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010년 부동산 시장 결산

웃는얼굴로1 2010. 11. 24. 00:09

박상언

 

수도권 침체 vs  지방 강세

 

민간 부동산정보업체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집값 하락으로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이 25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전체 시가총액을 끌어내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고, 서울과 인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지방은 현재도 집값이 약세인 대구와 경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가총액이 증가했다. 올해 집값이 급등한 부산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었고, 경남도  증가했다. 이어 대전과 전북이 그 뒤를 이었다.


전세시장  큰폭상승


2010
11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은 2005 4분기(41%) 이후 4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경기 지역은  2006 1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2000년대 초반에는 매매가 대비 5060%대를 웃돌다가 20022006년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40% 이하로 떨어졌다. 서울은 매매 수요보다는 전세 수요가 많은 서대문구, 동대문구, 관악구, 중랑구 순으로 전세금 비중이 높다. 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전세금이 많이 올라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5년 만에 가장 높게 올라갔다.

전세난으로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던 비()강남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전세 시장 흐름을 이끌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10년 아파트 전세금 상승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광진구다. 이어 영등포구, 성동구, 송파구, 강남구가 뒤를 잇고 있다.

이른바 '()전세난'이 벌어졌던 지난 2008년 말 싼값에 강남권과 여의도 등에 입주했던 세입자들이 전세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대체 주거지를 찾아 이동하는 현상도 벌어졌다.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82㎡형)는 지난 2008년 말 23000만원 안팎이던 전세금이 2010 4분기 현재 35000만원 정도로 1억원 이상 올랐다. 잠실지역의 다른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0
년 버블론 횡행, 구매심리 크게 위축


2010
년 주택 시장은  어느때보다도 버블론에 대한 논의가 많은 한해였다. 이로인해 주택 구매대기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매매가 하락, 전세값 상승의 한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주택시장의 버블가능성을 거론하는 논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우리보다 앞서 주택시장 버블과 붕괴를 경험했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같은 과정을 따라갈 것이란 예측이다.

노무라보고서-2015 건설ㆍ부동산(노무라종합연구소) 내용을 보면 지난 2007년 일본 국내 건설 투자는 523000억엔으로 정점인 1992 80조엔에 비해 60%로 감소한 상태다. 연구소는 이 수치가 2015년에 절반인 50%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잃어버린 10`을 거치며 23년 만에 건설업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인구통계학적인 전망은 지난 10여 년간 일본 부동산산업은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은 증시와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1990년대 초 시작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 해외 변수가 주요 요인이었지만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염려도 작용했다. 실제 10여 년 후인 2004년 총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노무라연구소는  2015년에 가구 수가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신축 주택은 1978년에 155만가구, 1990년에 171만가구, 1996년에 164만가구 등 몇 번에 걸친 정점 이후 2006년에 129만가구로 위축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외엔 자가주택률이 지난 20년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은 과잉 유동성과 글로벌 경제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 경우 30년대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1991년 이후 은퇴하면서 이후 15년간 부동산가격이 80% 하락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2006년 이후 부동산 시장의 붕괴, 특히 장기모기지(mortgage) 시장의 붕괴가 발생했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 중의 하나가 인구구조 변화다. 미국은 1946년부터 7,82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가 있고, 이들의 은퇴시기가 부동산시장 붕괴 시기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외국의 여러나라와 비교할 때 인구구조만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분석할 때 실수를 범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변동은  단순히 인구구조로 판단할 수는 없고  오히려 산업구조적 발전이 더 연관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산업은 순환주기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당연하게 일정한 순환주기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경기변동 순환주기는 콘트라티에프(Kondratiev) 파동과 같이 50~60년에 걸친 장기순환주기에서 키친(Kitchen) 파동처럼 수십 개월의 단기순환주기까지 여러 주기가 있다. 그리고 이들 순환주기가 중첩되어 현실의 경기순환이 되는데, 부동산경기의 순환주기는 이러한 일반경기 순환과 연관성을 가지면서도 나름의 독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2007년 건설 투자가 127조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처럼 정점 이후 23년 만에 절반으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은 없다.  통계청 수치를 보더라도   한국은 2019년부터 인구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도권은 2022년까지 증가할것으로  제시되어 있고 1~2인 가구수 증가는 2030년까지 증가할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구조외에  경제성장율과 장래소득수준도 분석해야  

그렇지만 모든 설명을 인구구조 변화로 귀결시킬 수는 없다. 도시의 발전과 몰락은 오히려 산업구조적 발전과 더 관련이 많다. 세계적으로 신흥도시와 몰락한 도시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 시도되고 있다. 왜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은 성장하는데, 시카고나 미국 남부도시들은 몰락하는지, 왜 싱가포르나 홍콩, 상하이는 성장하는데, 과거 영화를 누리던 다른 아시아 도시들은 몰락하는지. 그래서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결국 해당 도시의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기본적 틀이 된다. 

 

  모든 부동산가격에 대한 원리를 산업구조에 변화에 따른 소득등의 외부효과는 도외시한 채 인구구조와 입주량등  단순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버블론의 근거를  내세우는 논리전개는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쟁이는 숫자를 사용한다. 인구구조와 입주량등 단순 통계수치에만 빠져 산업구조와 소득증가등의 외적인  현실을 도외시하는  분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주택보급율이 100% 가 넘고 고령화가 차츰 진행되더라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일본처럼 급격한 주택시장 붕괴는 발생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필자가 방문했던 홍콩과 싱가포르는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그에 맞게 주택시장도 해마다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에 달하는 싱가포르의 도심 강변의 고급주택은 한채 가격이 20~100억 정도를 호가하고 있었다.

홍콩의 주택시장 사정도 비슷하다. 리펄스 베이 일대 중형 아파트 가운데 50~60억원이나 하는 곳도 흔했다. 이곳은 임대료만 한 달에 1500~2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역시 내국인은 물론 영국 등 각국 부호들도 주요 수요자였다. 급격한 주택시장 버블붕괴는 일본처럼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지속하지 않은 한 일어날 수 없다.  

한국 ,일본과 같은 급격한 버블붕괴는 없을 듯   

 

버블은 일부 아파트만의 문제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주택시장이 10~13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오고 있다. 거품 붕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필수조건이다. 거품 붕괴 전 5년간 일본의 6대 도시 땅값은 3배나 뛰었다. 1997~2006년 아일랜드의 주택값은 252%, 스페인은195%, 미국은 132% 올랐다. 한국은 38.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2000~2006년 주택가격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20개 주요 도시 집값은 100% 이상 올랐지만 한국은 평균 46%였다. 물론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69.2%(강남 90.4%, 강북 45.2%) 상승한 반면, 지방은 전체적으로 보합세를 보였다. 즉 한국의 집값 상승률이 선진국들의 절반에 못 미쳤다는 점이다.. 즉 주택가격은 장기간 하락했다. 서울의 아파트만 보면 연평균 8.18% 올랐지만 물가상승율을 초과했지만 근로자 가계 소득 증가율(10.27%)에는 미치지 못했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일본의 버블 붕괴사례를 참조하면서 대비책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하지만 경기가 호불황과 기타 변수들을  무시한 채  최악의 시나리오인 일본 부동산 시장을 유독 강조하면서 비관론적인 관점과 가진자와 못가진자 간의 이데올로기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0년 주택수요를 대거 급감시킨 요인중의 하나는 연이어 불거져 나온 여러 기관들의  부동산 버블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