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땅부자들, '땅' 버리고 어디로 가나 봤더니

웃는얼굴로1 2012. 2. 6. 01:44

"월세 받자"…오피스텔·상가·고시원으로 '갈아타기'
개발 불투명해지자 '안정적 임대수익' 노려
청담·한남동 역세권 인근 빌딩 '인기몰이'
대학가 고시원 등 틈새 상품 수요도 많아

대기업 임원 K씨(57)는 최근 서울 휘경동 경희대 인근 대로변의 3층 상가건물을 32억원에 매입했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없던 그는 지난해 토지 보상금 40억원이 생겨 안정적인 노후 대비에 나선 것. 대지 140㎡, 연면적 330㎡인 이 건물은 문구점 떡볶이점 등으로 이용돼 왔다.

 

K씨는 불황을 잘 타지 않는 대학가 상가라는 게 마음에 들어 은행의 PB(프라이빗뱅킹)센터를 통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임차 여부를 확인하고 수익률을 6%로 확정한 뒤 건물을 사들였다.

커피전문점은 3층 건물 전체에 대해 5년 장기 계약을 맺고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뒤 문을 열었다.

○안정적인 임대 부동산 관심

강남 부자들은 임대수익이 가능한 부동산 상품에 대해 여전히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재건축 재개발 등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지만,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소형 오피스텔, 상가건물,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대한 투자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강남권에 빌딩을 사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 청담동 압구정동 한남동 이태원동 등 일대의 역세권이나 대로변의 200억원대 빌딩이 인기다. 다만 이들 지역은 매수 희망자가 대기 중이지만 매물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평균 수익률이 3~4%에 그쳐 마땅한 건물을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일부 중소형빌딩은 임차인들이 임대료와 관리비를 제때 내지 못해 건물 소유주들이 기대했던 임대수익을 얻지 못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여기에 시설이 낡은 건물은 배관 교체 등에 따른 수리 비용으로 예상치 못했던 손실을 입는 경우도 있다. 빌딩 투자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산관리업체 글로벌PMC의 김용남 사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수익률이 5% 이상이거나 당장 수익은 낮아도 향후 양도차익을 얻을 수 있는 중소형 빌딩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지만, 보통 공실률이 10%를 웃돌아 안정적인 운영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물건들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서울 외곽 등 비강남권으로 눈을 돌리는 부자들도 적지 않다. 심리적으로 강남권 소재 부동산을 보유하고 싶지만 투입 대비 수익률을 따져봐서는 만족스럽지 못해서다.

○고시원 등 틈새 상품도 주목

대기업에서 은퇴한 L씨(63)는 경기도 과천 인덕원 인근 고시원 운영으로 노후를 대비한 사례다.

L씨는 지난해 말 지하철역 바로 인근 5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의 3층(연면적 990㎡)을 24억원에 통매입했다. 여기에 전용 10~12㎡짜리 고시원 60실을 넣었다. 고시원은 보통 보증금 없이 월세 4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곳은 한 달에 일부 공실이 있다고 해도 2000만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은행 대출금 10억원에 대한 이자를 제하고도 1000만원가량(8%대 수익률)을 순수입으로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컨설팅을 해준 PB의 설명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안정적인 부동산 임대상품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고 있다. 고시원, 외국인 임대, 단기 숙박시설 등 틈새 상품을 매수하려는 부자들이 적지 않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소형 임대주택의 매수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시원, 단기 숙박시설 등도 관심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부자들의 관심은 5% 이상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두는 것"이라며 "연금처럼 꼬박꼬박 월세를 받는 틈새 상품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 비중 줄이고 수익성 부동산으로

서울 대치동에 사는 P씨(67)는 20년간 보유한 경기도 용인의 전답 4만㎡를 40억원에 내놨다. 이 땅을 팔고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P씨는 재산을 정리해 자녀에게 일부 증여하고 생활자금으로도 활용할 생각이다.

시중은행 PB센터에 토지 매각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제주도 등 지방뿐 아니라 용인 화성 등 경기도 소재 토지도 매각 대상이다. 매각 금액은 수십억원에서 100억원대까지 다양하다.

'땅부자'들이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개발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매도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주택 시장까지 침체된 마당에 토지는 관심권에서 더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말까지 유예된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키로 했지만 국회 처리가 불확실한 점도 토지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박 팀장은 "토지는 현금 흐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나이가 들수록 환금성 차원에서 토지를 팔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일부 개발 재료가 있는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땅들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점도 매도를 부채질하는 요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기자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