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재건축 투자 패러다임이 바뀐다

웃는얼굴로1 2011. 8. 28. 00:36

- 황금알 낳는 거위? 내집마련 수단일뿐!
- 도곡렉슬·반포래미안 재건축 후 2~3배 껑충
- 최근엔 사업전 값 뛰어 1~2억 차익도 힘들어


 

최근 정비계획안이 수립된 개포주공2단지 전경. 재건축 대상 아파트 중 입지 면에서 최고로 평가받지만 시세가 많이 올라 과거처럼 "대박" 신화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원 손 모씨(41)는 얼마 전 서울 강동구 노후 아파트 공급면적 60㎡를 5억원대에 구입했다. 이 단지는 재건축이 추진 중으로 현재 조합설립단계다. 손씨는 "시세차익보다는 5~6년 후 서울 강남권에서 새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장기적 차원에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재건축아파트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로또`로 불리던 투자대상 1순위에서 내 집 마련 수단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

 

이 같은 패러다임 시프트의 배경에는 투자수익성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며 거래량과 시세 양면에서 시장을 주도하던 재건축아파트는 참여정부 시절 나온 각종 규제책에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상승세가 둔화되더니 지난해부터는 오히려 오름세가 어색할 정도로 부진하다.

 

재건축은 불과 7~8년 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일단 사 놓기만 하면 재건축 후 보유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을 가져다준 덕분이다.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은 도곡주공1단지를 재건축해 2006년 2월 입주를 시작한 3002가구 대단지다. 재건축 사업승인이 떨어진 시점은 2002년 1월. 당시 이 아파트 43㎡ 시세는 5억70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입주시점인 2006년 2월 추가분담금 2억원을 내고 배정받은 144㎡의 당시 시세는 무려 18억원에 달했다. 금융비용 등을 제하더라도 시세차익이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반포주공2단지 공급면적 60㎡ 소유자는 재건축 후 반포래미안퍼스티지 114㎡를 무상 혹은 1억원 전후 추가분담금만으로 배정받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반포주공3단지(반포자이), 도곡주공2단지(대치아이파크), 잠실주공1단지(잠실엘스), 잠실주공2단지(잠실리센츠) 등 재건축을 거쳐 입주가 완료된 강남 소재 노후아파트 원소유자들이 수억 원대 시세차익을 거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거 재건축아파트가 소유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던 이유는 `사업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은 투자재로서의 재건축아파트 진가가 발휘되기 전이었다. 서울시 조례상 재건축 가능연한은 1982년도 이전 준공된 건물의 경우 20년이 지난 시점부터라 재건축 개념은 2002년 이후 확산됐다.

 

정책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임대주택 의무공급 등 일부 제도가 있긴 했지만 요즘처럼 겹겹으로 재건축 시세 급등을 막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건 아니어서 재건축 후 큰 폭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정비계획이 수립된 개포주공2단지는 국내 최고 학군에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춰 입지면에서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컨설팅업체 J&K부동산투자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곳 53㎡ 소유자가 재건축 이후 148㎡를 배정받기 위해서는 추가분담금 5억30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이 아파트 현재 시세는 8억4000만원으로 원금을 포함한 총투자금액은 13억7000만원 선이다. 인근 도곡렉슬 144㎡가 15억원 선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시세차익이 13% 선에 그친다. 이외에도 요즘 추진되는 단지의 수익성 시뮬레이션 결과 1억~2억원 차익을 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융비용, 기간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소유자가 느끼는 수익성은 더욱 줄 수 있다.

 

재건축아파트 운명이 이처럼 최근 몇 년 새 바뀐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기대감이 너무 높아진 데 있다. 과거 성공사례에 대한 학습효과 덕분에 재건축아파트가 `로또`로 인식되면서 시세가 치솟아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게 된 것이다.

 

반포주공1단지, 개포주공, 잠실주공, 가락시영 등 대다수 서울 강남권 노후아파트가 200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일제히 시세가 올랐다. 조합원 갈등 등으로 재건축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 증가에 따른 조합원 부담이 늘고 있고 인터넷 확산에 따라 각종 호재가 시세에 선반영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택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고 있고 1~2인 가구 증가로 중대형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점도 투자재로서의 재건축아파트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세차익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장기 투자하는 방향으로 재건축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각종 호재가 선반영돼 재건축 시세상승 여지가 줄었고 정책규제, 사업 지연 등으로 사업성도 약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내 집 마련 차원에서의 재건축 패러다임이 재정립되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 풀어도 시장 회복 어려워

 

현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는 상당 부분 풀렸다.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풀 건 다 풀었다`까지는 아니지만 `옥죄기` 일변도였던 참여정부와 비교하면 완화 폭이 넓다.

그럼에도 재건축시장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 최근의 침체가 규제 탓이 아닌 시장 변화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MB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3월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를 폐지했다. 이어 8월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는 규제를 풀었다. 이 조치는 1년 후 조건부로 부활했다.

 

시공사 선정 시기와 재건축 절차도 간소화하는 한편 안전진단 기준도 과거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11월에는 소형주택 의무건립비율을 완화하고 임대주택 의무건립제도를 없앴다. 이와 함께 재건축 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인 300%(3종 경우)까지 허용했다. 참여정부 시절 210%에 비하면 대폭적인 완화 조치다.

 

최근에는 초과이익환수제 폐지ㆍ완화가 관심사다. 정부는 폐지ㆍ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