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는 성리학의 대가인 이황 선생이 태어난 태실이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이 고택은 퇴계의 조부 이계양이 지었다. 퇴계가 이 집에서 태어났다 하여 '퇴계 태실'이라 부른다. 이 목조 기와집은 4동으로 구성돼 있다. 몸체는 'ㅁ'자형 평면으로 중앙에 퇴계 태실이 돌출돼 있고, 동남쪽 모서리에 마루를 두고 큰사랑과 작은사랑이 분리돼 있다.
유명한 고택을 찾아가면 집 안의 건물마다 처마 아래에 편액(扁額)이 걸려 있다. 이들은 절집의 '대웅보전' '지장전' 등과 같이 건물 안에 모신 부처님을 나타내기도 하고, 건물에 기거하는 사람의 소망이나 풍류를 담고 있다. 이것을 옥호(屋號)라고 부른다. 옥호를 보면 남자와 여자 중 누가 사용하는지를 알 수 있고, 그 건물에서 어떤 인물이나 업적이 산출되기를 기원하는지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집의 풍모를 지닌 퇴계 태실의 정문은 성임문(聖臨門)이다. 퇴계 어머니인 춘천 박씨가 임신했을 때 공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하여 붙여진 대문 이름이다. 성임문을 들어서면 곧장 보이는 '一'자형의 건물이 노송정이다. 조부가 뜰에 소나무를 심고 키우며 거처에 노송정이란 현판을 내걸고 자기의 호로도 삼았다. 또 동남쪽 모서리에 마루를 두어 큰사랑과 작은사랑이 분리됐는데, 마루 위쪽에 온천정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퇴계선생태실'은 본채 중앙에 삼면으로 난간을 둘러 누처럼 꾸민 방이다.
이 고택을 특별히 퇴계 태실로 부르는 것은 훌륭한 인물이 태어난 생가는 그 터 역시 범상치 않을 것이란 풍수 사상이 우리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강릉의 오죽헌 역시 최치운이 살려고 지었다가, 신사임당의 조상이 이 집을 사서 살다가 신사임당을 낳고 이후 율곡을 낳았기 때문에 율곡의 생가로 유명하다.
양반가에선 자식이 크게 출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식이 쓰는 건물이나 방의 이름을 지어 편액을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본받아서 자식이 의사가 되길 바라면 명의의 이름이나 의학 서적에 나오는 좋은 글귀를 따 방 이름을 지은 뒤 판자에 새겨 자식의 방문에 걸어 놓는다. 과학자가 되길 바라면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을 본뜬 방 이름을 짓고, 정치가를 원하면 간디처럼 존경받는 인물의 이름을 참고하고, 장군을 바라면 이순신 같은 명장과 관계된 방문 이름을 지으면 된다.
이런 방식은 현재 성균관대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시험반의 명칭에서도 참고할 수 있다. 사법시험 반은 조선의 과거시험인 사마시에서 따와 사마헌이라 부른다.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는 시험 반은 조선시대 조정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관리의 직급을 따 송회헌으로 칭한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시험 반은 와룡헌이라 지었다.
아이들이 장차 나라의 보배로 자라길 바란다면 그가 존경하는 위인의 이름이나 호를 따 방의 이름을 써 붙이면 길하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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