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나 주식시장 모두 거품입니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 투입과 저금리로 거품을 보호해주고 있는 셈이죠."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 경제정책 등과 관련해 날카로운 비평을 서슴지 않아 경제계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머니섹션 M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부동산 가격 거품은 사실 지난 2006년 말부터 꺼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겉보기엔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국내 부동산시장은 활황(活況)처럼 보였지만, 이는 정부와 가계의 부채가 집값을 떠받들고 있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경제 분야에서 조금씩 저변을 넓히고 있는 민간 연구소 중 하나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일산에 자리한 연구소에서 김 소장을 만나 부동산시장 전망과 우리나라 경제 동향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왜곡된 부동산시장, 정상화가 순서
―8·29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의 효과를 두고 논란이 많다.
"대책의 효과를 얘기하기에 앞서 상황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더 중요하다. 한정된 자원을 성장 잠재력 제고나 일자리 창출에 흘러가게 했다면 부동산시장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형성되고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대다수 국민이 부동산으로 한몫을 챙기려고 했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도 수도 없이 나왔다. 2007년 부동산(투자) 억제책이 실시되다가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부양책으로 전환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미분양 물량이 폭증하면서 거래할 사람이 없어지니까 부양책으로 바뀐 것이다."
―정부 대책이 오락가락했다는 얘기인가.
"정부의 왜곡된 자원 배분으로 결국 성장잠재력은 하락하고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 부동산시장이 왜곡되면서 경제 전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에 빠졌다. 근본적으로 정책 기조가 잘못됐다. 8·29 대책도 그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연장선상에 있다. 잘못된 시장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순서다."
―부동산시장은 지금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인가.
"거품 붕괴는 이미 2006년 말부터 시작됐다. 2003년 말 제2차 뉴타운 투기붐이 일었고 2006년 집값이 꼭대기까지 갔다. 그러다 2007년부터 거래가 확 줄었다. 시장에선 진작 거품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후 2008년 국토해양부 에서 발표한 실거래가지수에서는 강남 집값도 10~20% 떨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집권한 정부는 부동산 부양책을 내놨으니 시장 상황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과 같다. 그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는데 그것이 아니었더라도 수급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공기업을 동원해 빚을 내고 가계도 가계대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만들었다. 이 정부 들어 정부와 공기업 부문의 순채무는 27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것도 부족해 정책 실패를 자식 세대들에 갚으라는 식으로 부동산시장을 부양하고 있다."
―앞으로 나와야 할 부동산 대책은 어떤 것인가.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현실적이다. 수급 불균형 속에서 공급 과잉이 일어나면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도 가격이 적정하니까 살 수 있다. 거기에 200조~300조원의 돈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 그런 식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면 일본 · 미국 처럼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5%대 고성장은 마취효과…증시도 거품
―정부는 올해 5.8%, 내년 5% 내외의 고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정책 중에서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상책(上策)이다. 위기 이후 지난 상반기까지 정부가 270조원을 쏟아냈다. 그것으로 5% 성장률을 만들었다면 그게 무슨 성장인가. 빚 놀음이다. 중증 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입한 것과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GDP 분배가 멈춰버렸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GDP의 노동에 대한 분배율은 40%가 채 안 됐다가 80년대까지는 꾸준히 올라왔다. 월급은 꾸준히 받았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직전까지는 55%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50%로 떨어져 10년간 그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은 70%가 넘는다. 최근 체감 경기가 안 좋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취가 풀리면 우리나라 경제는 다시 침체되나.
"지역별로 경기가 좋으면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금융기관 대출이 올스톱 됐다. 이미 대출해줄 건 다 대출됐고 담보로 잡힐 것도 다 잡혀서 담보 가치도 떨어졌다. 그래서 막차 탄 사람은 하우스푸어(집만 가진 빈곤층)가 되고 있다. 경제가 지표와는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경기 회복 기대감 덕분에 코스피지수가 1900 가까이 오르는데.
"돈이 갈 데가 없어서다. 미국 기업들을 보면 전체적으로 위기 전에 비해 매출액이 마이너스다. 그런데도 이익을 내고 있다. 사람 자르고 과잉설비는 폐기 처분해서 억지로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니 실업률은 높고 고용이 안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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