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마을 숲은 풍수적 결함 치유 위한 '비보'

웃는얼굴로1 2012. 4. 9. 00:47

풍수로 보는 부동산

대구 둔산동 칠계는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 마을이다. 예로부터
옻나무가 많아 '옻골'이라 불렀다. 이곳에는 경주 최씨가 모여 산다. 백불 고택을 비롯해 20여가구의 가옥들이 격자형 마을길을 따라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이곳엔 수령 350년 전후의 느티나무와 회나무들이 병풍처럼 한 줄로 늘어서 있다. 마을을 보다 편안하고 재운이 높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비보 숲이다. "마을 터가 주변보다 높아
금호강이 바라다 보이면 지기가 쇠하여 망할 것"이란 풍수설에 따라 마을 입구에 못을 파고 그곳에서 나온 흙으로 둔덕을 만든 뒤 나무를 심어 현재에 이르렀다.

 

풍수는 물을 재물로 본다. 들어오는 물은 멀리부터 보이고 나가는 물은 짧게 끊어져 보여야 길하다. 옻골 마을은 안산이 없어 마을 앞쪽이 허하고, 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멀리까지 보인다. 이런 풍수적 결함을 한 번에 치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숲을 조성한 것이다.

마을은 부락민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가족을 포함한 친족이나 이웃이 함께하는
생활 공동체다. 마을의 입지가 거주지로서 결함이 있거나 지기가 약해도 쉽게 그곳을 떠나 살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새로운 길지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비보(裨補)를 선택했다. 지리적 결함을 치유하고, 지력을 회복시키는 등 보다 슬기로운 방법으로 '낙토(樂土)'로 바꾸어 살았다.

동수(洞藪) 비보는 마을로 불어오는 바람을 숲을 조성해 막거나 송림을 가꾸어 홍수와 방풍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화기 비보는 앞산이 불꽃 모양의 화산일 경우 화재를 염승하는 연못이나 해태 상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산천 비보는 국가 왕업의 중흥을 위해 절, 불상, 탑을 세우는 것이다. 지명 비보는 동네 이름을 조화롭게 지어 좋은 기운을 붙잡아 두기 위한 방편이다. 수구 비보는 마을의 지기가 흘러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입구에 풍수 시설물을 설치한 것이다. 마을 숲과 돌탑, 정자나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을 숲은 자연림이 아니다. 풍수지리, 토착신앙, 자연 재해의 방지 등을 목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숲이다. 농촌 마을의 역사, 문화, 신앙 등 고유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함양의 상림(154호)은 홍수 피해가 잦자 최치원 선생이 물길을 도읍 바깥으로 돌린 후 조성한 숲이다.

남해의 물건리 어부림은 해일을 막고 고기가 모이도록 유도한 숲이고, 함평의 향교 앞에 조성된 줄나무는 수산봉의 화기로부터 마을을 보호한다. 이처럼 마을 숲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주민들에게 보다 쾌적한 삶의 공간과 정주가치를 제공하는 마을 숲이 현대에 들어와 일부 방치되거나 훼손돼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댐 도로 등 각종 개발로 인해 파괴당한 것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