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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Trend]아파트 폭락·가계 붕괴 시나리오 "과장"

웃는얼굴로1 2010. 8. 29. 14:30
부동산 거품론의 그럴싸한 오류
금리 올라도 가계는 아직 튼튼
Special Report
 
이윤찬 기자 chan4877@joongang.co.kr


집값이 떨어진다. 강남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확산된다. 한창 불붙던 아파트 거래는 뜸해졌다. 여지없이 부동산 거품론이 고개를 든다.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 부동산에 의존해 자산을 불리던 가계가 빚더미에 오를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지금 상황을 미국·일본의 부동산·가계 붕괴 시나리오에 빗대는 견해도 있다. 모두 그럴듯한 통계를 근거로 내세운다. 사회의 말초신경이 뻣뻣해진다. 부동산·가계 붕괴라는 공포가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부동산·가계 붕괴론에 숨어 있는 오류를 부동산 전문가와 함께 짚었다. 결론은 이렇다. “과장됐다.”



서울에 사는 중산층 L씨(54)는 1999년 강북 소재 아파트(109㎡)를 1억9750만원에 샀다. 15년 모은 적금을 툴툴 털었다. 이 아파트의 현재 시가는 4억3000만원을 오르내린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매입했을 때보다 집값이 75%가량 올랐다. 그래도 L씨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 살맛이 안 난다”며 연방 푸념이다. 가장 많이 올랐을 때보다 10%가량 하락했다는 이유다.

어찌 보면 오른 것이고 달리 보면 내린 거다. 집값 등락의 견해는 이처럼 자기편향적일 때가 많다. 개인만 그런 게 아니다. 집값만 떨어지면 연례행사처럼 제기되는 부동산 거품론도 마찬가지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핫이슈는 집값 하락이다. 올 4월 서울 지역 주택가격 매매지수는 103.0(국민은행·2008=100)에 그쳤다. 3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의 4월 매매지수도 전월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대치동 은마 아파트 재건축 확정, 개포지구 마스터플랜 발표 등 굵직한 호재가 있었음에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시가총액 50위’ 아파트의 내림 폭은 더 크다.

이 아파트의 주택매매지수는 올 2월 110.2에서 4월 109.6으로 두 달 만에 0.6포인트 빠졌다. 2008년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감소한다. 이런 하락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아파트보단 보금자리주택 등 저렴한 공공주택 분양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급매물만 거래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보금자리주택, 금리인상 가능성,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경제연구소는 발 빠르게 ‘부동산 불패 신화가 무너진다’는 뉘앙스의 리포트를 낸다.

적어도 2년 내지 5년 동안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상. 일부에선 한 술 더 떠 부동산 거품론을 제기한다. ‘부동산 시장이 폭락한 미국·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은 인터넷을 도배한 지 오래다.

집값 견해 ‘자기편향적’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으로 조망해야 한다. 단기지표에 매몰됐다간 흐름을 놓칠 수 있다.
거품 붕괴론에 대해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는 우려를 나타낸다. 한성대 이용만(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하락세는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못 박았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한동안 집값 약세가 이어지겠지만 거품 붕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인터넷을 달구는 부동산 거품론의 근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만하느냐는 것이다. 혹시 논리를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해 자기편향적 기준을 잣대로 삼진 않았느냐는 얘기다. 집값 푸념을 늘어놓은 L씨처럼 말이다.

세종대 변창흠(행정학) 교수는 “집값이 조금 떨어졌다고 기다렸다는 듯 버블을 운운해선 안 된다”며 말을 이었다. “버블의 전제는 꺼지는 것이다.

버블의 결과는 그래서 폭락이다. 우리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는 말이다. 한국 부동산은 정상가격을 넘어섰을 뿐 버블이 끼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기는커녕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부동산 거품론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은 뭘까.

◇ 높은 PIR, 폭락의 전조 = 부동산 거품론의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다. PIR은 국가 또는 지역 평균 수준의 주택(109㎡)을 연평균 소득으로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PIR이 10이면 1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PIR은 전국 평균 6.26, 서울은 12.64(2008·산은경제연구소)이다. 서울의 경우 뉴욕(7.22)·샌프란시스코(9.09·2007)보다 높다. 그러니 집값이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국토해양부가 산은연구소와 같은 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PIR은 9.7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하고 뉴욕보단 높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PIR은 주택가격과 소득의 기준을 중앙값 또는 평균값으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가령 5·7·8 가운데 중앙값은 7, 평균값은 6.7이다. 산은연구소는 평균값을, 국토부는 중앙값을 사용했다. 그래서 두 기준으로 계산한 자료를 모두 검토하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한국의 PIR은 전국 근로자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서울의 경우 PIR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1993년 서울의 PIR은 21.5였다. 2007년 뉴욕보다 3배 높은 수준이다. 이를 부동산 거품론의 근거로 삼는다면 버블은 수십 년 전 터졌을지 모른다.

기준 따라 지수도 천차만별


◇ HAI 낮으면 무조건 거품 = 자기 소득의 25%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HAI(주택구입능력지수)도 마찬가지다. HAI의 기준은 100. 숫자가 낮을수록 원리금 상환이 어렵다는 뜻이다.

각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의 2009년 HAI는 61이다. 자기소득 25%로 원리금 지급이 불가능한 수치. 당연히 거품이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편향이 있다.

이용만 교수는 “HAI의 기준은 전국 근로자가구 소득이기 때문에 상대적 변화만 의미 있다”고 말했다. 거품론의 근거로 삼기엔 미비하다는 것이다. 실제 HAI와 비슷한 개념인 주택보유 기회비용 비율은 날로 하락하고 있다.

