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현욱 소장 “땅콩집 문 닫고 아이올라로 갈아탑니다” (인터뷰)

웃는얼굴로1 2011. 11. 6. 11:58

[TV리포트 전선하 기자] 대한민국에 땅콩집 열풍을 몰고 온 건축가 이현욱 소장이 땅콩집 폐업을 선언했다. 이 소장은 최근 충무로에서 진행된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주택을 만들고자 했던 본 취지가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리고 땅콩집을 대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내 의도와 달리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땅콩집은 한 개 필지에 닮은꼴로 나란히 지어진 두 가구의 집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듀플렉스(Duplex)홈'으로 불리는 목조주택이 이에 해당한다. 마당이 확보돼 있고 단열이 확실한 점이 특징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안성맞춤인 주택 형태다.

 

3억 원 가량의 돈으로 한 가구가 다락을 포함해 약 48평의 실내공간을 가질 수 있고 36평의 공동마당을 사용할 수 있으며 건축 기간은 약 한 달이 소요된다.

서울 시내 33평 아파트 전세가격에 해당하는 돈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이유는 주택 가격에 낀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는 이 소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이 소장은 시행사가 설계부터 분양까지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며 가격을 부풀리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자재, 설계, 시행, 시공 등 건축에 필요한 다양한 절차들을 각각의 전문 업체가 맡아 적정 마진을 정하도록 했다. 설계사무소 '광장건축'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카페는 업체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사용했고 이 소장은 그곳의 시스템 매니저 역할을 했다.

땅콩집과 시행착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 소장은 "집이 지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땅콩집에 뭔가 추가할 사항이 생길 때마다 나를 찾았다. 나는 설계만 한 사람이고 시공이나 시행에 관해서는 각각 계약을 맺은 업체와 상담해야 하는데 나만 바라보더라. 젊은 사람들한테는 이해가 되는 사안인데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 같은 과정이 매우 빈번하고도 복잡하게 일어났다"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토지 구입 및 인허가 문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도 생겼고 이 소장은 법적인 책임은 없었지만 도의적인 책임으로 마음고생도 여러 차례 해야 했다. 회원이 5만 명이 넘는 카페에는 이 소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실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땅콩집의 본 취지를 훼손하는 요구도 빈번했다. 이 소장은 "소비자들에게 처음부터 땅콩집은 단열을 위해 창을 작게 만들고 규모도 아담하며 마감제도 고급 자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지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단독주택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꿈이 있어서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더라. 5000만 원만 더 줘서 집을 키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 소장은 땅콩집 열풍이 불기 시작한 6개월 사이 업무가 마비될 정도까지 이르며 이와 같은 일에 시달렸고 결국 지난달 말 카페에 '땅콩집이 문을 닫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땅콩집 폐업을 선언했다. 더 이상 땅콩집 수주에 손대지 않겠다는 분명한 뜻이었다.

대신 이 소장은 이 기간 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새로운 집짓기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땅콩집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아이올라가 그 주인공이다.

단독주택 브랜드 아이올라

 

이 소장은 "아이올라는 땅콩집을 좀 더 고급화 시킨 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아이들이 뛰어 다니며 자랄 수 있는 마당과 계단이 있는 것은 땅콩집과 마찬가지다. 땅콩집이 가지고 있는 기본 정신은 같다"고 소개했다.

한 필지에 두 개의 주택이 지어지는 땅콩집과 달리 아이올라는 한 필지에 한 개의 주택만 자리한다. 어떻게 보면 외콩집과 같은 형태다. 여기에 평당 공사비를 올려 소비자들이 단독 주택에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아이올라는 각각의 업체에 건축 과정을 따로 맡겼던 땅콩집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 소장이 직접 설계와 시공을 맡는다. 한 마디로 이 소장이 건설사를 세우고 아이올라 사업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 소장은 "아이올라는 일반 건설사와 방식이 같다고 보면 된다"며 "이전에 내가 건설사와 시행사를 부정하는 등 기존의 방식을 무시했던 것을 반성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가 좀 더 비싸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를 생각했다. 소비자가 땅콩집에 만족할 수 없었던 점을 보완하고 또 젊은 층만을 위한 주택이 아닌 4,50대도 살 수 있는 집이 뭘까를 고민한 결과가 바로 아이올라"라고 소개했다.

땅콩집의 경우 시공업체의 영세성으로 사후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었다면 아이올라는 기존 시공사처럼 분양 이후의 문제도 책임진다. 래미안, 자이처럼 아이올라는 이 소장이 만든 단독 주택 브랜드인 셈이다.

단독주택 대중화

 

이 소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아이올라라는 또 다른 모델을 내놓게 된 것은 단독주택에 대한 평소 그의 생각 때문이다. 이 소장은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단독주택이 대중화 돼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땅콩집과 이를 위한 온라인 카페는 단독주택을 대중화 시키는 시스템 작업이었다.

이 소장은 "온라인 카페는 단독주택을 원하는 사람과 지어주는 사람을 맺어주며 일반인들이 누구나 쉽게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단독주택 시장이 커지려면 땅콩집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땅콩집이 사람들을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시키는 역할을 했다면 아이올라는 또 다르다. 이전에 내가 땅콩집 정신을 너무 강요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주택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대중화의 길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선하 기자sunha@tvreport.co.kr/ 사진=송효진 기자shj@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