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대출이자 年1000만원 "집 못팔아" 버티다가…

웃는얼굴로1 2012. 3. 4. 01:04

[이로운 살림살이 이야기] < 5 > 서민가계 재무 건전성 높이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 이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습니다. ⓒ부동산114
 
남자는 41세, 중소기업 간부다. 여자는 38세, 전업주부다. 2006년, 집값의 2/3를 대출 받아 구리시의 한 아파트를 샀다. '빚'은 이들 부부에게 뿌듯한 성취감을 줬다. 집값이 1억 원 넘게 올랐던 것이다. 구리역이 환승역으로 바뀌고 공원이 들어온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부부는 환호했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았다.

남자는 차를 바꿨다. 여자는 날마다 쇼핑하러 나갔다. 아이와 함께 주말마다 나들이를 다녔다. 월 소득은 350만 원인데 지출은 한 달에 500만 원으로 늘었다. 40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한도까지 다 쓴 어느 날, 남자가 말했다. "회사 분위기가 이상해. 적자가 심각한 모양이야."

◇"하우스푸어? 집부터 내놔라"=

경제교육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www.edu-money.co.kr )는 이들 부부에게 아파트 매각을 권했다. 남자가 갑자기 퇴직하면 퇴직금 외엔 생활비로 쓸 돈이 없었다. 아이의 중고등학교 학비도 불안했다. 연간 1000만 원에 달하는 이자를 20년 간 더 낼 수 있을까? 부부는 지난해 빚 덩어리 아파트를 팔고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대출이자가 사라지고 저축이자가 생겼다.

가계 빚이 937조 원을 넘어섰다. 일부 기업들은 경기 악화로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주택 매매도 원활하지 않다. 박종호 에듀머니 총괄본부장은 "최악에 대비하라"며 "우리 가정에 소득이 중단되었는데 자산가 하락으로 부동산과 주식을 팔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감안하라"고 조언했다.

이미 위험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피상담자가 대부분 중산층 이하 서민인 에듀머니에는 가계 수지가 마이너스인데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주택 매각을 미룬 채 자산관리를 상담하는 사람이 늘었다. 집값 오르길 기다리다가 약관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 구조로 들어간 사례도 많아졌다.

박 본부장은 "부동산 담보대출이 과다해 가계 수지에 문제가 생겼다면 일단 부동산중계업소에 매물로 내놓은 후 매각이 될 때까지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며 "보유주택을 매물로 내놔야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 현실감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애주기와 예측소득을 봐야=

나날이 오르는 전세를 보면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내 집 마련을 위해 빚을 지려 한다면 집값의 40%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래야 자산 가격 하락과 소득 감소가 한꺼번에 닥쳐도 버틸 수 있다.

부채 상환 기간은 자신의 소득 기대 기간보다 짧아야 한다. 대부분의 가정이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교육비 지출 때문에 저축이나 부채 상환을 포기하게 된다. 50대 중반 이후엔 소득이 줄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30대 중반의 부부가 집을 사느라 20년 상환 부채를 얻었다가는 자칫 50대에 다시 빚을 얻어 생활하게 된다. 빚 갚느라 청춘을 보내고, 빚으로 사는 노후가 오는 것이다.

긴급 상황이라 대출을 받더라도 가급적 1년치 연봉 이상 빚을 내진 말아야 한다. 연 4000만 원이 소득인 사람이 5000만 원을 신용대출로 쓰면 매월 원금을 50만 원씩 갚는다고 해도 상환에 8년 이상 걸린다. 연봉 1억 원인 사람이 1억 원의 빚을 쓰면 원리금을 매년 1000만 원씩 갚아도 10년이 걸린다. 이런 빚은 족쇄다.


↑유동자산은 늘 유동부채보다 많아야 한다. ⓒ이경숙 기자
 
◇비상금은 에어백, 무조건 확보하라=

빚 갚는 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크게 4가지다. 목표 세우기, 자산과 부채 조정하기, 작은 빚부터 갚기, 합리적으로 지출하기.

