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자식들 성적과 부동산이 오를 때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자식들 입에서 밥 씹는 소리,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자식들의 글 읽는 소리, 그리고 가장 흐뭇한 소리는 내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라는 얘기를 들은바 있습니다.
그럼 요즘 가장 기분 좋은 소리는 뭘까요? 자식들의 성적이 올랐다는 소리와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부동산이 올랐다는 소리라고 하더군요. 그렇담 빨리 결혼해서 자식도 가져야 하겠고, 어서 노력해서 부동산도 가져야 사람 사는 맛이 나겠네요.
결국 우리들이 살아가는 동안에는 자식과 실 거주할 집 한 채가 “업”(業報)이요, 십자가가 아닐는지요? 자식들은 6년마다 3년마다 가방끈을 바꿔 메야 하고, 집 없는 서민들은 2년마다 이사를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이사를 하고 싶어도 애들 학교 때문에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고, 직장 때문에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로군요. 자식 잘 키워내기가 그렇게 어렵고, 반듯한 집 한 칸 마련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자식이 자본이다-
어려운 사람이 빨리 일어서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자가 부자 되는 세상이고 인맥 따라 출세하는 세상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교육 강국이 돼있고, 우리들은 자식들 공부를 1순위에 두고 있는 게 아닐까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식들 성적이 기대이하일 땐 기분이 어떻든가요? 살맛도 없고 희망도 없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겁니다. 그러나 자식 일이 어디 내 맘대로 되던가요? 지금은 옛날과 달라 한 집에 하나, 둘 뿐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 생전에 달고 가는 십자가라고 하는 가 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자식들도 다 제복 저 타고 났을 테니까요. 기회를 만나면 출세도 할 수 있고, 때를 만나면 주택도 가질 수 있은 것이기에~ 지금은 가진 게 없더라도 “빈자리는 채워지기 위해 있다”라고 생각하시면 신간이 편하실 겁니다.
또 못난 나무가 산을 지켜오듯이 쑥쑥 성적이 오르지 않은 자식도 다 제몫을 하더라는 경험담입니다. 오히려 성적이 좋은 자녀들에게는 정이 가지 않더군요. 대학가면 하숙생, 군대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집 아들이 돼버리기 때문이지요.
-산아제한 후유증 커-
옛날에는 엄청 산하제한을 했었지요. 애들이 너 댓 되는 집은 정부에서 미워했었다니까요. 둘만 낳아서 잘 키우라고 밤낮으로 떠드는 바람에 애 낳고 소문이 날까봐 대문에 새끼줄도 치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습디다.
반상회 주 메뉴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였으니까 어린애 많이 낳는 죄인들은 반상회도 참석하기가 거북했었습니다. 그때 피임기구를 나눠주기는 했었지만 효력이 없었는지 오히려 그거 믿었다가 또 애를 낳는 불상사도 일어났었으니까요.
애들이 여럿일 수록 학교 문턱에 가기가 어려웠었지요. 애들이 다섯이면 그 중 똘똘한 놈만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모두 시장에서 장사를 했거나 공장지대로 갔었고, 제일 부지런하고 효심이 짙은 자식만 농사를 지어 왔었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그럴 때 애 많이 낳던 사람들이 지금은 애국자 아닌가요? 그때 많이 낳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구는 어찌되겠는지요? 그때는 2-3년마다 부르는 사람 없어도 때를 찾아 저절로 놔와 줬던 자식들~ 지금은 고맙다고 할 수밖에요.
요즘은 자식 하나 키우려면 대학교까지 몇 억이 든다면서요? 학교거리, 학원거리 다 재다보니 자식에게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성적이라도 오르면 웃음이 나올 텐데 말입니다. 꽉 다문 입에서 웃음이 나오려면 어서 자식들 성적이나 올랐으면 좋겠습니다만,
-집값 바닥일까? 아닐까?-
요즘 바닥 론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설전을 벌리고 있습니다. “바닥은 거의 맞는데 상승세는 없다, 바닥도 맞고 상승할 기미도 있다, 바닥인 것 같지만 더 내려갈 것이다, 더 이상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나 그렇다고 상승의 여력도 미지수다”라는 등의 주장일 겁니다.
원래 바닥에 이르게 되면 설왕설래 하게 되지요.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중개업소 사장님들께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책상머리에서 숫자로 왔다 갔다 하면서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기식의 예측보다는 현장예측이 중요하지 않을는지? 대부분 거래회복 후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반 전세나 월세가 크게 유행할 터, “오르지도 않을 집 사놓고 대출 이자 내가며 어렵게 사느니 반 전세건 월세건 내가면서 인생 즐겁게 살고 싶다고 한다면 누가 간섭하겠습니까마는, 돈은 세월 따라 늘어나는 것이기에 그 점도 생각하시라는 부탁을 아니 드릴 수가 없네요.
고지식한 필자의 친구가 30년 전에 목동부근에서 2층 단독주택을 1800만 원에 사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요즘 그 집의 매매시세는 8억 정도라고 하더군요. 결국 44배가 늘었다는 의미인데 제세공과금과 수리비를 공제한다 해도 재테크 면에서는 전세살이에 비유하겠는지요?
음력설이 되면 “추위는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다 몇 차례 추위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는 매일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부동산시장의 바닥을 논하는 이치도 마찬가지 아닐는지? 그러나 어떤 방법을 쓰든지 시간은 가게 돼 있다는 것입니다.
겁이 많은 사람들은 물 깊이를 따지다가 물을 건너지 못하더군요. 지금은 집값 낮고, 전세 높고, 대출 잘 나올 때~ 지금 집을 사게 되면 자식들 성적이 오를 때도 웃을 수 있을 것이고, 나중에 집값이 오를 때도 또 웃으실 수 있을 겁니다. 웃고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사람은 웃을 때마다 젊어진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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