울 수 있을 테니까요.

요즘은 기존주택시장은 제법 잘 나가는데 미분양이 몸집 자랑만 하고 길을 비켜주지 않으니 앞차가 밀려 뒤차가 못나가는 형국이로군요. 많은 미분양을 안고 있는 시행. 시공사는 값을 줄이는 일이 우선일 것이고, 설사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털고 일어나는 일이 급선무가 될 것입니다.

이미 입주를 마쳤거나 입주 중이거나, 입주를 앞둔 고가 아파트는 어떤가요? 30%내지 40%입주를 마친 상태에서 나머지 수분양자들은 뚫고 나갈 길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버티고 있다면서요? 양편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면 누가 손해를 보게 될까요? 결국은 건설사와 수분양자 양쪽 다 손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수분양자 한 사람 한 사람 일대일 상담을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집이 안 팔려서 입주를 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팔릴 때까지 기간을 연장해 주고, 돈이 부족하여 입주를 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잔금유예를 해 주되, 도저히 입주할 능력이 되지 않은 사람의 물건은 회수하여 할인 재 분양하는 일이 옳지 않을까요?

계약을 했으니 무조건 입주해야 한다는 식으로 밀고 나가면서 회사가 입은 손해를 청구하겠다든지, 신용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협박성 대책은 수분양자들을 괴로움에 빠지게 할 뿐 해결의 상책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