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김두규 교수의 國運風水(국운풍수)] 北 미사일·핵기지인 동창리·영변이 '철옹성'인 이유

웃는얼굴로1 2012. 4. 8. 01:38

"땅의 좋고 나쁨을 알려거든 '먼저 3대의 주인을 보라(선간삼대주·先看三代主)'고 하였습니다."

1477년 임원준이 성종 임금에게 올린 글 가운데 한 문장이다. 임원준은 간신의 대명사로 알려진 임사홍의 아버지이다. 그는 예종 임금의 딸을 손자며느리로 맞이할 만큼 세력가였다. 풍수에도 능하여
연산군이 부왕 성종의 능자리를 구할 때 그에게 자문할 정도였다. 훗날 풍수사들이 터를 볼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이 바로 '선간삼대주'라는 문장이다. 옛사람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풍수에 조예가 깊은 시인 김지하 선생도 "역사가 아무리 바뀌어도 땅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고 종종 말한다. 흔히 사람의 별명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생김새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듯, 땅의 성격이나 특징은 땅이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북한이 미사일 '
광명성 3호'를 발사예고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는 철산군 동창리는 갑자기 불거져 나온 이름이 아니다. '풍천유향'이란 책이 있다. 영·정조 때의 인물 송규빈이 국방강화를 주장한 책이다. 송규빈은 서북지역 방어의 주요 통로로 '철산극우동창지로(鐵山棘隅東�W之路)'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즘식으로 하자면 '철산군 극우면 동창리 길' 정도가 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지점으로 삼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동창리이다. 그런데 동창리가 속한 철산의 옛 지명을 보면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오래 편안하다는 뜻의 '장녕(長寧)', 구리가 나온다는 뜻의 '동산(銅山)', 철의 내인 '철천(鐵川)', 철의 고장인 '철주(鐵州)' 등을 거쳐 지금의 철산(鐵山)이 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기지를 고를 때 그 땅의 역사나 성격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시설의 중심지인 영변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국경(邊)을 편안하게 한다(寧)'는 뜻의 영변(寧邊)은 고구려 때부터 산성이 있어 외적을 방어하던 곳이다. 11세기 초 거란의 공격을, 13세기와 14세기에는 몽골과
홍건적을, 1636년 병자호란 때에는 청나라 군대를 막아낸 곳이다. 그 결과 영변읍성의 이름이 '철옹산성'이란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철옹성이란 쇠로 만든 독처럼 튼튼하게 둘러쌓은 성을 뜻한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청북정맥의 중심 지맥이 서쪽으로 뻗어가다가 매화령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런데 이 지맥은 청천강이 3면으로 감싸 막아 세우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고을이 영변이다.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곳 형국을 '철옹' '하늘이 만든 성' '뭇 병사들이 모이는 곳' 등으로 표현했다. 옛 지도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철옹산성(영변)은 북성, 본성, 신성 그리고 약산성 등 네 개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약산성은 철옹성 중에서도 철옹성이다.
김소월 시인의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으로 더 유명한 바로 그 약산이다. 철옹산성은 전체적으로 산세가 높고 험한데 그 가운데서도 동쪽 약산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져 있고, 그 남쪽은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핵 재처리 시설물과 원자로가 위치한 곳은 바로 약산을 등지고 그 아래 펼쳐진 들판에 자리한다. 약산이 주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하 시설물은 당연히 웬만한 폭격에도 끄떡없을 약산 땅 밑이 될 것이다.

김소월이 노래한 약산의 진달래가 유명한 것은 이 기암절벽에 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핵폭탄과 진달래꽃이 기묘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이 옛 소련의 도움을 받아 핵 연구를 시작하던 1960년대 초, 이곳에 터를 잡았던 것도 바로 그러한 땅의 성격을 바탕으로 한 것이리라. 과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 풍수 차원에서 잘 잡은 것일까? 그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