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항상 나오는 경제기사 중 하나가 '대기업 직원들이 월급의 몇 배를 성과급으로 받았다'는 뉴스다. 대기업은 누구나 다니고 싶어하는 직장이다. 이에 굳이 많은 성과급을 지급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연말마다 푸근한 선물을 안긴다. 왜 그럴까.
대기업의 임금은 노동 수요와 공급이 만나서 결정되는 가격보다 높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경쟁하는 수많은 구직자들이 이를 증명한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보다 실제 임금이 높으니 노동력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취업하고 싶어도 못 다니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만일 균형수준의 임금만 제공될 경우 그만큼 노동력 공급이 줄면서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모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처럼 균형수준보다 높은 임금을 주면서 사람은 필요한 수준보다 덜 뽑는다. 임금 부담이 많은 만큼 필요 수준까지 채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의욕 때문이다. 노동의욕은 임금과 정비례 관계에 있다. 높은 임금을 받을수록 더 열심히 일을 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을 개선해 결과적으로 기업 이윤을 키운다.
즉 낮은 임금으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때보다 그보다 약간 적은 수의 사람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편이 이윤을 늘리는 데 보다 유리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의 수급보다 생산성을 생각해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효율성 임금이론'이라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직원들의 월급이 많아지면 생산원가가 늘어나지만 그만큼 생산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기업이 보다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대기업의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을 자동으로 감시하는 효과도 낸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경영자들은 알기 어렵다. 이에 노동자들은 겉으로 일하는 척하면서 경영자 몰래 일을 게을리 하기 쉽다. 이를 '감추어진 행동'이라고 한다.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이 일을 게을리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임금이 높을수록 태업을 하다 적발돼 일을 그만두게 됐을 때 포기해야 하는 대가가 커진다. 이에 따라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혹시 모를 적발에 대비해 일을 열심히 하게 된다.
이직률을 낮추려는 의도도 있다. 이는 보통 업계 1위가 아닌 그 이하 대기업들에 적용되는 이론이다. 2위 이하 기업들은 직원들이 언제라도 1위 업체로 옮겨갈까 불안해 한다. 이직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숙련된 노동력을 잃게 된다. 이를 대체하려면 새로 인력을 뽑아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2위 이하 업체들은 이직을 줄이기 위해 1위 업체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곤 한다.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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