이 비율은 한국은행이 2006년 4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사용한 지표. 주택가격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숫자가 적으면 주택을 보유하기 쉽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전국의 주택보유 기회비용 비율은 1995년 0.65에서 2008년 0.44로, 서울은 1.31에서 0.89로 낮아졌다. 이 결과 역시 어떤 지수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거품이 커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한 가지 기준으로 보면 논리가 과장 또는 비약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땐 여러 기준을 모두 고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격 조정 없었다 = 부동산 거품론의 또 다른 근거는 글로벌 불황에도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년마다 발표되는 미국의 S&P 주택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 대비 33%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국민은행 주택매매지수)는 단 2% 하락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S&P 주택지수의 기준은 실거래 가격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의견을 종합한 탓에 등락폭이 적은 국내 주택매매지수와 다르다. 이용만 교수는 “우리나라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최고점(2008년 7월)과 최저점(2009년 1월)을 비교하면 전국 8.45%, 서울은 18.86% 빠졌다”며 “특히 강남구는 21.7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품론은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이슈다. 2003년, 2006년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거품론은 조금 다르다. 인구구조 변화라는 이슈가 추가됐다. 가정은 이렇다. “인구가 줄고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 주택 공급량이 많아져 집값이 폭락할 것이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는 “틀린 가정은 아니다”고 말한다.

하지만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게 이들의 이구동성. 한 부동산 전문가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인구 감소 등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다고 부동산이 꽁꽁 얼어붙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구구조 변화를 부동산 폭락론으로 연결하는 것은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인구 감소 = 먼저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의 은퇴가 시작된 것은 맞다. 1955년생은 올해 평균 정년퇴직 연령에 진입했다. 앞으로 10여 년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숫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의 자산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자료(2006)를 보면 40~49세 가구주의 평균 순금융자산(퇴직금 포함)은 8549만원. 현재 평균 연봉의 두 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노후 생계자금 또는 가계부채 조정을 위해 집을 투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거품 붕괴론 또는 폭락론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을 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눈여겨봐야 한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05)에 따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가 거주율이 높아진다. 60대 이상의 자가 거주율은 70%를 넘는다. 여기에 주택연금 활성화라는 변수도 있다.

부동산 거품론 부추긴 인구구조 변화

인구 감소 역시 마찬가지다. ‘주택구입 가능계층(35~45세)의 비중이 2016년부터 감소하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이 그때를 기점으로 꺼질 것’이라는 예상은 과장에 가깝다.

기본 전제가 틀렸다는 지적도 많다. 이용만 교수는 “주택의 구입 단위는 인구가 아니라 가구”라며 “가구 수는 2030년까지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주택구입 가능계층이 줄어든 유럽 각국의 집값이 시장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강조했다.

◇ 가계부채 한국 경제의 뇌관 = 부동산 거품론은 집값 하락세가 결국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의 부동산 투자 비중이 개인자산의 8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솔깃하다. 미국의 가계 붕괴와 빗대는 분석도 있다. 산은연구소는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3.9%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의 미국(135.9%)에 버금간다는 논리를 내세워 가계 붕괴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가지고 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다. 수도권의 경우 LTV를 50%로 제한하고, 투기지역엔 DTI를 40%로 묶고 있다. 한국처럼 LTV와 DTI를 국가가 직접 나서 규제하는 곳은 거의 없다. 집값이 하락해도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반면 미 서브프라임 당시 미국의 LTV는 90%였다. 집값 하락이 금융위기로 전염돼 가계가 붕괴된 것은 이런 느슨한 규제 때문이었다. 이는 1990년대 일본 부동산 폭락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당시 LTV는 120%에 달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송경희 수석연구원은 “LTV, DTI 규제 덕분에 한국의 주택 관련 대출은 미국·일본의 버블 붕괴 때만큼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난 주택담보대출 = 이런 맥락에서 주택담보대출 문제도 아직 빨간불이 켜진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가계대출 규모는 550조원(가계신용대출 제외).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 264조8000억원, 비은행권 64조7000억원이다. 전체 가계대출의 65% 정도다.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증가 속도가 떨어진다.

2009년 1분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전분기비)은 3.2%에서 4분기 1.9%로 떨어졌다. 2008년엔 평균 2.0%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일시상환대출)의 만기 연장률도 95%를 상회한다. 만기가 거절돼 가계 부담이 커질 확률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혹자는 주택담보대출 중 90%가 변동금리형이라는 이유로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역시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시중은행이 그만큼 대출 금리를 올려도 가계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연간 1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2인 이상 가구 수가 1367만9000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도 가구당 추가 이자비용은 연 36만원, 월 3만원에 그친다. 이를 보면 부동산 거품론에서 파생되는 가계 붕괴 위험은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 포트폴리오 이참에 다시 짜야

부동산 거품론은 공포를 부른다. 공포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위험하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키운다. 그러면 시장이 얼어붙는다. 투자와 소비가 줄어 경기가 위축된다. 모든 게 불확실할 땐 하락이 대세 아니던가. 그렇다고 부동산 거품론을 귓등으로 흘리라는 것은 아니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부동산 시장이 한산한 것은 심상치 않은 전조일 수 있다.

경고 메시지를 잘 분석해 필요하다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지혜다. 거품이 아닐 뿐 집값이 정상보다 높은 것도 부인해선 안 된다. 집값을 내리기 위해 정부·건설업자·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까닭이다. 변창흠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479만원이다.

여기에 가산비가 붙으면 7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광주광역시의 3.3㎡ 값은 500만원 정도다. 건축비가 높으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집값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집값 하락기, 우리가 주목할 것은 거품이 아니라 대안이다. 붕괴가 아니라 연착륙이다.

출처 : 건국대학교 부동산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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