빚이 생기면 먼저 재무목표를 세워 상환전략을 짜야 한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 즉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2배를 넘으면 매우 위험한 상태다. 유동자산만큼 유동부채가 있어도 위험한 상태다.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카드론, 리볼빙 등 유동부채는 대출자의 소득 혹은 신용이 낮아지면 금리가 높아지거나 만기가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때엔 유동부채는 갚고 유동자산은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모든 소득을 빚 갚는 데에 쓰거나, 무조건 이자만 내며 상환을 뒤로 미루는 건 옳지 않다. 비상자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급할 때 다른 빚이 생긴다. 이자만 내다가 원금상환기에 목돈이 없어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설사 빚이 있더라도 3~6개월치 생활비는 조달할 수 있도록 비상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 감소는 언제든 올 수 있다. 비상금은 인생의 불상사에 대비하는 '에어백'이다. 박 본부장은 "사채와 같은 악성 부채가 아니라면 다른 재무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부채 상환과 저축에 적정금액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빚 갚는 데에도 순서 있어=

목표 수립 후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자산과 부채의 구조조정이다. 예금이나 적금, 펀드 등 금융자산으로는 마이너스통장 등 유동부채부터 갚아야 한다. 급여의 5% 이상 보험료를 내고 있다면 꼭 필요한 보험만 남기고 해약한다. 청약통장도 무용지물인지 살펴야 한다. 빚이 많으면 아파트를 분양 받더라도 분양대금을 추가로 마련하기 어렵다.

부채가 여러 가지라면 부채의 개수부터 줄이자. 신용리스크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부채 상환에 대한 동기도 강화될 수 있다. 제도권금융보다는 사금융, 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 큰 금액 1개보다는 작은 금액 여러 개를 빨리 갚는 것이 좋다.

지출을 줄일 땐 가계부와 현금 혹은 체크카드 사용이 유용하다. 신용카드로 지출하면서 가계부도 정리하지 않으면 현금흐름을 인식하기가 어렵다. 현금흐름은 현실이다. 현실부터 인식해야 미래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


@주우찬 기자 khmin9518@
 
[팁]빚 줄이기 십계명

(자료 : 에듀머니, 정리 : 이로운닷넷)
1. 할부 잔액을 만들지 않는다. 사고 싶은 고가품은 적금을 들어 모아서 산다. 지출을 조금만 미루면 금융비용을 절약할 뿐 아니라 이자까지 더해서 사치할 수 있다.

2.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사용을 한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무분별한 과소비를 막을 수 있다. 연말정산 공제율도 신용카드(20%)보다 체크카드(25%)가 더 높다.

3. 예산을 세워 지출하는 습관을 가진다. 과다지출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가계부를 쓰면서 예산대로 지출하는 습관을 만들자.

4. 부채를 소득의 20% 미만으로 쓴다. 자신의 소득기간, 자녀의 진학 등 지출 증가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

5. 부채는 자산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자산 매각이 어려울 때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6. 대출을 받을 때 부채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고 종류에 따른 이자 차이를 확인한다. 보통 신용대출보다는 담보대출이 유리하다.

7. 대출을 받을 때 이자율을 최대한 깎아본다. 자신의 신용, 상품의 종류에 따라 더 할인 받을 여지가 생긴다.

8. 자신의 금융상품에서 잠자고 있는 돈을 파악해서 찾아내 부채 원금을 상환한다. 불필요한 보험, 당첨되어도 소용없는 주택청약통장은 해약해서 빚부터 갚자.

9. 비상금을 마련한다. 부채가 있더라도 3~6개월치 생활비는 비상금으로 갖고 있어야 다시 부채를 늘리지 않는다.

10. 대부업체, 사금융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용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극단적으로 돈이 필요한 상황일 때는 정부, 지자체의 구제책을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도움을 받는다. 어려울 땐 자신의 상황을 알려야 해결된다. 창피하다고 몰래 대부업체에 손을 내밀면 더 큰 화를 입는다.

머니투데이 이경숙기자 k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