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좋고 나쁨을 알려거든 '먼저 3대의 주인을 보라(선간삼대주·先看三代主)'고 하였습니다."
1477년 임원준이 성종 임금에게 올린 글 가운데 한 문장이다. 임원준은 간신의 대명사로 알려진 임사홍의 아버지이다. 그는 예종 임금의 딸을 손자며느리로 맞이할 만큼 세력가였다. 풍수에도 능하여 연산군이 부왕 성종의 능자리를 구할 때 그에게 자문할 정도였다. 훗날 풍수사들이 터를 볼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이 바로 '선간삼대주'라는 문장이다. 옛사람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풍수에 조예가 깊은 시인 김지하 선생도 "역사가 아무리 바뀌어도 땅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고 종종 말한다. 흔히 사람의 별명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생김새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듯, 땅의 성격이나 특징은 땅이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북한이 미사일 '광명성 3호'를 발사예고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는 철산군 동창리는 갑자기 불거져 나온 이름이 아니다. '풍천유향'이란 책이 있다. 영·정조 때의 인물 송규빈이 국방강화를 주장한 책이다. 송규빈은 서북지역 방어의 주요 통로로 '철산극우동창지로(鐵山棘隅東�W之路)'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즘식으로 하자면 '철산군 극우면 동창리 길' 정도가 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지점으로 삼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동창리이다. 그런데 동창리가 속한 철산의 옛 지명을 보면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오래 편안하다는 뜻의 '장녕(長寧)', 구리가 나온다는 뜻의 '동산(銅山)', 철의 내인 '철천(鐵川)', 철의 고장인 '철주(鐵州)' 등을 거쳐 지금의 철산(鐵山)이 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기지를 고를 때 그 땅의 역사나 성격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시설의 중심지인 영변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국경(邊)을 편안하게 한다(寧)'는 뜻의 영변(寧邊)은 고구려 때부터 산성이 있어 외적을 방어하던 곳이다. 11세기 초 거란의 공격을, 13세기와 14세기에는 몽골과 홍건적을, 1636년 병자호란 때에는 청나라 군대를 막아낸 곳이다. 그 결과 영변읍성의 이름이 '철옹산성'이란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철옹성이란 쇠로 만든 독처럼 튼튼하게 둘러쌓은 성을 뜻한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청북정맥의 중심 지맥이 서쪽으로 뻗어가다가 매화령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런데 이 지맥은 청천강이 3면으로 감싸 막아 세우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고을이 영변이다.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곳 형국을 '철옹' '하늘이 만든 성' '뭇 병사들이 모이는 곳' 등으로 표현했다. 옛 지도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철옹산성(영변)은 북성, 본성, 신성 그리고 약산성 등 네 개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약산성은 철옹성 중에서도 철옹성이다. 김소월 시인의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으로 더 유명한 바로 그 약산이다. 철옹산성은 전체적으로 산세가 높고 험한데 그 가운데서도 동쪽 약산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져 있고, 그 남쪽은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핵 재처리 시설물과 원자로가 위치한 곳은 바로 약산을 등지고 그 아래 펼쳐진 들판에 자리한다. 약산이 주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하 시설물은 당연히 웬만한 폭격에도 끄떡없을 약산 땅 밑이 될 것이다.
김소월이 노래한 약산의 진달래가 유명한 것은 이 기암절벽에 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핵폭탄과 진달래꽃이 기묘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이 옛 소련의 도움을 받아 핵 연구를 시작하던 1960년대 초, 이곳에 터를 잡았던 것도 바로 그러한 땅의 성격을 바탕으로 한 것이리라. 과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 풍수 차원에서 잘 잡은 것일까? 그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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